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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소군산 문바위봉 [기사: 2012. 7. 12]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2. 7. 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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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원주 소군산 `문바위봉` 칠봉


 

호랑이등 같은 능선을 타고 종주한다.  주산보다 주봉이, 주봉보다 덤으로 여겨지는 산이 빼어나다. 맑고 깨끗한 계곡과 강이 있어 여름산행에 적합하고 페이스에 따라 산행을 선택한다.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에 위치한 소군산(해발 474m)과 문바위봉(596.8m), 칠봉(214m)을 일컫는 말이다.
산의 형세가 다양하다. 소군산의 산세가 부드럽고 완만하다면, 문바위봉은 암릉이 있어 약간은 거칠고 세미클라이밍이 필요한 산이다. 하산지점에 위치한 칠봉은 높이와 면적은 낮고 적지만, 7개의 암팡진 바위 봉우리로 형성돼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고 짜릿한 스릴을 선사한다.

◆기골 장대한 노송

등산의 기점은 크게 두 군데로 매화마을(상촌)과 칠봉교. 두 산을 묶는 종주산행을 원한다면 매화마을에서, 문바위봉과 칠봉을 원한다면 칠봉교에서 시작하면 된다. 삼거리에 상촌마을 비와 산행 안내판이 있는 매호리 마을회관에서 종주산행이 시작된다. 시멘트 임도로 450여m 직진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접어들고 작은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 소로에 등산로 팻말이 보인다. 밭에는 개망초가 만발해 있고 150여m를 더 오르면 본격적인 숲속 등산로다.

20분쯤 오르자 벤치 하나가 있는 첫 번째 전망대다. 제2전망대, 3전망대를 지나 등산로가 꺾어지는 오른쪽 벗어난 지점에 평장바위굴이 있다. 평장이란 평토장(平土葬)을 일컫는 말로 봉분을 만들지 않고 평평하게 매장하거나 장사 지내는 것을 말한다.

송운대에는 ‘송운봉’이라는 작은 팻말에 ‘474m’라고 적혀 있다. 멋있는 소나무 몇 그루가 있는 곳으로 조망이 뛰어나다. 어제 내린 비의 여파로 습기가 많고 안개 같은 가스가 자욱하다. 맑은 날에는 사방 100리의 풍광이 시야에 들어오고, 장쾌하게 뻗은 치악산의 주능선과 굽이쳐 흐르는 섬강의 풍경이 일품인 곳이다. 송운봉에서 소군산 정상까지는 멋진 소나무 길, 20분이 소요된다. 펑퍼짐한 평지에 정상석이 있고 사면에 노송들이 호위를 하고 있다. 소군산은 옛날에 호랑이 덫을 놓았다고 해서 호덫봉이라고도 불렀다. 옛날 풍수에 의하면 호랑이가 잡아먹고 버린 사람의 머리가 놓인 곳이 명당 터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고 보면 산자락에 호랑이굴이 있고 평장바위에 석굴이 있는 걸 보면 호랑이와 어떤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하고 나름 추정을 해 본다.  

정상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이름 없는 무명봉이다. 바닥에 떨어진 나무표지판에 칠봉이라는 글이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다. 서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계속해서 이어가면 평평한 바위조망대를 지나게 되고 등산로는 서서히 가라앉는다. 애써 올랐던 높이를 반쯤이나 까먹었을까, 오름길이 시작되고 가팔라진다. 이름하여 ‘깔딱고개’, 숨이 턱에 차고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전체 등산로 중 가장 힘든 곳이다.

소군산에서 40분 정도를 걸었을까. 주능선처럼 두루뭉술한 555봉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능선을 탄다. 513봉에서 의일골로 내려가는 희미한 갈림길을 통과해 15분이면 두 번째 탈출로가 있는 500m봉이다. 힘들어 하는 중간 탈출자들은 여기서 탈출시킨다. 문바위봉 가는 길로 50m를 내려서니 거대한 노송이 보인다. 등이 굽은 여느 노송들과 달리 기골이 장대하다. 직선으로 뻗은 가지가 시원스럽고 힘이 넘친다.

왼쪽으로 이따금씩 터지는 조망과 노송들에 의해 주능선의 풍치가 뛰어나다. 살아 꿈틀거릴 것 같은 멋진 노송 한 그루를 지나자 문바위등 능선의 최고점인 585m봉이다.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 삼거리다. 문바위봉 정상까지 왕복하는 데 6분 정도가 소요되고 정상에는 나무판자로 만든 표지판이 참나무에 매달려 있다. 주변에 나무가 있어 조망은 그리 좋지 못하다.

계곡의 맑은 물, 피로 말끔

하산은 문바위등을 탄다. 문바위와 능선 곳곳의 암릉 구간에는 굵고 튼실한 흰 로프가 새롭게 설치되어 있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뒤섞인 능선은 명품등산로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나게 아름답다. 무덤이 있는 곳에서 앞이 확 트인다. 칠봉과 그 아래로 유원지의 소나무 숲이 보이고 섬강에는 피서객들의 물놀이가 한창이다. 긴 코스의 산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칠봉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칠봉교를 건너 등산을 시작한다. 작은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경관이 빼어난 칠봉은 작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등산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7개 바위 봉우리 중 6봉과 7봉을 제외하고 모두 5분 이내의 거리를 유지하지만 안전시설이 전무해 절벽 길은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특히 6봉은 칠봉의 우두머리라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로프가 세 단계로 이어져 있다.

소군산과 문바위봉을 종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시간 30분. 두 산을 따로 산행할 경우 소군산은 2시간 30분, 문바위봉은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종주 코스로도 만족할 수 없다면 후반부에 칠봉을 넣는다. 시간은 약 1시간에서 1시간 20분 정도 더 소요된다. 소군산과 문바위봉을 따로 등산한다면 의일골과 고들골 합수계곡으로 하산하는 게 좋다. 계곡의 물이 맑고 깨끗해 산행 중 흘린 땀과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 낼 수 있다. 칠봉 산행 기점인 칠봉교 아래 섬강에서 물놀이를 할 수도 있지만 계곡보다는 물이 아무래도 못하다.  



 

전국 어느 산을 누벼도 소군산과 문바위봉처럼 전 능선이 성벽처럼 날이 선 곳은 없다. 페이스와 취향에 따라 등산코스를 선택할 수 있고, 종주코스를 선택했더라도 두 군데 탈출로가 있어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이 가능해 색다른 등산으로 기억될 것이다.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간현유원지가 있다. 원주시 제일의 유원지로 산천이 흐르는 간현협곡을 중심으로 치악산국립공원과 함께 국민관광지로 손꼽힌다. 협곡의 동쪽 절벽 밑으로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으며, 절벽 위로는 중앙선이 통과한다. 주위에 진공대사탑비 귀부 및 이수(보물 제463호), 흥법사지3층석탑(보물 제464호), 조엄의 묘와 공적비 등이 있고 여러 개의 식당도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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