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완주 종남산`서방산`황제봉
전북 완주군 소양면과 용진면에 있는 종남산과 서방산, 황기봉, 깃대봉, 수양산, 황제봉, 오봉산 능선은 그야말로 황금능선이다. 고만고만한 산봉우리 일곱 개가 나란히 붙어 있어 4시간 남짓 투자하면 7개의 산봉우리를 한꺼번에 정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명도에서는 종남산(608m)과 서방산(612m)이 단연 으뜸이지만, 산의 형세나 조망에서는 이름 그대로 수양산과 황제봉이 최고다. 근래에 어느 산을 가다가 생긴 일이다. 대화 중에 ‘황금능선’이란 말이 귀에 들어왔다. ‘황금능선’이라니, 귀가 솔깃해진다. 지리산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황금능선’이 있단 말인가. 잠시 후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그들이 말하는 ‘황금능선’이란 적은 시간을 투자해 많은 산과 봉우리를 한꺼번에 오를 수 있는 코스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산행의 시작점은 크게 두 군데다. 봉서사 입구인 용진면의 두억교와 소양면의 송광사 입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주 송광사 주차장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송광사는 신라 경문왕 때 도의선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며, 임진왜란 때 폐찰 되었다가 광해군(1622년) 때 다섯 분의 스님에 의해 14년 만에 완공되었다. 당시 이름은 백련사였고 절 규모가 워낙 커서 일주문이 3㎞나 떨어져 있다.
우리나라 3대 사찰의 하나이자 승보사찰로 유명한 순천 송광사와 이름이 같다. 경내 대웅전 삼세불상, 사천왕상, 십자형종각, 나한전 삼존불과 오백나한상, 지장보살상 등이 모두 보물급 문화재와 유형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봄이면 송광사 들어가는 길에 벚꽃이 만개해 관광객들의 구름처럼 모여들고, 여름이면 백련정 앞에 수련과 연꽃이 만발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산행 시작점 송광사, 수련`연꽃 만발
송광사 경내를 여유있게 돌아보고 등산에 나선다. 백련정 정자 오른쪽의 송광사 담벼락을 따라 300여m를 오르면 철문이 나타난다. 철문 뒤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보이고 숲이 우거져 있다. 등산로는 소나무와 잡목에 의해 햇빛이 차단돼 여름에도 그다지 덥지는 않다. 조금은 가파른 길을 30여 분 오르면 오른쪽으로 조망이 터진다. 완주의 되실봉이 보이고, 뒤돌아서면 올라온 방면으로 조망이 훤하다. 1시간 10분이면 종남산 정상이다. 나무에 둘러싸여 조망은 별로다.
종남산 뒤쪽으로 나아가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 능선은 두억리 송림숲에서 올라오는 등산로, 오른쪽이 서방산 가는 길이다. 종남산에서 15분이면 남은재에 내려서고, 북릉을 따라 다시 고도를 높이면 작은 갈림길 지나 30분 만에 서방산에 도착한다.
서방산 정상은 드넓은 헬기장이다. 정상 표지석 대신 오른쪽 오도재로 가는 길에 이정표만 외롭게 덩그러니 서있다. 그러나 조망은 뛰어나다. 지나온 능선을 되돌아보면 종남산 주변의 지능선들이 세세히 눈에 들어온다. 정상 바로 밑 숲 속에는 식사를 할 만한 공터도 있다.
서방산을 지나면서 독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정표(주차장 1.5㎞)가 있는 갈림길에서 좋은 길을 버리고 이정표 뒤쪽으로 작은 산봉우리를 치고 올라야 한다. 작은 돌탑 봉우리에 도착하면 등산로가 좋은 오른쪽 길을 버리고 뒤쪽으로 넘어간다. 자칫 왼쪽으로 빠지면 봉서사와 두억리로 하산하게 된다. 햇빛이 들지 않는 숲 속이라 독도가 용이하지 않다. 또다시 갈림길이 나타나면 이번에도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군데군데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타나지만 철저히 무시하고 계속 직진 등산로를 택하면 된다. 돌탑봉에서 황기봉까지 40분이 소요되고, 이후 깃대봉에서부터는 등산로가 조금 협소해진다. 그러나 길을 못 찾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다 갑자기 뚜렷한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은 수양산과 황제봉을 거치지 않고 보리암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지금까지 제대로 보지 못한 조망을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기가 막힌 전망대가 연이어 나타나는 수양산이다.
해발 342m라고는 하나, 300여m나 더 높은 종남산이나 서방산보다 산의 풍치는 훨씬 뛰어나다. 곳곳의 바위에는 쇠말뚝이 박혀 있고 녹슨 쇠사슬이 벼랑에 매달려 있다. 군 특수부대의 암벽 타기와 산악 훈련장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바위능선`소나무 숲 어우러져 장관 연출
주변을 돌아보면 여기저기 뻗어있는 바위 능선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장관이다. 바위 전망대 서쪽 아래로 조금 낮은 바위 봉우리가 건너편에서 손짓을 한다. 작은 몸집인데도 위용이 황제봉이라는 산 이름 그대로다. 주 등산로에서 왼쪽으로 약간 벗어나 있어 왕복하는 게 좋다. 10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황제봉 왼쪽 바위 절벽으로 보리암 내려가는 길이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러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 황제봉에서 수양산을 바라보면 작은 산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미학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다. 황제봉에서 뒷재까지는 10분 정도 소요되는데 늘씬한 소나무가 장관을 연출한다. 준족의 산꾼이라면 왕복 30분 거리의 오봉산을 놓치지 않는다. 뒷재에서 하이트 전주 맥주공장 담벼락까지 15분가량 소요되고 가목리 마을회관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가목리 마을회관 앞은 대형 버스의 주차가 가능하다. 정자가 지어져 있고 회관 뒤쪽에 수돗물이 나와 산행 중 흘린 땀을 씻을 수 있다. 송광사에서 등산을 시작해 7개 봉우리를 차례로 오르고, 가목리까지 하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식사시간 포함, 4시간에서 5시간 정도다. 산행 거리는 10㎞. 마지막 봉우리인 오봉산은 특별한 의미가 아니라면 생략해도 무방하다.
가목리 마을 입구가 하이트맥주 전주 공장이다. 일요일과 공휴일이 아니라면 공장 견학이 가능하다. 신청은 견학일 2주 전부터 받는다. 맥주 만드는 과정과 실험실이 개방돼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 당일 만든 맥주 시음이 가능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대구에서 오전 7시 출발하면 완주 송광사 도착시간은 10시 전후가 된다. 송광사를 돌아보고 등산을 마치면 오후 3시 이전이고, 맥주공장 견학은 1시간 정도 걸린다. 대구 귀가 는 오후 8시 이전에 충분히 가능하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