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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벌교 제석산 신선대 [기사: 2012. 5. 24]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2. 6. 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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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전남 벌교 제석산 신선대

소설 ‘태백산맥’의 주요 무대, 벌교가 뜨고 있다. 2008년 ‘태백산맥문학관’이 세워지면서 문학기행, 테마여행지로 급부상하더니 이제는 테마산행지로까지 각광 받고 있다. 그 중심에 소설의 무대인 제석산이 있다.
비운일까 행운일까? 소설 ‘태백산맥’ 파급력은 현지에서도 대단하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더니 산도 딱 그렇게 닮아간다. 소설에서는 두 ‘이념’이 피를 흘린 비운의 산이었지만 그 갈등 덕택에 이제는 명품 산으로 뜨고 있으니 말이다.

제석산은 전라남도 순천시의 서남쪽 별량면과 벌교읍의 경계에 있다. 원래 이름은 개운산(開雲山)이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제석으로 바뀌었다. 제석(帝釋)이란 불가의 용어인 ‘제석천’에서 온 명칭. 한국에서의 제석신앙은 하늘에 대한 외경심리와 깊이 연관돼 있다. 이 산이 이러한 이름을 얻은 것은 이 지역 주민들의 불교에 대한 깊은 신심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등산 시작점 동화사, 동백 숲으로 유명=등산의 시작점은 동화사. 접근은 남해고속도로 순천IC를  빠져나와 부산, 목포 구간 2호선 도로를 따르다보면 우측으로 동화사 안내판이 보인다. 국도에서 빠져나와 우측으로 10여 분 지방도를 따르면 대룡저수지가 나타나고 곧이어 동화사다. 자가용과 대형버스 주차와 회차가 가능하다.

동화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로, 1047년 의천(義天)이 이곳을 지나다가 상서로운 기상을 보고 절을 지었다고 한다. 조선 중기에 법홍(法弘)이 향로전(香爐殿)을 지었고, 1696년(숙종 22)에 법당`선당(禪堂)`문루(門樓)`요사채 등을 중건했다. 중요 문화재로는 보물 제831호인 동화사 3층석탑과 전남 유형문화재 제61호인 대웅전이 있다.

동화사 뒤에는 아름다운 동백숲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수령이 500년 넘은 명품 수목들이지만 아직 대중들에게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다녀간다. 봄이면 근처의 금둔사 홍매화와 연계한 동백꽃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초입엔 동화사 앞 포장된 임도를 따른다. 산의 중턱지점인 자연드림목장까지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목장 표지석 못미처서 오른쪽 산자락으로 접어드는 등산로와 자연스레 갈라진다. 자칫 갈림길을 지나쳤더라도 탁 트이는 안부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고 드림목장 표지석 뒤쪽으로 내려서면 등산로와 다시 만난다.
산 중턱, 숲은 울창하다. 상큼한 등산로가 더없이 포근하다. 철쭉나무 군락지가 봄 햇살을 뚫고 시야를 간지른다. 550m봉으로 표기된 헬기장에 올라서니 사면이 확 트인다. 한글로 된 정상 표지석이 있어 자칫하면 정상으로 오인하기 쉬운 곳이다.

 

조계산`오봉산`금전산 등 호남 명산 도열=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사면팔방의 조망이 더없이 황홀하다. 동`서`북쪽으로 크고 작은 산줄기들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파노라마를 그린다. 남쪽바다 풍경은 오늘따라 수묵화를 펼쳤다.

높낮이가 거의 없는 능선을 따라 5분여 진행하면 실제 제석산 정상이다. 뒤돌아서서 북쪽을 바라보니 조계산이 우뚝하고 그 앞쪽으로 금전산과 오봉산 줄기들이 겹쳐진다. 낙안벌에 자리 잡은 낙안읍성도 아련하다. 남쪽바다 여자만에는 섬들이 점으로 흩뿌려지고, 서남쪽에선 고흥의 첨산과 두방산이 상반된 모양으로 대비되어 도열한다.

제석산 등산의 압권은 신선대 주변의 능선과 암봉이다. 왜 신선대라 이름지었는지 그 의미를 확실하게 인식시킨다. 지금까지 올랐던 육산이 골산(骨山)으로 탈바꿈되며 산의 형세가 급격히 바뀐다. 바위 능선으로 된 아기자기한 등산로가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탁 트이는 조망 속에 군계일학처럼 돋보이는 신선대가 탄성을 자아낸다. 저절로 신선이라도 된 듯 세속의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거대한 신선대 바위와 남끝봉을 통과하면 대치재다. 길은 다시 숲속으로 이어지고 양탄자 길로 바뀐다. 헬기장이 있는 작은 봉우리를 올라서면 그때부터 왼쪽의 조망이 열린다. 발밑으로 벌교읍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등산로는 산자락 중턱을 가로 지르고, 약수터를 만나면서 왼쪽 아래로 뚝 떨어진다.

운동 시설과 아름다운 봉분이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태백산맥문학관 쪽으로 길을 잡는다. 잠시 후 임도와 이정표가 있는 홍교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으로 내려서면 현 부자댁 한옥과 ‘조정래 등산길’이란 거대한 표지석이 보인다. 현부자댁 안을 둘러보고 30여m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현대식 건물인 ‘태백산맥문학관’이 보인다.

◆보성군 태백산맥문학관 조성=태백산맥문학관은 조정래가 쓴 대하 역사소설 ‘태백산맥’의 문학적 성과를 기리고 통일에 이바지하자는 취지로 보성군이 2008년에 세운 것이다.  문학관이 들어선 회정리는 소설 ‘태백산맥’ 이 전개된 주요 무대다. 소설 첫 장면에 등장하는 현 부자 집을 옛 모습으로 그대로 복원했다. 문학관은 크게 전시시설인 문학관 건물과 소설 속 무대를 복원한 현 부자 집 및 소화의 집으로 구성돼 있다. 주요 전시물은 1983년 집필을 시작해 6년 만에 완간된 ‘태백산맥’ 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이다.
제석산의 총 거리는 약 7.07㎞. 소요시간은 등산객들의 체력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점심시간을 포함해 약 4시간이면 충분하다.

등산의 들머리와 날머리는 태백산맥문학관이나 동화사를 주로 이용하지만 동화사는 교통이 불편하고 식당이나 편의시설이 없어 날머리로 적합하지 않다. 반대로 문학관 쪽에는 식당이 많다. 벌교 시외버스터미널이 바로 문학관 밑에 있다.  
벌교는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가 되는 시설물들이 많이 남아 있고, 주변에 낙안읍성 민속마을과 낙안온천, 화포해변 등이 있어 산행의 목적에 따라 등산과 테마여행을 겸할 수 있다.
‘벌교에 가서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벌교는 꼬막의 집산지다. 읍내 소화다리 근처에 꼬막집이 즐비하다. 요리를 먹으며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인물 ‘염상구’를 떠올리면 자칫 외설이 될 수도 있다. 외서댁을 겁탈한 뒤 그 느낌을 꼬막에 빗대기도 했으니.

고흥, 보성, 장흥, 강진의 명산을 등산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벌교다. 그 벌교를 바라볼 때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읍(邑)을 아기처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제석산이다. 그 뒤로 희끗한 암릉이 펼쳐지면 신선이 노닌다는 신선대로 보면 틀림없다.
이제 벌교를 지날 때마다 여행과 산행이 지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볼거리 하나와 생각할 거리 하나를 새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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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말했던가요?

이름없는 산이 주는 아름다운 미학을......

민족분단의 이데올레기적 아픔을 세세하게 조명한  대하소설 조정래의 "태백산백"

그 주무대가 된 전남 순천 벌교의 산,

제석산을 우리들은 소설을 이야기하며 참 아름답게 걸었습니다.

 

오백년의 역사가 새겨진  고찰  동화사.

그 뒷편에 오백년 이상이 된 동백나무 숲이 광범위하게 심어져 있다는 걸

관심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산의 위명이 대단하지 않다해서

그 산이 다른 산보다 못한 건 아닙니다.

어제 걸어 본 사람만이 압니다

제석산이 얼마나 아름답고 빼어난 산이란걸 말입니다.

 

좋은 산, 좋은 사람, 좋은 날씨.

그속에 어우러진 풍경들을 부족한 카메라로 담아 봅니다.

 

201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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