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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 어비산 입구지계곡 [2012. 8. 23]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2. 8. 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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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경기도 양평 어비산 입구지계곡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이다. 계절에 관계가 없는 산이라지만, 좌우에 2개의 유명한 계곡이 있어 여름산행으로 그만이다. 주변의 산과 연계가 가능하고 조망이 뛰어나다. 안개가 끼거나 비가 내려도 좋다. 산이 저절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산의 이름은 어비산(魚飛山`828.6m),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양평군 옥천면에 위치해 있다. 용문산(1,157m)에서 서쪽으로 뻗어 내려간 지능선 끝에 솟은 마지막 봉우리지만 원래 지도상에는 이름이 없었다. 그러나 바로 옆의 입구지계곡(유명계곡)도 예전에는 무명 계곡이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에 얽힌 전설

산에 얽힌 전설 두 가지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산이 북한강과 남한강 사이에 있어 장마철에 폭우가 쏟아지면 일대가 잠기게 되었는데, 그때 계곡 속에 갇혀 있던 물고기들이 본능적으로 유명산보다 조금 낮은 어비산을 넘어 본류인 한강으로 돌아갔다고 해서 어비산이라 불렀다. 그리고 또 하나, 옛날 신선이 한강에서 낚시로 고기를 잡아 설악면으로 가기 위해 고개를 넘다가 잠시 쉬고 있었는데, 망태 속에 담겨 있던 고기가 갑자기 뛰어오르면서 유명산 뒤쪽 산에 날아가 떨어졌다고 하여, 어비산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현재 유명산과 어비산의 등산 기점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선어치고개에도 사연이 있다. 신선이 앉아 휴식을 취할 때 고기가 갑자기 선선해졌다고 하여, 싱싱할 선(鮮), 고기 어(魚), 고개 치(峙) 자를 써서 선어치라 부른다.

등산의 시작점은 크게 세 군데다. 가평군 옥천면과 설악면을 잇는 37번국도에 있는 농다치, 선어치고개는 유명산과 연계한 산행 기점으로, 어비산만 등산하려면 유명산자연휴양림과 어비계곡 입구인 가일리 대리마을에서 시작한다. 유명산휴양림 간판을 보고 방향을 틀면 초입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직진하면 유명산휴양림이고, 왼쪽 길이 가일리 대리마을 버스종점으로 가는 길이다. 두 곳 모두 용문산에서 발원한 계곡물이 북쪽으로 흘러가면서 빚어낸 청정계곡이라 여름의 주말이면 피서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버스 종점 뒤로 어비산장 간판이 보이고 맞은편에 ‘어비산 등산로’라는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임도를 따라 어비산으로 갈수도 있으나 하산로가 유명계곡이라 바로 산으로 올라붙는다. 초반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이나 숲이 우거졌다. 소나무와 참나무, 잣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곳곳에 아름드리 노송

산행 시작 후 700여m를 오르는 게 고비다. 약 25분 정도 소요되는데, 등산로 좌우에 긴 나무의자가 놓인 첫 번째 쉼터가 나타난다.
첫 번째 쉼터를 지나면 등산로가 완만하다. 왼편은 숲이 우거졌고, 오른쪽은 주능선이지만 몇 해 전 간벌을 한 탓으로 나무 사이로 시야가 조금 트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내내 가물던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등산을 시작할 때 비를 뿌리기 시작해 그날 많은 비가 내렸다.

들머리에서 등산을 시작한 후 약 1시간 20분 만에 봉수대에 도착했다. 어비산 정상까지는 400m 정도가 남았다. 가일리에서 1.93㎞를 올라온 셈이다.

가시거리가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에 참나무와 어울린 노송들이 몽환적이며 환상적인 자태를 드러냈다. 마치 꿈길을 걷는 듯 착각에 빠지게 했다. 봉수대에서 5분을 더 걸었을까. 마지막 전망대 부엉바위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어비산 등산 중 가장 확실하게 유명산 정상과 산자락의 바위벽들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그러나 오늘은 그 아쉬움을 우중 산행으로 대신한다. ‘어비산 부엉바위’라는 팻말이 소나무에 목줄처럼 걸려 있고, 동쪽은 바위 절벽이다.

천 길 낭떠러지가 입을 벌렸지만 자욱한 안개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
등산을 시작하고서부터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군데군데의 아름드리 노송이다. 정상 조금 못 미처 한 그루 노송이 산객들의 눈길을 확 잡아끈다. 누군가가 부러진 노송의 가지 끄트머리를 남성의 상징물처럼 깎아 놓았다. 아마도 힘들게 올라온 산객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주려는 의미일 게다. 그 옆의 의자도 무척 해학적이다.

어비산 정상까지는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약간 넓은 공터에 정상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데 ‘829m’라 적혀 있다. 참고로 각 등산지도와 개념도마다 어비산 정상의 높이가 다르게 표기돼 있다. 어비산의 원래 이름은 혜지산이라고 한다. 그 근거는 신라 말과 고려 초 혼란기에, 양근(양평) 일대의 호족인 함규에 항거했던 미원장 일대의 군사적 지배자 혜지가 웅거했던 산이라고 해서 붙여졌다.



 

◆하산 길은 계곡의 연속
정상에서 입구지계곡 합수점까지는 약 1.2㎞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30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합수점에서 최종 하산 지점인 가일리 유명자연휴양림까지는 3.1㎞를 더 가야 한다. 오른쪽으로 5분 정도 내려서니 물이 상당히 깊은 마당소다. 이후부터는 계속 아름다운 계곡의 연속이지만 등산로가 바윗길과 너덜길이다. 계곡 합수점에서 용이 승천한 곳이라는 용소까지는 30분, 박쥐소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휴양림을 통과하면 제1매표소와 제2매표소로 가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대형 관광버스로 산에 접근했다면 왼쪽 제2매표소로 나가야 한다. 자칫 제1매표소를 통과하면 여름철 성수기에는 버스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합수점에서 제2주차장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다.

어비산 등산의 시작점은 페이스에 따라 선택한다. 소구니산, 유명산, 어비산을 한꺼번에 오르려면 선어치고개나 농다치고개에서 시작한다. 소요시간은 약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정도다. 어비산만 오르고 계곡 산행이 목적이라면 유명산휴양림 입구나 어비계곡 입구인 가일리 대리마을 버스 종점에서 시작한다. 등산거리는 약 9.5㎞에 3시간 40분 정도 걸리나 제대로 된 계곡을 즐기려면 대리마을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어비계곡 또한 입구지계곡 못지않지만 철망이 쳐져 있다. 계곡까지 급사면을 이룬 산록은 울창한 숲으로 뒤덮였고 그 아래로 흐르는 계류는 비취빛이다. 큰 바위와 이따금씩 나타나는 청정한 푸른 소가 어비계곡의 자랑이지만 입구지계곡처럼 완연한 바위 협곡이 아닌 길이도 짧은 편이다.

차량은 대구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북여주에서 내린 후 37번국도로 양평을 거쳐 유명산자연휴양림으로 들면 된다. 대구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해도 오후 8시 이전에 귀가할 수 있다. 양평에서 수도권으로 들어가는 차량 때문에 1시간 정도의 정체가 생길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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