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공주 철승산·태화산·마곡사
정감록 10승지 마곡사 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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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승산일까, 태화산일까? 각 문헌과 자료마다 다르다. 확연한 설명도 없이 유명한 산악포털사이트와 산악잡지(山誌)마다 각기 이름을 다르게 표기해 그야말로 난감하다. 거기다가 산의 높이마저 제각각이니 어느 자료에 신빙성을 주어야하는지도 헷갈린다.
유명한 사찰 입구에 새겨진 현판에는 태화산이라 적혀 있다. 그러나 국립지리원이 발간하는 지도책에는 철승산이라 기록되어 있다. 산의 높이도 공주시에서 세운 ‘활인봉’이라는 정상석에는 423m라 새겨져 있지만 각종 산악잡지의 개념도와 지도에는 421m, 416m, 또는 414m라 적혀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마곡사 남쪽에 자리한 깃대봉과 남서쪽에 위치한 활인봉은 철승산, 북편의 나발봉은 태화산에 가깝게 느껴진다. 두 산이 위치한 곳은 충남 공주시 사곡면과 신풍면, 유구면 사이에 소재한다. 공주시에서 서북쪽으로 24㎞ 지점에 있는 산으로 산의 이름보다는 산 중턱에 자리한 사찰 마곡사(麻谷寺)가 훨씬 더 유명하다. 마곡사는 정감록에 전해지는 십승지(十勝地)의 한 곳으로 오묘한 전설과 국보급 보물을 소재하고 있으며 ‘춘마곡 추갑사’로 더 유명해졌다. 빽빽한 숲의 행렬, 천태만상으로 형성된 산세, 가을에 한들거리는 단풍의 조화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멋으로 소문나 있다. 그동안 공주 태화산의 문제점은 등산시간이 짧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등산로가 철승산과 태화산을 연결하는 종주코스와 산행자의 페이스와 취향에 따라 ‘백범 명상길’과 ‘솔 바람길’을 연계하는 테마길이 형성되어 있다. 종주 코스의 시작점은 마곡사 1.5㎞ 전방 지점인 무교(舞橋`춤다리). 다리를 건너자마자 차량을 정차하고 마곡온천 레포츠타운과 월정사 안내판이 가리키는 춤다리쉼터 우측의 임도로 방향을 잡는다. 가교2리 경로당을 지나 오래된 보호수를 지나면 길은 두 갈래. 좌측 아래로 난 월정사 안내판을 따르면 다시 산자락으로 치고 오르고 갈림길에서 좌측 남가섭암 방향으로 향한다. 무교에서 20분 정도 능선을 치고 오르면 주능선에 닿게 되고, 남가섭암 표석 뒤쪽 능선으로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다. 등산로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양탄자처럼 푹신하고 좌측 숲 아래로 남가섭암이 내려다보인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숲의 향내가 마음마저 그윽하게 만든다. 작은 봉우리 두어 개를 넘고서 첫 번째 맞이하는 주봉우리는 깃대봉. 표지석 대신에 삼각점이 묘지와 가까이 붙어 있다. 등산로 주변을 살펴보며 걷는다. 많은 낙엽이 깔린 주 등산로 주변에 영지버섯 등이 눈에 가끔 띈다. 애써 힘들게 올랐던 능선의 높이를 한꺼번에 다 까먹는 곳이 물란이고개. 고개에서 385m봉까지 치고 오르는 길이 가장 가파르고 힘든다. 385m봉에서 사각정자가 세워져 있는 활인봉까지는 무난한 능선이다. 무교에서 활인봉 정상까지 약 1시간 40분. 넉넉하게 2시간 가까이다. 높이가 낮다고 조망마저 없는 건 아니다. 동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저 멀리 국립공원 계룡산이 닭과 용의 모습을 그리고 공주시의 전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일 듯 말 듯하다. 주변의 산봉우리와 능선들이 굽이치는 그 너머 서쪽 멀리엔 청양의 칠갑산도 바라보인다. 동쪽 바로 건너엔 근거리의 무성산이 훤하다. 나무로 된 식탁과 활인봉 정상석 주변에서 점심식사를 시작한다. 활인봉부터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넓다. 또 이정표가 친절하게 길 안내를 잘해주어 산행의 페이스와 취향에 따라 다양한 등산로의 선택이 가능하다. 샘골 고개에서 나발봉을 오르려면 직진이고 ‘백범 명상길’을 연계하려면 우측 샘골로 하산한다. 샘골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서면 넓은 임도가 기다린다. 마치 시골 전경 같은 임도를 따라 밤나무단지를 지나면 우측으로 백련암을 지시하는 팻말이 보인다. 갈림길에서 130m 정도를 올라야 백련암이다. 백련암은 명성황후 시해사건 후 일본장교를 살해하고 탈옥한 백범이 마곡사에서 계를 받고 숨어든 곳으로 이곳에서 3년간 승려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흘렀음인지 백범의 체취 대신 작년에 한 인기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못생긴 개 ‘메르세데스’의 어눌한 모양이 웃음을 자아낸다. 미국에서 태어난 족보 있는 개로 호화생활을 버리고 한국으로 유학을 왔지만 템플스테이나 스님이 불공을 드릴 때 코를 ‘드르렁’ 고는 개로 유명하다. 암자 앞쪽 우측으로 난 백범 명상길은 오늘 등산 중 최고의 볼거리다. 운치 있는 소나무 길이 고즈넉한 분위기와 정취를 자아내고 임도를 만나 아래로 내려설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1천7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마곡사는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643년에 창건한 절이다. 사람들이 마치 삼(麻)밭의 삼이 일어선 것처럼 골짜기(谷)를 가득 메웠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충남도내 100여 사찰을 관장하는 본산으로 대웅보전과 영산전, 대광보전과 5층석탑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을 만나러 세조가 이곳에 들렀지만 세조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김시습은 떠났고 이를 안 세조는 김시습이 나를 버렸다 하여 타고온 연(輦)을 마다하고 소를 타고 떠났다고 한다. 그 연은 아직도 보관되어 있으며 영산전(靈山殿)의 편액도 세조의 글씨라 전해진다. 무교를 출발해 깃대봉, 활인봉, 나발봉, 마곡사를 거쳐 마곡사주차장으로 내려서거나 샘골고개에서 백련암을 거쳐 마곡사와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데 약 11㎞의 등산거리에 4시간 이상이 걸린다. 충남도와 공주시가 마곡사를 둘러싼 태화산 주변에 많은 길을 개설했다. ‘솔 바람길’로 명명되어 있는데 솔향의 그윽함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다. 크게 세 개로‘백범길’, ‘명상산책길’, ‘송림숲길’로 나눈다. 경부고속도를 탄 다음, 호남고속도로에서 대전 당진 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마곡사IC에서 내리면 등산들머리 무교와 마곡사가 근거리다. 대구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해도 충분한 등산을 즐기고도 오후 8시 이전에 귀가할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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