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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미륵산 미륵봉 신선봉[신문기사일: 2013. 3. 14]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3. 4. 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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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원주 미륵산 미륵봉·신선봉

 

 

 

 

 

 

 

 

 

 


# 동양화 운치 자아내는 암릉·암봉
# 아기자기한 산세, 산행 재미 넘쳐

전국의 산하에 널려 있는 수많은 명산들. 그중에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산들도 제법 많다. 이름은 알려졌는데도 저평가받는 산도 더러 있다. 그 대표적 산이 원주 미륵산(彌勒山)이다. 높이가 690m라 인근의 십자봉이나 백운산에는 미치지 못하나 아기자기한 산세는 그 두 산을 충분히 압도하고도 남는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암봉과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고 황산사 뒤에 우뚝 솟은 암벽에 부처님의 상반신이 새겨진 마애불이 있어 미륵산이라고 부른다. 전체적인 산의 형세는 육산이나 정상 일대가 모두 기암괴석의 바위봉이라 난코스가 많다. 초보자는 주의를 요하지만 아기자기한 바윗길을 선호하는 산꾼들에게는 구미에 맞는 등산로를 개척해 진행할 수 있다.

산행의 기점은 크게 세 곳. 황산골 주포교, 운계리, 서낭당고개(아홉사리고개)다. 제대로 된 산행을 즐기기 위해선 황산골 주포교에서 등산을 시작해 아홉사리고개에서 끝내면 된다. 황산골 주포교가 있는 귀래면 주포1리 마을 입구에서 하차해 마을회관 우측으로 난 임도를 따른다. 흙으로 바뀐 작은 언덕을 넘으면 등산로 안내 표지판이 좌측 산속으로 접어든다.

주능선을 만나 한참을 오른 후 된비알 고개 하나를 힘들게 치고 오른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멋진 바위암석이 있는 서포산(468m)이다. 좌측 암석에 올라 가부좌를 틀고 앉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여기서부터 등산로는 흙길에서 암릉으로 탈바꿈되어 아기자기한 ‘릿지’ 길이 만들어진다. 멋들어진 기암과 군데군데 척박한 암반에 필사적인 노력으로 뿌리를 박은 노송들이 볼거리다.

안전한 등산로를 따르되 그리 위험하지 않는 바위 길을 넘나들면 산행의 기쁨은 배가 된다. 우회 길을 선택하지 않고 바위봉을 몇 번 치고 오르며 스릴을 만끽하니 정상부의 첫 번째 바위봉인 신선봉이다. 남서쪽의 조망이 터지는 전망바위에서 멋진 조망을 즐기고 내려서면서 바라보는 미륵봉은 최고의 볼거리다.

안부로 잠시 내려섰다가 로프가 걸린 바위벽을 우측으로 우회해 치고 오르니 드디어 좌우에 바위 봉우리가 우뚝한 안부 삼거리다. 오늘 등산 중 최고의 조망과 미륵산의 진면목을 만끽하려면 좌측의 미륵봉은 반드시 오른다. 로프가 두 개나 매어진 오름길이 다소 힘들긴 하지만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멀리서 볼 때는 봉우리가 좁을 것 같지만 10여 명은 충분히 흩어져 식사할 만한 장소도 있다. 서편의 조망이 확 열려 있는데도 바람이 불지 않는 명당이라고나 할까. 서편 절벽 쪽의 기가 막힌 노송 한 그루가 정말 볼거리다.

식사를 마치고 안부에 내려서서 우측 미륵불 바위봉을 로프를 잡고 오른다. 미륵봉에서의 조망이 워낙 뛰어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친다. 미륵불 바위 동편에는 높이 약 15.6m의 미륵불이 새겨져 있는데 그 코를 만지면 득남을 하거나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게 된다는 전설이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코의 길이가 사람의 키를 넘는다. 그러나 만지려면 미륵바위봉에서 제일 근접하지만 도저히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아무도 만졌다는 사람이 없는 걸 보니 전설은 그냥 전설인 모양이다.

689m봉으로 가는 내림길이 처음에는 다소 가파르다. 그러나 능선은 크게 오르내림이 없지만 잔설이 남아 미끄러지기 쉬워 위험할 수 있다. 오늘 산행 중에도 여성 산객 한 분이 약간의 내림길에서 다리가 꼬여 넘어지면서 절벽 쪽으로 밀려갔고 소나무 가지에 몸이 걸리지 않았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689m봉에 도착하니 미륵산 정상석이 있다. 실제 정상은 동북쪽으로 조금 더 가야 하나 소나무와 잡목에 가려져 있어 조망이 좋지 못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을 정상으로 친다. 넓은 헬기장이 자리한 이곳에서의 조망은 기대 이상으로 장쾌하고 막힘이 없다.

가시거리가 좋은 날은 북동쪽으로 19번 국도상의 작은양안치와 큰양안치가 실낱처럼 내려다보이고 시곗바늘 방향으로는 백운산 정상과 멀리 치악산맥이 하늘금을 그린다. 동으로는 귀래면의 거대한 분지 뒤로 십자봉과 삼봉산 줄기가 시원스레 시야에 와 닿고 남동으로는 귀래면 소재지 운남리가, 남으로는 남릉상의 마애불봉과 미륵봉이 마주 보인다.

동북쪽으로 난 주능선 길을 잡고, 동남쪽으로 잘 닦인 등산로로 내려서면 새터고개로 가는 길이다. 689m봉에서 새터고개까지 25분여, 실제 정상 689.5m까지 경유해 아홉사리고개로 하산하는 데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황산골 주포교에서 등산을 시작해 신선봉, 미륵봉, 헬기장, 미륵산을 돌아 새터고개나 아홉사리고개로 하산하는 데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요즘에는 미륵산 실제 정상으로 직등하고 황산골 주포교로 하산하는 코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서낭당고개 못미처 삼거리에서 좌측 아홉사리고개로 들어가는 도로를 따라 약 50m 거리에 이르면 전신주 오른쪽으로 수레길이 보인다. 이 수레길을 따라 80m가량 오르면 무덤 2기가 나타나고 곧이어 외딴 소나무가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은 소나무 아래에 뚜렷하다.

2월 1일부터 5월 말까지 산불조심기간이라 충분히 알아보고 산행에 나서거나 귀래면에서 허가를 받도록 한다. 미륵산 산행정보가 담긴 자세한 등산지도가 시급하다. 이정표는 있으나 낡아서 떨어졌고 각 봉우리의 정확한 정의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등산을 마치고서도 혼란을 준다. 미륵산 등산지도는 참조만 할 뿐 100% 믿어서는 안 된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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