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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응암산 장기목장성 [2012. 5. 3]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2. 5. 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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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구룡포 응암산 장기목장성


매를 닮은 바위봉우리가 있다고 해서 응암산(鷹巖山)이다. 사시사철 푸른 동해바다를 안고 있다. 해발이 200여m라고 동네 뒷산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 산은 높이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산이 갖춰야 할 품성으로 평가해 달라고 온몸으로 시위하는 산이다. 산자락에 삼국시대부터 말을 기르던 목장성이 있었다 하여 장기목장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상은 발산봉수대가 있는 팔각정으로 해발 205m. 7만5천분의 1 지도에는 ‘공개산’이라 적혀 있다.

등산코스는 장담한다. 송림이 우거져 솔향기도 그윽하고 삼림욕에 그만이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해풍에 세속에 찌든 스트레스마저 말끔히 해소돼 기분마저 상쾌해지는 산이다. 산이 뿜어내는 매력에 푹 빠지다보면 선입견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저절로 깨닫게 해준다. 정말이지 산의 높이와 만족도는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

◆구룡포초교 들머리로 약 10㎞, 4시간 코스=등산 들머리는 크게 세 군데다. 구룡포해수욕장, 구룡포초교, 눌태리(탯골)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교통이 편리한 구룡포초교를 들머리로 삼는다.
초등학교 우측 옆으로 난 도로를 따르다 보면 보건소가 나타나고 왼쪽으로 길이 보인다. 시멘트 블록 담벼락에 ‘목장성탐방로’‘등산로’ 라 표기가 되어 있다. 오른쪽 등산로를 따르면 ‘구룡포 장기목장성 탐방로’라는 커다란 안내판이 서 있다. 그곳을 통과하면 야산의 밭을 지나고 소나무 숲을 통과하면 바로 전망대다. 전망대에 올라 구룡포 읍내와 끝없는 동해바다를 조망하며 숨을 고른다.

‘목장성 옛길’로 명명된 등산로 곳곳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꽃을 피워내고 있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 청량한 기운이 감도는 솔숲을 지나노라면 체육공원이 나타난다.

등산을 시작한 지 35분여 만에 구룡정(九龍亭)에 도착한다. 주변의 산들을 돌아보고 바다를 조망한다. 간단한 음료수와 과일로 호흡을 고른다. 건너편 서북쪽으로 응암산 정상인 박바위 주변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쾌적한 송림 속 레이스. 등산로는 어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환상적 소나무 숲길이라 명명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등산로 바닥은 융단을 밟는 듯 편안하다. 등산로 위로는 소나무 군락이 터널을 이룬다. 가끔씩 나타나는 소방도로는 길을 횡단할 뿐 길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자를 통과하면 응암산 정상을 먼저 올랐다가 발산봉수대를 오를 것인지 사전에 결정해야 한다. 장기목장성을 꼭 탐방하고 하산을 하고자 한다면 미리 오르는 것이 좋다. 그래야 길이 중복되지 않는다.
세 번째 임도를 만나기 전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타난다. 등산 중 내내 시선을 끌던 박바위로 가는 길이다. 임도를 만나 좌측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180도로 확 꺾이는 지점에 이정표가 보인다(정자`박바위 300m, 봉수대`팔각정 1.2㎞).
 
◆정상에 서면 산 능선과 망망대해 환상 조합=거대하고 드넓은 암반 위에 정자가 있고 응암산 표지석이 있다. 사방팔방이 탁 트인다. 잘록한 암반을 지나 매를 닮은 기골 찬 바위봉우리에 올라서면 조망은 정점을 찍는다. 삼면에선 크고 작은 이름 없는 산의 지능선과 봉우리들이 첩첩이 파노라마를 그려내고 남쪽은 망망대해다.
멀리서 보면 매가 앉은 형상을 하고 때로는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모양을 한 응암산 정상은 흔히 ‘박바위’라 부른다. 바위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박바위는 바가지를 엎어 놓은 것처럼 보여 지역민들이 박바위라 부른다. 박바위 위쪽에는 두 뼘 크기의 작은 웅덩이 두 개가 있다. 갈수기를 제외하고는 물이 마르지 않아 매가 와서 목을 축이고 간다고 한다.

원 없이 조망을 만끽하고 돌아나와 발산 봉수대를 향한다. 길은 임도와 산길이 병행된다. 목장성을 통과해 조금 오르자 갈림길이다. 좌측은 전망대 길로 300m 거리고, 최고봉인 발산봉수대와 팔각정은 우측으로 150m 거리에 있다. 발산봉수대까지 오르는데 약 5분이 걸린다. 안내판과 나무벤치 4개가 보인다. 평지 위에서 말 3마리가 노닌다. 물론 조형물이다.

이층 구조로 된 팔각정에는 마봉루(馬烽樓)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누대에 오르니 호미반도의 이름 없는 봉우리와 영일만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식 후 올랐던 길을 돌아 나와 까치전망대로 오른다.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사면의 산들이 한 폭의 수채화로 펼쳐진다. 동편 가까이 지능선에 길게 늘어선 목장성이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국영목장 ‘목장성’=이곳은 조선시대 말을 키우던 국영목장의 돌울타리로 동배곶(冬背串)목장이라고도 한다. 구룡포 돌문에서 동해면 홍환리까지 호미반도를 가로지르는 약 7.6㎞에 축조되었는데 현재는 5.6㎞가 남아 있으며 정확한 조성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따르면 구룡포 돌문에서 당시 말의 출입을 통제하던 문지기 2명이 있었고 구룡포읍 삼정리에는 관아인 목아문(牧衙門)이 있었다고 한다.

전망대를 되돌아 나와 장기목장 쪽으로 하산로를 잡는다. 근래에 목장성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구룡포읍사무소에서 희망근로사업을 통해 약 4㎞의 석성 터를 발굴하여 탐방로를 조성했다. 탐방로 주변에 벚나무 800본, 진달래, 구철초 등을 식재하여 4계절 탐방로를 만들어 탐방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군데군데 등산로가 보이나 무시하고 계속 따르면 길은 계곡 안쪽으로 뚝 떨어진다. 흙으로 된 임도를 따라 담소를 나누며 걷노라니 능선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보인다.

염창골로 하산하려면 일단 지능선으로 올라붙었다가 하산해야 한다. 구불한 임도를 한참 돌아 나오니 눌태리 마을회관이 보인다. 우리가 하산한 길은 탯골이다. 눌태리까지 25인승 이하 버스는 주차가 가능하나 대형버스는 진입이 어렵다.
구룡포 응암산 등산로는 다양하다. 어느 곳을 올라도 만족할 수 있다. 동해바다가 한눈에 펼쳐 보이고 주변의 산들이 수려한 파노라마를 그린다. 조선시대 말을 돌보던 목장과 봉수대도 있고 중간 중간 정자도 3곳이나 있다. 총 등산거리는 약 10㎞ 정도, 2~4시간 정도가 걸린다. 발산봉수대에서 호미곶까지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는데 약 5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하산 후 구룡포 수산시장에 가면 대게와 자연산 회 등 술 안줏감이 푸짐하다. 주변에 호미곶광장과 등대박물관도 있어 여유 있게 둘러보기에 좋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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