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광양 백계산`제비추리봉
광양 백운산(1,218m)에서 뻗어 내린 지맥에 아담한 산 두 곳이 있다. 두 산은 백운산의 중앙부에 위치했지만 아직은 일반인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백운산 둘레길 1코스’ ‘도선국사 천년숲길’로 명명되고 소문이 나면서 등산객들이 서서히 찾아들고 있다. 산의 이름은 백계산(505.8m)과 제비추리봉(593.2m). 명산은 명찰을 끼고 있는 법. 산자락에는 전설적 사찰인 옥룡사지와 운암사까지 자리 잡았다. 등산 시작점은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 옥룡사지 주차장과 운암사다. 옥룡사지와 운암사는 지능선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양분되어 있다.
운암사 입구에서 등산에 나선다. 제일 먼저 절 앞마당에 세워진 거대한 황동약사여래입상이 눈에 들어온다. 2007년에 조성되었는데 좌대 높이가 10m, 불상 높이가 30m로 속리산 법주사의 청동미륵대불(27m)보다 규모가 더 크다. 여래불상 앞쪽에는 대리석 테두리로 만든 커다란 인공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사찰을 한 바퀴 둘러보고 좌측 동백나무 숲 속으로 들어선다. 대낮인데도 캄캄할 정도로 동백 숲이 우거져 있다. 앞쪽에 부도탑이 보이더니 길은 좌측 지능선으로 곧장 올라붙는다.
◆옥룡사 주변 수백 년 된 동백 군락지=능선 맞은편에 드넓은 옥룡사지가 보인다. 통일신라 말기의 뛰어난 고승이자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35년 동안 머무르면서 수백 명의 제자를 가르치다가 입적한 곳이다. ‘옥룡’이라는 지명은 도선의 도호인 ‘옥룡자’에서 유래되었으며 수백 명의 사문들이 그의 법문을 듣고자 몰려 들어 옥룡사파란 지파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이때 몰려드는 인원을 수용하려고 인근에 사찰을 세웠는데 이곳이 바로 운암사다. 운암사는 사세 확장을 거듭하다 1878년 화재로 소실된 뒤 폐사되었다가 1969년에 현재의 건물로 다시 세워졌다. 옥룡사지 주변에는 도선국사가 땅의 기운을 보강하려고 심었다는 동백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7천여 그루의 동백이 7만㎡ 산자락에 군락을 형성했다.
모두 인공림이 아닌 자연림이다. 동백나무의 높이는 5, 6m로 큰 편이고 모두 수령 수백 년 이상 된 것들이다. 동백이 팔뚝 굵기로 자라는 데 10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곳의 동백은 대개 20~40㎝인 것들이다.
지능선으로 다시 올라와 능선을 타기 시작한다. 소나무가 우거진 등산로는 거의 융단 수준이다. 이렇게 아늑하고 편안한 등산로라면 하루 종일 걸어도 무리가 없을 듯싶다.
완만한 경사길을 재촉하노라니 솔 향기가 콧속을 파고든다. 곧이어 우측으로 송전탑이 나타난다. 이정표가 보이긴 하는데 거리 표시는 없다. 직진하면 백계산으로 가는 숲속길이고, 우측 내림길은 ‘둘레길/ 눈밝이샘’으로 가는 길이다.
◆신라 말 도선국사 흔적 전하는 옥룡사지=‘눈밝이샘’은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 길은 산사면 아래로 비스듬히 연결된다. 100여m 정도 내려가니 우측 골짜기 사이로 샘터가 보인다. 이곳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도선국사가 전국 방방곡곡으로 참선 수행길을 다니던 중 천하의 명당인 백계산에 옥룡사를 창건하고자 했지만 큰 연못이 있어 곤혹스러워했다. 도선은 숯을 한 가마니씩 가져와 연못에 넣고 샘물을 마시면 눈병이 낫는다며 샘물의 효험을 널리 전파했다. 그러자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눈병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연못에 숯을 넣고 이곳에 올라와 샘물을 마신 후 눈병이 완쾌되고 눈이 밝아지자 이때부터 이곳을 ‘눈밝이샘’이라 불렀다고 한다.
풍수적으로 이곳은 ‘비천오공’(飛天蜈蚣`하늘을 나는 지네)의 생식기에서 동향서출(東向西出)하는 형세를 하고 있어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도 샘터의 모양이 여성의 자궁처럼 생겨서 손을 대지 않고 표주박으로 받아서 먹는다고 한다.
물을 마시고 돌아나와 숲속으로 길을 재촉하니 삼거리다. 우측이 백계산 정상을 다녀오는 길이다. 작은 봉우리 2개를 넘으니 백계산 정상목이 세워져 있고 그 앞에는 삼각점이 보인다. 간단히 기념 촬영을 하고 다시 되돌아 나오니 약 15분 정도 소요되었다.
금목재로 향하는 길은 서쪽으로 뻗은 능선이다. 오르내림이 없는 참나무 숲길이라 힘이 들지 않는다. 중간지점에 벤치 2개가 있는 곳에서 서쪽을 바라보니 멀리 가야 할 도솔봉 능선이 가로 줄기로 보인다.
금목재에 도착하니 시멘트 포장길이 연결되어 있다. 우측 편에 ‘도선국사 천년숲길 등산 안내도’와 ‘백운학생양영장 2.4㎞ 40분’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중식을 해결하고 임도 건너편 나무계단을 오른다. 길은 우측으로 꺾이고 작은 봉 하나를 넘으니 나무 쉼터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는 가파른 경사길. 숨이 조금씩 막혀온다. 주능선 조금 못미처 전망바위에서 가쁜 숨을 고른다. 뒤돌아보니 좌측 백운산에서 억불봉까지 늘씬한 능선들이 시원한 파노라마를 그렸다.
도솔봉 주능선 갈림길에 도착하니 의외로 작은 봉우리다. 해발 745m로 오늘 등산 중 최고 높이다. ‘금목재 1㎞’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금목재에서 35분 정도 걸렸다.
남쪽으로 거쳐 가야 할 송전탑이 멀리 내려다보인다. 작은 봉우리 두어 개를 넘고 한참을 내려섰다가 다시 봉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올라선다. 길은 이내 삼거리 하나를 펼쳐 놓는다. 우측 능선길로 올라서니 오늘 산행의 두 번째 목적지 제비추리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593.2m로 오히려 무명봉보다 150여m가 낮다.
정상 표지판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한 후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소나무 숲길을 40분여 내려가니 우측에 산막 한 채가 보인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이다.
◆울창한 휴양림`황톳길서 산행 피로 풀어=휴양림에는 미끈하게 잘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들어서는 순간 머리가 맑고 상쾌해진다. 낙엽송, 삼나무, 소나무, 전나무와 잣나무 등 울창한 숲이 황토 산책길, 야생화 정원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매표소를 통과하니 외산마을 삼거리에 관광버스가 정차되어 있다.
옥룡사동백림주차장이나 운암사를 들머리로 ‘옥룡사지~금목재~백운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약 7.1㎞ 거리, 소요시간은 3, 4시간 정도.
올해 꽃샘추위가 유난히 심술을 부리고 있다. 지난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탓인지 예전보다 꽃소식이 늦다. 사적 제407호인 옥룡사지의 동백꽃은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 숲을 둘러보는 감동은 필설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지다. 꽃이 절정일 때 찾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시간이 짧아 아쉽다면 돌아오는 여정에 30분 거리인 섬진강 마지막 포구인 망덕포구에 들르면 시인 윤동주 유적지와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윤동주 유고보존 정병욱 가옥’이 있다. 대구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해도 오후 7시 이전에 귀가할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광양 백계산 제비추리봉 옥룡사지
광양 백운산(1,218m)에서 뻗어 내린 지맥에 아담한 산 두 개가 형성되어 있다. 백운산의 중앙부에 위치하지만 아직은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되지 않아 그 이름조차 도 낯설다. 그러나 이제 그 산이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백운산 둘레길 1코스” 또는 “도선국사 천년숲길”로 명명되어 사람들이 서서히 찾아들기 때문이다.
산의 이름은 백계산(505.8.m)과 제비추리봉(593.2m). 거기다가 산자락에 위치한 옥룡사지 와 운암사는 전설적인 사찰로 주변에 약 7,000여 그루의 동백이 자생하고 있다.
등산 시작점은 광양시 옥룡면 추산리 옥룡사지 주차장과 운암사다. 지능선을 사이에 두고 옥룡사지와 운암사는 동서로 양분되어 어느 쪽을 들머리로 하던 한번은 내려섰다 다시 올라서야한다. 운암사 입구에서 관광버스를 정차하고 등산에 나선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절 앞마당에 세워진 거대한 황동약사여래 입상이다. 2007년도에 조성된 것으로 좌대의 높이가 10m, 불상높이가 30m로 속리산 법주사의 청동미륵대불(27m)보다 규모가 더 크다. 여래불상 앞쪽에는 대리석 테두리로 만든 커다란 인공연못이 조성되어 형형색색의 잉어들이 유유하게 유영하고 있다.
사찰을 잠시 돌아보고 좌측 동백나무 숲속으로 들어선다. 대낮인데도 캄캄할 정도로 동백 숲이 우거졌고 앞쪽으로는 부도탑이 보인다. 좌측 지능선에 올라서니 반대편으로 드넓은 옥룡사지가 보인다. 통일신라 말기의 뛰어난 고승이자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35년 동안 머무르면서 수백 명의 제자를 가르치다가 입적한 곳이다. ‘옥룡’이라는 지명은 도선의 도호인 ‘옥룡자’에서 유래되었으며 수 백 명의 사문들이 그의 법문을 듣고자 몰려들어 옥룡사파란 지파가 생겨났다고 한다. 이에 몰려드는 인원을 수용하려고 인근에 사찰을 세웠는데 바로 운암사다. 그러다 1878년 화재로 소실된 뒤 폐찰 되었다가 1969년에 현재의 건물로 다시 세워지기 시작했다.
옥룡사지 주변에는 도선국사가 땅의 기운을 보강하려고 심었다는 동백나무 7,000여 본이 7만㎡에 걸쳐 숲을 울창하게 이루고 있다. 모두 인공림이 아닌 자연림이다. 동백나무의 크기는 5~6m 정도로 큰 편이고 수백 년 이상이 된 동백이다. 동백이 팔뚝 굵기로 자라는 데 일백 년이 걸린다는데 이곳의 동백은 20~40cm인 것이 흔하다.
지능선으로 다시 돌아와 능선을 오른다. 소나무가 우거진 등산로는 거의 융단 길 수준이다. 아늑하고 편안해 하루 종일 걷고 싶은 길로 솔향기가 콧속을 파고든다. 별 어려움 없는 완만한 경사 길을 재촉하니 우측이 공터인 송전탑이 나타나고 이정표가 보인다. 거리표시는 없고 직진은 백계산으로 가는 숲속길이고 우측 내림 길은 ‘둘레길/눈밝이샘’ 으로 가는 길이다.
시간적 여유가 많은지라 ‘눈밝이샘’을 갔다 오기로 한다. 길은 산사면 아래로 비스듬히 연결된다. 백 여 미터 정도 내려갔을까. 우측 작은 골짜기 안에 샘이 보인다. 옛날 도선국사가 전국 방방곡곡으로 참선 수행 길을 다니던 중 천하의 명당인 이곳 백계산에 옥룡사를 창건하고자 했지만 이곳에 큰 연못이 있어 곤혹스러워 했다. 도선은 숯을 한가마니 씩 가져와 연못에 넣고 샘물을 마시면 눈병이 낫는다며 샘물의 효험을 널리 전파했다. 그러자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눈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연못에 숯을 넣고 샘물을 마신 후 눈병이 완쾌되고 눈이 밝아지자 이때부터 이곳을 ‘눈밝이샘’이라 불렀다. 이곳은 ‘비천오공(飛天蜈蚣:하늘을 나는 지네)’의 생식기에서 동향서출(東向西出)하는 형세를 가지고 있어 눈병에 특약이 되는 샘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여성의 생식기를 무척이나 많이 닮았다. 그래서 엎드려서 물을 먹기에는 조금 난감해 표주박으로 받아서 먹는다.
물을 마시고 돌아 나와 조금 오르니 삼거리다. 우측이 백계산 정상을 다녀오는 길이다.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으니 백계산 정상목이 세워져 있고 그 앞에는 ‘하동441/복구2001’ 삼각점이 보인다. 간단한 기념 촬영 후 다시 되돌아 나오니 약 15분정도가 소요되었다.
금목재로 향하는 길은 서쪽으로 뻗은 능선으로 커다란 오르내림이 없는 참나무 숲길이다. 중간에 벤치 두 개가 있는 곳에서 서쪽을 조망하면 멀리 가야 할 도솔봉능선이 가로줄기로 보인다. 이십 여 분만에 금목재에 도착하니 시멘트 포장길이 연결되어있다. 우측 편으로 ‘도선국사 천년숲길 등산 안내도’와 ‘백운학생양영장2.4km.40분소요/ Post3’ 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좀 이른 시간이지만 중식을 하고 임도 건너편 나무계단을 오른다. 길은 이내 우측 능선으로 꺾이고 참나무 숲길이다. 작은 봉 하나를 넘으니 잘 지어진 나무쉼터가 나타난다. 바람만 많이 불지 않는다면 중식장소로는 안성맞춤 일 것 같다. 이곳에서 부터 가파른 경사길이다. 숨이 조금씩 턱턱 막히는 오름길이 30여 분간 지속된다. 백운산 도솔봉 주능선 못미처 작은 전망바위에 올라 숨을 고른다. 뒤돌아보니 좌측 백운산에서 억불봉까지 늘씬한 능선들이 막힘없이 파노라마를 그린다.
도솔봉주능선에 도착하니 봉우리다. ‘금목재1km/ Post 2’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름 없는 무명봉에 불과하나 실은 오늘 등산 중 최고봉으로 해발745m다.
이제는 하산 길이다. 거쳐야 할 송전탑이 멀리 내려 다 보이고 등산로는 여전히 최고다. 작은 봉우리 두 어 개를 넘고 한참을 내려섰다가 다시 우뚝한 봉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올라서니 삼거리다. 우측 능선 길로 올라서니 제비추리봉이다. 해발 593.2m라 오히려 무명봉보다 150여 미터가 낮다. 스텐으로 된 정상 표지판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 후 본격적인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소나무 숲길을 40분여 내려가니 우측에 산막 한 채가 보인다. 백운산 자연휴양림 117호다.
자연 휴양림에는 키를 잴 수 없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생각보다 많다. 미끈하게 잘 뻗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휴양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머리가 맑고 상쾌해진다. 낙엽송, 삼나무, 소나무, 전나무와 잣나무 등 울창한 숲이 나무로 만든 벤치와 평상이 운치 있게 조화를 이루고 황토 산책길과 야생화 정원 등 시설물 등이 조성되어 있다. 매표소를 통과하니 외산마을 삼거리에 버스가 보인다.
옥룡사동백림주차장이나 운암사를 들머리로 “옥룡사지→금목재→백운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까지 약 7.1 km 거리다. 소요시간은 약 3:30~4:00정도인데 중간지점인금목재에서 하산하면 1시간이상 단축된다. 부담 없는 테마산행이나 가족 산행지로 권할만한 곳이다.
올해 마지막 꽃샘추위가 지난 11일 경이었다. 겨울에 기온이 많이 내려간 탓인지 예전보다 꽃소식이 조금 늦다. 사적 제407호인 옥룡사지의 동백꽃은 천년의 역사를 간직해 가히 필설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지라 꽃이 절정일 때 찾으면 금상첨화다. 이달 말이나 4월초에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짧아 아쉽다면 돌아오는 여정에 30분 거리인 섬진강 마지막 포구인 망덕포구에 들르면 시인 윤동주를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윤동주 유고보존 정병욱 가옥’이 있다. 대구에서 7시에 출발한다면 오후 7시경 이전에 충분히 귀가 할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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