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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군 외연도 봉화산(2011. 6. 30)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2. 1. 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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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충남 보령시 외연도 봉화산

 

 

 

 

 

 

 

 

 

 

 

바람이 잔잔한 새벽이면 중국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외연도. 충남 보령시에 속해 있는 70여개의 섬들 중 육지에서 가장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서해의 고도다. 대천항에서 서쪽으로 약 53㎞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해무(海霧)가 자주 껴 ‘섬이 연기에 가린 듯하다’고 해서 외연도(外煙島)로 불린다. 최근에 인기 섬으로 급부상했다. ‘1박2일’ 에서 상록수림의 비경과 사랑나무(동백나무 연리목)를 소개하면서부터다. 갑자기 사랑을 받게 된 연리목에게 자연이 질투를 느꼈나 보다. 작년 9월 태풍 곤파스가 서해안에 상륙하면서 태안반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부러진 안면도 소나무만 7천여 그루. 그 중에서도 외연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던 아름드리 팽나무와 동백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수목들의 70%가 초토화되었다.

◆출발 전 서해 해상 기상 악화로 조마조마

10여 일 전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출발 날짜를 기다린다. 예보는 쾌청했다. 바람도 약하고 파도도 잔잔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멀쩡한 날씨에 갑자기 변수가 생긴다. 출발 전날과 당일 날, 서해 전 해상에 안개주의보가 발효된 것이다. 해운회사에 배가 출발 가능하냐고 문의하였더니 선박회사에서도 어정쩡한 대답만 늘어놓는다. 하늘이 하는 일, 자신들도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당일이 되어 봐야 결정이 된다는 것이다. 미리 예단하고 취소할 수는 없는 일, 첫 배(오전 8시)를 타기 위해 이른 새벽(2시 30분)에 대구를 출발했다.

대천항까지 소요된 시간이 약 4시간. 다행히 날씨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안개도 없고, 물결도 잔잔하다. 출항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승선수속을 서두른다. 운항선박은 신한해운의 쾌속선 ‘웨스트프론티어’호. 총중량 140t에 여객정원은 215명이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것과는 달리 외연도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이 아니라 2시간이 조금 넘게 소요된다. 고유가 시대라 기름값 절약을 위해 속력을 줄이는 탓이라고 한다.

외연도는 봉화산(229m), 망재산(171m), 당산(75m) 등 세 개의 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10시 15분 외연도에 도착했다. 날씨는 더없이 투명하다. 청정지역에서는 자외선이 강해 햇살이 더 따갑다. 외연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지른다. 좌측에 명금해변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나온다. 길가 좌측 편에는 초록빛깔의 작은 산이 유별나 보인다. 요즘 보기 드문 당산(堂山)이다. 산 전체가 상록수림으로 뒤덮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고개에 올라 반대편으로 넘어서면 명금해변이다. 타조알처럼 생긴 큼직한 몽돌이 아담하게 펼쳐져 있고, 파란 바닷물이 푸른 잉크처럼 빛난다. 해변 주변에는 나무로 설치된 근사한 전망대와 산책길이 놓여 있는데 우측 봉화산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길은 이내 또 두 갈래로 갈라진다. 좌측 해변 쪽 길은 돌삭금 길로 산허리를 휘감으며 뻗어나간다. 오래되지 않은 시설물인데도 길바닥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하얀 찔레꽃이 주변에 지천이다. 끝자락 지점으로 오르니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고, 동북으로는 바다 위에 힘차게 솟은 ‘매바위’가 관망된다. 그 앞에는 처녀처럼 생긴 ‘여인바위’가 애처롭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전망대를 지나면 오른쪽 산 지능선 쪽으로 오름길이 보인다. 이제 막 길을 만드느라 제대로 된 길은 아니지만 정상을 오르는데 지장은 없다. 등산로 주변에 산더덕이 지천이다. 손가락보다 굵은 것들이어서 캐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상에 서면 그림 같은 서해열도 한눈에

정상에는 표지석 대신에 돌탑과 허물어진 봉화대 터가 있다. 수목들 때문에 사면이 확 트이는 조망은 없지만 오도, 횡견도, 중청도, 대청도 등 외연 열도를 차례로 조망할 수 있다. 20여 분 내려서니 주능선 안부위에 나무로 설치된 전망대가 나온다. 나무그늘이 있고 바람이 불어 중식장소로 안성맞춤이다.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금방 피부에 돌기가 돋는다. 덧옷을 걸쳐야 할 정도다.

천연기념물 136호인 외연도 상록수림 오름길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우리나라 남서부 도서의 식물군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식나무, 둔나무 등 상록활엽수뿐만 아니라 팽나무, 상수리나무, 고로쇠나무 등 아름드리 활엽수를 포함한 다양한 수종을 관찰할 수 있다. 태풍 곤파스의 잔해가 아직도 여기저기 남아 있다. 피해를 입은 나무들은 대부분 외과 수술을 받고 지금 치유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희귀하다는 동백 연리지는 큰 상처를 입었는지 붕대로 칭칭 감아 놓았다. 남녀가 이 나무 사이를 통과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 때문에 연인들이 일부러 외연도를 찾았던 터라 그 안타까움이 더했다.

상록수림 안에 옛날 중국 제나라 왕의 동생인 전횡(田橫) 장군을 모시는 사당이 보인다. 전횡 장군은 제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들어서자 자신을 따르는 500여 명의 군사와 함께 동쪽으로 도망가다 외연도에 정착했다고 한다. 한고조(漢高祖) 유방이 자신의 신하가 될 것을 요구하자 군사들과 함께 자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주민이 풍어와 안전을 위해 당제를 지내고 띠배를 만들어 마을 앞바다에 띄우는 ‘풍어당놀이’ 가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해변서 홍합, 굴 따는 재미 쏠쏠

외연도 선착장에 되돌아오면 일정은 일단 끝이다. 총 소요된 시간은 약 4시간. 외연도를 찾았다고 꼭 산행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 배를 타고 섬을 둘러보고 해변에서 낚시를 즐겨도 되고 해산물을 채취할 수도 있다. 해변 끝자락에 있는 ‘노랑배바위’와 ‘병풍바위’, 상투를 닮았다는 ‘상투바위’와 고래의 성기를 닮았다는 ‘고래조지 바위’ 등을 돌아본 다음 명금과 고라금해변으로 가서 홍합과 굴 따는 일정도 괜찮다.

특히 고라금해변은 풍경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대청도, 중청도, 소청도, 횡견도 등 외연 열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더없이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외연도에서 회를 맛보려면 지출에 신경 써야 한다. 횟값이 다소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싼 횟값에 대한 ‘속쓰림’은 얼큰한 매운탕이 보상해준다. 보령시관광안내소 041)932-2023.

◆교통=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회덕에서 호남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당진고속도로를 타다 공주에서 서천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청양IC에서 내려 보령시 대천항으로 가면 된다.

▷배편=대천항~외연도 오전 8시, 오후 2시. 외연도~대천항 오전 10시 15분, 오후 4시 15분. 요금(왕복 3만원), 소요시간 편도 2시간 정도

◆맛집=장미횟집(041-936-5084), 외연도 어촌계 횟집여관(041-931-5751∼2). 횟값은 자연산이라 1㎏에 4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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