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원주 벼락바위봉 `보름갈이봉` 아흔아홉골 계곡
열두 살 어린나이에 숙부인 태종에게 버림받고 기약 없이 죽음의 유배를 떠나야 했던 단종. 일주일에 160킬로를 걸어 도착한 곳이 영월 청령포였다. 하늘이 노했기에 벼락을 쳤고 땅이 울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린 단종이 넘었던 수많은 고개중 하나인 찰방망이고개에는, 바위 절벽이 벼락을 맞은 듯 하다고해서 붙여진 벼락바위봉과 무슨 연유에서인지 찰방방이 고개를 향해 굳어서 돌이 된 복실이바위가 있다.
해발 939미터인 벼락바위봉은 중앙고속도로를 경계로 치악산과 남북으로 마주보고 있다면 삶이 고달팠던 강원도 화전민들의 애환이 어린 보름갈이봉은 같은 지맥의 능선에 2킬로미터의 거리를 두고 있다. 해발이 860미터로 그 옛날 분지를 이룬 골짜기 당거리에서 화전민들이 귀리, 조, 팥, 옥수수 등을 심기위해 밭을 가는데 비탈인데다가 돌이 많아 보름이나 걸렸다고 해서 보름갈이봉이라 부른다.
신림IC에서 원주 방면으로 5번 국도를 달리면, 치악휴게소 뒤편 고속도로 아래 칠봉암으로 가는 콘크리트길이 있다. 나무로 된 안내판(백운산`칠봉암 1.0㎞)을 확인하고 10분 정도 임도를 달리면 ‘백운산 칠봉암’(白雲山 七峰庵)이라는 일주문이 나타난다. 일주문 못 미처 오른쪽 산소 옆으로도 등산로가 열리지만 칠봉암에서도 등산로가 있다. 일주문을 지나 10분 정도 오르면 커다란 바위가 박힌 삼각 형태의 자그마한 봉우리 아래에 칠봉암이 보인다. 기암으로 형성된 터에 절이 자리 잡았고 남쪽으로 조망이 트였다. 절의 운치가 빼어나 10분 정도 더 올라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칠봉암 앞에서 왼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17분 정도 오르면 일주문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난다.
커다란 바위가 있는 삼거리 이정표(벼락바위 1.9㎞, 금창리`관리사무소 1.0㎞)에서 5분 정도 가면 밋밋한 언덕 같은 봉우리 찰방망이봉(788m)이다. 봉우리 바로 앞 벼랑 끝에는 귀엽게 생긴 강아지 모양의 ‘복실이바위’가 있고, 그 너머 삼면으로 조망이 트였다. 내림길에서 갈림길이 나타나면 남쪽으로 직진하는 길을 무시하고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5분 정도면 차단막이 설치된 넓은 임도 네거리 찰방망이고개다.
옛날 길로 역골에 신림역이 있었을 때 찰방(察訪:조선시대 역참을 관리하던 종6품관)이 고개를 넘어다녔다고 해서, 또는 원주 원(元)씨가 이곳에 묘를 쓰고 찰방이 났다고 하여 찰방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고개가 어린 단종의 유배길로 찰방망이 고갯길을 넘어 황둔의 솔치재와 주천을 지나 영월에 도착했다고 전한다.
오른쪽은 휴양림 관리사무소, 왼쪽은 심밭골(금창계곡)을 거쳐 금창리로 내려서는 길이다. 임도를 횡단해 숲으로 진입하면 완만한 오솔길이다. 10여 분 만에 이정표가 있는 네거리 안부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으로 가파른 오르막길, 20분 정도 오르면 오른쪽으로 능선이 분기되는 삼거리 830m봉이다. 완만한 능선길이 15분 정도 이어지더니 커다란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일명 산부인과바위가 있는 곳으로 로프를 잡고 올라 너비 50㎝ 정도의 삼각형의 바위굴을 빠져나가야 한다. 그리고는 오른쪽의 경사진 바위를 10여m 오르면 벼락바위 정상이다. 지형도상에는 해발 925m이지만 벼락바위 이정표에는 해발 860m로 오기되어 있다.
사방이 수직절벽인 벼락바위 정상은 조망이 매우 좋다. 북으로 깊고 길게 패어 나간 금대리 협곡 끝머리로 원주시내가 보이고, 그 오른쪽 영원사계곡 위로 비로봉을 비롯해 향로봉. 망경대. 남대봉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자연휴양림 계곡 아래로는 또아리굴을 빠져나온 중앙선 철길과 중앙고속도로, 5번 국도가 자세히 보인다. 동으로는 찰방망이봉 너머 시곗바늘 방향으로 천삼산, 감악산, 석기암봉, 제천 용두산이 멀리 소백산과 함께 광활한 파노라마를 펼친다. 남으로는 금창리 협곡 너머로 구학산과 주론산이 하늘금을 이루고, 남서쪽으로는 삼봉산과 그 오른쪽으로 십자봉 줄기와 함께 백운산이 시원하게 터진다.
다시 내려와 서쪽으로 5분 정도 가야 실질적인 벼락바위봉 정상이다. 10㎡ 남짓한 정상 중앙에 삼각점(1985년 복구, 제천21)이 있고 원주시에서 세운 벼락바위봉 정상석이 있다. 정상을 지나면 이정표가 있고 곧이어 삼거리다. 직진은 치악산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이 수리봉(910m)을 넘어 보름갈이봉으로 가는 길이다. 5번 국도에서 벼락바위봉 정상까지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보름갈이봉 가는 길은 높고 낮은 봉우리가 이어진다. 잣나무숲을 이룬 회론재와 수리봉, 한해재를 통과해 1시간 15분쯤 걸으니 무명봉 삼거리. 오른쪽이 보름갈이봉을 거쳐 투구봉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중재로 해서 아흔아홉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갈림길에서 보름갈이봉 왕복은 5분 거리, 보름갈이봉 정상에 표지석은 없다.
삼거리로 되돌아와 백운산 방면 능선 길로 6분 정도 내려서니 중재다. 오른쪽이 아흔아홉골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관계로 길이 다소 희미하다. 그러나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상류부 계곡에는 숨기고 싶은 이끼계곡이 별천지를 만든다. 사진작가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이끼폭포 촬영지다. 계곡을 내려오는 데 약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한기가 서려서인지 수량이 풍부한 계곡에 1분 이상 발을 담그기 어렵다. 온몸에 흐른 땀을 씻어내고 다리를 건너니 2층집이다. 시멘트 임도를 걸어 내려오면 오른쪽 계곡 건너로 구암사가 보인다. 사유지여서 등산객들은 들어서지 말라고 쓰여 있다. 구암사 아래로는 많은 등산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대도사 입구를 경유, 15분 정도를 걸어 나오니 아흔아홉골 입구(금대골) 5번 국도다.
칠봉암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해 아흔아홉골로 하산하는 데 소요되는 거리는 약 12㎞,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찰방망이고개와 벼락바위봉에서 치악산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하거나 한해재에서 한여계곡으로 내려가면 시간이 단축된다. 약 2시간 20분에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우려되는 건 아흔아홉골이다. 이름 없는 작은 폭포와 소로 이루어진 비경의 이끼계곡이 많이 알려져 훼손될까 걱정되어서다.
한여름인데도 가끔씩은 눈이 시리도록 하늘이 파란 7월이다. 무명의 산 벼락바위봉과 보름갈이봉, 아흔아홉골로 피서산행을 한번 떠나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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