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충북 옥천 마성산·이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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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향의 고장 충북 옥천. 그곳에 가면 이 가을 가장 아름다운 테마 산행지를 만날 수 있다. 산과 문학관, 시인과 육영수 여사의 생가, 그리고 환상적인 금강 물줄기와 국민관광지를 한꺼번에 연결할 수 있다. 산행을 떠나기에 앞서 정리가 필요하다. 옥천에는 3개의 마성산(馬城山)이 있다. 옥천읍 소정리와 군서면 금산리 경계에 용암사를 품고 있는 서마성산, 지형도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죽향리에 위치한 동마성산, 그리고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교동리에 위치한 마성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은 단연 교동의 마성산. 전국을 통틀어 이곳만큼 가장 다양하게 테마 산행지를 기획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시인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육영수 여사의 생가, 그리고 아름다운 3개 봉우리가 연이어진 등산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지만 그 명성이 남아 있는 장계국민관광지를 차례대로 연결해서 돌아볼 수 있다.
충북 옥천은 흔히 ‘향수의 고장’이라 한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가 워낙 유명해서다. 마성산으로 들기 전 우선 정지용 문학관 겸 생가에 들른다. 정지용(鄭芝溶)은 1902년 음력 5월 15일 옥천에서 태어났으며 옥천 공립보통학교와 휘문고보, 일본 동지사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귀국하여 모교인 휘문고보 영어교사로 재직했고 1945년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수, 경향신문사 주간을 역임했고 서울대학교 강사로 출강한 바 있다. 그는 천재적 기질과 소박한 인품을 가지고 ‘향수’ ‘고향’ 등 주옥같은 명시를 연이어 발표했고 문장지(文章誌)를 통하여 이른바 청록파 시인(박두진`박목월`조지훈)을 문단에 등단시키는 등 현대 시문학의 선구자로 현대 시사를 장식한 분이다. 실개천이 흐르는 문학관과 생가 터를 제대로 둘러보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
##99칸 육영수 여사 생가터 복원 문학관을 둘러보고 도로를 따라 200여 m를 동쪽으로 따라 오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생가 터가 복원되어 있다. 17세기에 조성되었던 아흔아홉 칸의 기와집으로 3명의 정승이 살았다고 전한다. 육영수 여사의 부친이 매입하여 육 씨 일가가 살았으며 1974년 이후 방치되어오다가 철거되어 터만 남은 것을 근래에 옥천군청이 다시 복원했다.마성산 산행의 시작점은 교동의 ‘창흥실업’. 육영수 생가 터 앞쪽의 ‘옥천 향수 바람길’을 따라 가다보면 좌측에 있다. 공장의 우측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르면 작은 저수지 ‘교동제’를 지난다. 산 쪽으로 직진해 200m 정도 가면 지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도면상으로는 마성산 정남쪽 능선으로 보면 된다. 낮은 산이라고는 하나 마성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르다. 마성산은 장령지맥상의 한 봉우리로 장령지맥에서도 거의 끝부분을 형성하는 봉우리다. 우뚝한 독립된 산맥 같지만 식장지맥과 금남정맥을 거쳐 백두대간과 연결되어 있다. 산정에는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이 보이고 2005년 장룡산악회가 세운 정상석이 있다. 사방이 확 트이는 조망이 일품으로 팔음지맥의 산줄기와 돌남산, 도덕봉과 장령산, 서대산이 차례대로 조망된다. 가장 좋은 조망은 근거리의 환산과 구 옥천 시가지, 동쪽으로 가야 할 산줄기들과 이슬봉이 바라다 보인다. 헬기장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작은 산이지만 오르내림이 반복되어 마냥 쉬운 산은 아니다. 326m봉을 통과해야만 처음으로 아름다운 금강이 내려다 보인다. 구비져 흘러내리는 환상적인 금강의 좌측 편엔 이슬봉이 우뚝하고, 우리나라 4대강 줄기답게 금강은 의연한 풍광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변전망대를 지나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등산로를 틀면 나무계단으로 조성된 길이고 잠시 후 며느리재에 도착한다. 재에서 다시 치고 오르는 길이 만만찮다. 잠시 내려서는 듯하다가 305m봉을 오르게 되고, 얼기설기 매여 있는 로프 지점을 통과하면 339m봉 못미처 전망대로 최고의 조망 장소다.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금강의 멋진 물줄기가 좌우측의 능선과 이슬봉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삼각점(보은315/1980재설)이 박혀 있는 이슬봉은 해발이 454.3m로 오히려 마성산보다도 50m 정도 높다. 정상석이 세워져 있으나 잡목으로 사방이 막혀 조망이 다소 어려워 아쉽다. 장계리 방향으로 내려서면서 산길이 점점 순해지기 시작한다. 둔덕 같은 참나무골산(422m)엔 표지기가 주렁주렁 하다.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드는 산임을 여실히 증명해 보인다. 긴 의자 4개가 있는 405m봉에서 좌측으로 진입하면 이정표가 지시하는 장계리 방향으로 나무계단이 경사지게 놓여져 있다. 예전에는 전형적인 산길이었으나 37번 국도를 새로 신설하면서 절개지 때문에 등산로가 급경사 나무계단으로 만들어져 버렸다. 그래도 이슬봉에서 장계국민관광지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좌우 양쪽으로 대청호와 금강의 푸른 물길이 휘감아 시원한 조망을 만끽할 수 있어 지루하지가 않다.
##산행길 피로 달래줄 매운탕 순수한 등산거리는 약 9.5㎞, 4시간 정도이나 정지용 문학관에서부터 걷기 시작하면 10㎞ 정도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당일 산행지로 소나무 숲길이 많아 솔 향이 그윽해 쾌적한 등산을 보장 받는다. 하산 지점인 장계교가 있는 장계유원지는 매운탕과 도리뱅뱅이가 유명하다. 시간이 남는다면 장계유원지에 들르면 또 다른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예전의 유원지가 지금은 시문학 아트벨트로 다시 태어났다. ‘멋진 신세계’라는 제목으로 조성된 아트벨트는 ‘향수’의 시인 정지용을 기리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향수 30리 가꾸기 사업’의 하나다. 건립된 시문학 테마공간에는 시인의 생애와 작품세계가 담긴 조형물, 간판, 시비 등 30여 곳으로 꾸며져 있다. 대청호를 한 눈에 관람할 수 있도록 3면이 창으로 꾸며진 모단가게는 시와 음악, 책이 있는 공간으로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역대 지용문학상 수상작을 새긴 22개의 시비와 조각품 등이 세워져 있어 산책삼아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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