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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7코스 (외돌개~월평아왜낭목) [신문기사일: 2013. 3. 21]

산정(지홍석) 2013. 4. 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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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제주 올레길 7코스 (외돌개~월평아왜낭목)

 

 

 

 

 

 

 

 

 

 

 

 

 

 

 

 

 
 # 흙길 옆 유채꽃 절정 완연한 봄기운


# 눈 돌리면 해안 절경 내내 볼거리

  전국의 걷기 열풍을 몰고 온 것은 제주 올레길이다. 2007년 9월 제1코스 ‘시흥~광치기’(총 15.6㎞) 구간이 처음 개발된 이래 지난해 11월 24일 마지막 코스인 21코스 ‘해녀박물관~종달리 해변’(10.7㎞) 구간이 연결되면서 5년 2개월여 만에 제주도 한 바퀴를 감아 도는 올레길이 완성되었다.

첫해 3천여 명에 불과했던 올레꾼은 지난해 100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1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게스트하우스가 400여 곳이나 생겼고 지역상권 매출도 늘어 경제 효과는 3천억원에 달한다. 걷는 길 브랜드가 돼 일본에 수출됐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 길처럼 세계적인 명품 길에 도전하고 있다. 전체 코스 중 제7코스인 ‘외돌개~월평 아왜낭목’ 구간은 올레꾼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표적 코스다.

외돌개 주차장에 주차하고 올레길에 나선 것은 오전 10시 20분쯤. 기이한 고사목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길을 바로 따르지 않고 좌측 길을 따라 황우지 해안 바닷가로 내려선다. 황우지 해안은 그동안 외돌개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도 자연관광지로 아름다운 풍광만큼이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서귀포 칠십리 해안’ 가운데 하나다.

가파른 계단 길을 따라 내려서면 선녀가 목욕했다는 명경지수처럼 파란 바다와 기암절벽이 환상적 풍경을 자아낸다. 극작가이자 대중가요 작사가인 조명암은 1942년 서귀포 해안의 아름다운 절경에 반해 ‘서귀포 칠십리’라는 대중가요 가사를 썼고 그 노래가 히트하면서 이곳 황우지 해안은 경승지로 거듭났다.

해안 절경에 빠지다 보면 가파른 해안 절벽 아래에 슬픈 역사의 현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태평양전쟁 말기에 미군의 일본 본토 상륙에 대비해 일본군이 파놓은 해안 동굴로 황우리 12동굴의 모습이다.

다시 올라와 올레길을 따르면 1968년 8월 20일, 북한군 753부대 제51호 간첩선이 남파 간첩을 북송시키기 위해 침투하던 중 서귀포경찰서 작전중대와 군의 합동 작전으로 섬멸된 것을 알리는 전적비가 보인다. 사면 팔방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이국적인 정취와 어우러진 풍경이 선계의 경계마저도 모호하게 만들고 열대식물 건너로 소나무가 우거진 삼매봉의 모습이 이채롭다.

아열대성 식물들이 올레길 좌우로 늘어서 있는 이국적인 전경이 나타나는가 하면 멋진 해안 풍경은 내내 볼거리다. 이어서 만나는 외돌개는 기둥바위가 바다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다. 전망대 우측으로는 수십 길 단애의 절벽이 분포되어 있고 선녀바위 너머로 저 멀리 범섬이 조망된다.

대장금 촬영지 홍보판을 지나 외돌개 해안 절경이 내려다보이는 암석지대로 발걸음을 옮겨 다시 한 번 외돌개와 문섬을 카메라에 담는다. 나무데크 길과 흙길이 연달아 나타나는 올레길에는 벌써 유채꽃이 절정이라 봄기운이 충만하다.

석재 조각 작품과 야자수와 소나무들이 어울린 예쁜 정원을 갖춘 펜션을 지나 돔베낭길 끝 지점에 이르면 화장실 시설과 주차장이 있다. 여기서 올레길은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좌측 해안가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을 따르면 근래에 새롭게 개설된 다소 험로인 해안길로 가게 되는데 주상절리 등 해안 경관이 무척 빼어나다. 마침 공사 중이란 팻말이 있어 파란 화살 표시로 된 우측 올레길을 따른다.

T자형 삼거리에서 태평로와 합류하고 좌측으로 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서귀포여고 정문 앞을 지난다. 올레길은 다시 좌측으로 꺾여 들고 조금 내려서다 보면 작은 정자 쉼터와 아치형 목교, 보내지 못하는 편지와 1년 후에 배달된다는 편지 등 스토리 우체통이 설치되어 있는 속골휴양지다.

여기서부터 법환포구까지가 올레꾼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연생태길인 ‘수봉로’다. 수봉로는 세 번째 코스 개척 시기인 2007년 12월. 올레지기인 김수봉 님이 염소가 다니던 길에 직접 삽과 곡괭이만으로 계단과 길을 만들어서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도록 한 길이다. 이국적 풍경의 압권인 야자과의 상록 교목인 종려나무 숲을 지나 작은 둔덕에 오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경험하지 못한 식물들 사이로 길이 나 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멋진 그림이 연출된다.

법환포구 못 미쳐 해안가에서 봄빛을 반찬과 여유 삼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놀멍 걸으멍’ 올레쉼터를 지나 막숙에 이르면 잠녀상과 물고기상 등 조형물이 보인다. 청소년 문화의 집 앞 갈림길에서 좌측 해안 길로 접어들고 범섬을 조망하며 한참을 걷고 나면 도로와 다시 합류한다. 노약자들과 보통의 올레꾼들은 이곳에서 7코스 올레길을 끝내기도 한다.

여기서부터 월평포구까지 이어진 해안 올레길이 시작된다. 2009년 2월 그동안 너무 험해 갈 수 없었던 ‘두머니물~서건도’ 해안 구간을 일일이 손으로 돌을 고르는 작업 끝에 새로운 바닷길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일강정 바당올레’로 명명했다. 2009년 3월에는 각종 자연현상에 유실되었던 수봉교 자리에 ‘풍림올레교’도 세웠다.

올레길 제7코스는 총 13.8㎞로 4, 5시간 정도 소요된다. 강정해군기지 건설 공사도 이 구간에 속해 있고 올레길을 걷는 내내 머리를 풀어헤친 것 같은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남쪽 서귀포 일원과 북쪽의 제주시 기온은 아직도 극명하지만 무르익은 제주의 봄기운을 가장 먼저 접하는 구간이 이 구간이며 전체 길이 총 422㎞ 중 일부다. 제주도 방언으로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올레길’은 대부분 해안을 따라 나 있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신화`문화`여성 등의 다양한 문화 코드가 깃들어 있어 가족끼리 걸으면 더없이 좋은 명품길이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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