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춘천 드름산
춘천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는 동네 뒷산은 어떤 곳일까. 드름산이라는 생소한 산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 산 정보를 탐색하던 도중이었다. 몇 장의 사진을 접하고 보니 괜찮은 산이란 느낌은 들었지만 문제는 산의 높이와 등산 시간이었다. 가장 근거리의 삼악산이 654m인데, 그 절반에 해당하는 357m라니. 그런데 그것은 기우였다. 다녀오고 나서야 진정으로 드름산의 가치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춘천이 호반의 도시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호수의 도시답게 등산 시작점에서 만나는 의암호는 뇌리를 시원하게 해준다, 천 길 벼랑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의암호와 춘천시의 조망은 덤이다. 산자락 곳곳은 물론 등산로 중간 중간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뤄 산의 가치를 높여 준다. 해발 300여m에 불과한 산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멋진 조망 조식 시간을 제외하고 대구에서 산행 시작점인 의암호 인어상이 있는 곳까지 차량으로 3시간 30분. 인어상은 지방도로보다 낮은 호숫가에 위치해 잘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인어상 조금 못 미쳐 드름산 등산로 안내판이 있고,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의암호 오른쪽, 바위 절개지 인근에 주차하고 등산에 나선다. 등산로 오름길은 얕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계곡은 가뭄이 오래 지속된 탓에 물기가 없고 6월이라 날씨가 무더워 금방 몸이 땀으로 범벅된다. 한참 계곡을 따라 오르면 등산로는 왼쪽 산자락으로 기지개를 켠다. 촘촘하게 만들어진 계단길이 완만해 무리가 없어 오르기가 편하다.
지능선에 올라붙자 이정표가 보인다. 오른쪽이 전망대 오름길이고 왼쪽은 ‘등산로 없음’이라 적혀 있다. 산의 형세를 보니 왼쪽이 조망이 뛰어날 것 같다. 놓치고 싶지 않아 100여m 발품을 파니 절벽 위에 바위 하나가 얹혀 있다. 누군가가 참나무를 잘라 조망을 용이하도록 해 놓았다. 바위에 오르면 아찔한 현기증과 함께 의암호 전체가 드러난다. 조금 뿌옇게 흐려진 날씨가 옥에 티지만 붕어섬과 상`하중도, 고슴도치섬이 물 위에 평화로운 모습으로 떠 있다. 벼랑 아래를 살피니 의암바위를 오르는 암벽꾼들이 개미처럼 두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쳐다보면 전망대 데크가 설치된 바위 봉우리가 보인다.
조망을 즐기고 되돌아 나와 전망대를 향한다. 전망대 데크에는 조망도가 설치되어 있어 탐독을 하며 주위의 경관을 눈에 담는다. 전망대 데크를 우측으로 돌아 내려가면 2단으로 형성된 바위전망대가 있다. 마치 의암호 위에 서 있는 듯 착각이 들 정도로 물이 가깝고 절벽이 아찔하다. 기암괴석이 늘어선 삼악산 자락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상원사와 삼악산장이 한 장의 그림 위에 있는 듯이 아름답다.
바위 위에 올라선 낙락장송의 의젓함이 운치를 더해 한 폭의 동양화로 손색이 없다. 조금 전 올랐던 바위보다 훨씬 더 스릴이 느껴지는 곳이다. 주능선 길이 여름산행지로 적격이다. 숲이 터널을 이뤄 햇빛의 근접을 막는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간간이 나타나 태고의 숲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원한 호수바람도 불어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힌다. 간간이 나타나는 벤치만 없다면 이 산이 과연 춘천의 뒷산일까 하고 의문이 들 정도다.
◆숲이 우거진 등산길
조망과 삼림욕을 즐기며 느릿한 걸음으로 가장 높은 봉우리를 치고 오르니 드름산 정상이다. 등산시작점에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조금 너른 공터에 정상 표지석이 있다. 그늘을 찾아 자리를 펴고 점심을 해결한다. 이름 없는 산인데도 불구하고 외지인들이 많다. 정상을 지나서도 소나무와 참나무가 숲을 이룬다. 이윽고 네거리 갈림길인 웃바우고개에 도착해 가야 할 길을 확인한다. 좌측이 춘천대우아파트로 내려서는 길이고 우측은 능선에서 내려오는 지름길, 직진 등산로가 팔미육교와 의암리로 가는 길이다. 약간의 오름길을 타고 오르니 처음으로 바위능선이다. 좌측이 확 터지며 춘천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좌측 전방으로 대룡산이 우뚝하다.
봉우리 하나를 조금 힘들게 치고 오르니 정상과 버금한 350m 봉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쉬고 있다. 이제부터 내림길, 그러나 등산로는 둘로 갈라진다. 금방이라도 합쳐질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드름산 등산로 중 가장 주의해야 할 지점으로 자칫 직진해 버리면 312m봉을 거쳐 의암교 쪽으로 내려서게 된다. 원점회귀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면 좌측 길을 따른다. 그래야 잣나무 숲을 만나고 팔미육교로 가게 된다.
내려서는 길이 지그재그다. 숲은 여전히 우거졌고 지능선이 잘 보이지 않아 독도가 어렵다. 15분여 내려서니 잣나무 숲이다. 정갈하게 조성된 숲이 청량한 기운을 내어 뿜어 기분마저 상쾌하다. 기분이 업되어 그럴까. 날머리 입구인 팔미육교가 금방이다. 날머리 입구에는 야생화 찻집이 있고 등산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다. 의암호 인어상에서 등산을 시작해 전망대, 정상, 잣나무 숲을 지나 팔미육교로 내려서는데 총 산행 거리는 약 7.5㎞다. 소요시간은 3시간~3시간 30분 정도. 산행 중 변화하는 숲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굵직한 노송군락은 이 산의 연륜을 짐작하게 한다. 조림지의 잣나무와 낙엽송은 숲의 미래를 보여준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진산인 봉의산과 시가지도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린다. 춘천을 둘러싼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능선길이 좋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그러나 입소문이 나면 교통이 편리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편도 교통시간 3시간 이상을 투자해 하루의 짬을 낸다고 해도 결코 아깝지 않은 산이다. 산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춘천을 둘러싼 산자락이 차례로 눈에 들고 발 아래로 북한강의 물줄기를 담아낸 의암호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산의 높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좋은 산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확연하게 인식시켜준다. 산행에 대한 부담이 적어 문학기행과 먹거리와 연계해도 좋을 듯. 산행 날머리인 팔미육교에서 5분여 거리에 ‘김유정문학촌’이 있고 춘천의 대표적 먹거리인 ‘춘천닭갈비’와 ‘막국수’로 유명한 식당도 있다. 학곡리 막국수 033-261-9478.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