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봉복산 덕고산 설경산행 [산행일: 2016. 1. 3]
백두대간 오대산 두로봉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오대산 정상을 지나는 능선이 한강기맥이다. 이 기맥이 계방산을 지나 청량봉에 이르면 북서쪽으로 춘천지맥을 분가시키고, 청량봉에서 남서쪽으로 방향을 튼 한강기맥은 약 7km거리 구목령을 지나 약 3.5km 더 나아가 삼계봉(1,105m)에 이른다.
삼계봉에서 남동으로 가지 치는 능선이 영월지맥인데, 이 능선에서 약 5.5km 거리에 자리 잡은 산이 태기산(1,259m)이다. 태기산을 지난 능선은 다시 두 가닥으로 나뉘어 남진하고 백덕지맥과 남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영월지맥으로 이어진다. 삼계봉에서 계속 서진하는 한강기맥 0.86km 지점에서 덕고산(1,125m)을 솟구쳐 있고, 약 2km 더 나아간 1,094m봉에서 남서쪽으로 봉복산(1,022m)을 분가시켜 놓는다.
처음 산행계획은 두 산중 해발이 조금 더 낮고 2시간 정도면 정상을 허락할 듯 보였던 봉복산이었으나 버스차량이 신대리 버스종점까지 조금 진행되는 바람에 덕고산을 들머리로 잡았다. 하긴 어차피 두 산을 다 오를 바에야 순서가 무슨 상관이랴. 봉복사로 접어드는 임도에 숲의 향내가 진동했다. 때 마침 봉복사 앞쪽은 주차장 공사중이었고 겨울 같지 않는 날씨 탓인지 땅이 매우 질펀 거렸다.
봉복사(鳳腹寺) 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의 말사로 647년(선덕여왕16)에 자장(慈藏)이 창건한 걸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절터는 삼층석탑이 있는 곳으로 669년(문무왕 9)에 화재로 소실되었다.
671년에 원효(元曉)가 중건하기 위해서 재목을 구하여 공사를 시작하려 했으나 장소가 마땅하지 않아서인지 어느 날 밤사이에 부처님이 재목 등을 옮겨 현재의 절터를 계시하였다고 전한다. 원효는 이듬해에 대웅전· 천왕문(天王門)· 요사채· 종각 등을 준공하였다. 절이 전성기 때에는 승려가 100인이 넘게 머물렀고, 산내 암자도 9개였다고 한다.
1901년에 의병들의 방화로 불탄 뒤 주지 취운(翠雲)이 중건하였고, 6·25 때 다시 불탄 뒤 중건하였으니 절의 운명치고는 그리 평탄치 못했던 셈이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산신각·요사채 등이 있고 문화재로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0호로 지정된 횡성신대리삼층석탑이 옛 절터에 있고, 절 입구에는 7기의 부도가 있다. 가을에 단풍이 그렇게 아름답고 하니 꼭 한번 들러볼 일이다.
절 우측 등산 안내도에서 우측으로 난 임도를 십 오 분 정도 오르면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게 되고 우측 능선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처음부터 만만치 않는 등산로라는 실감난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등산로가 초반부터 진을 빼게 만든다. 숨소리가 귀에서 좀처럼 멀어지지 않는 깔딱고개 등산로는 혀를 내두르게 하였다.
두 번 정도 깔닥고개 고비를 넘기면 봉복사에서 바로 치고 올라오는 구등산로와 조우한다. 현재 각종 산지와 등산코스 개념도에 나와 있는 등산지도와 실제 등산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 등산개념지도가 틀렸을수도 있다.
크고 작은 봉우리가 수도 없이 연결된다. 너른 헬기장에서 중식 후 정상에 다다른 시간은 14:00정도, 오전 11시에 신대리를 출발 했으니 개념도와 안내도에 나와 있는 세 시간 거리를 중식포함 후미자가 세시간만에 주파한 셈이다.
덕고산(德高山)은 해발이 1,125m로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과 홍천군 서석면의 경계에 있다. 한강기맥 구목령과 태기산 사이를 잇는 산줄기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쳐나간 봉복산과 운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최고봉이다. 지도상에는 산 이름이 나타나 있지 않으나, 산록에 있는 봉복사에 덕고산 봉복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어 덕고산이라 부르고 있다.
북동으로 흥정산, 회령봉, 보래봉, 운두령을 넘어 계방산 오대산과 이어진 산맥 상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쪽으로 인접한 봉복산과 운무산 면드래재를 넘어 수리봉과 공작산으로 이어진다. 동남쪽에는 태기산이 있고 그 맥은 영동 제1터널을 넘어 청태산으로 이어진다.
눈이 내린 겨울 산, 덕고산에서 봉복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상의 첫 번째 난관은 1,073m봉우리 너머 암봉이다. 좌우 능선이 깎아지른 절벽이라 다소 주의를 요한다. 운무산과 먼드래재로 이어지는 한강기맥길과 이별하는 봉복산 갈림길까지 가는 도중에 좌측 신대리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두 개나 보인다. 덕고산에서 봉복산까지는 1시간 30분정도가 소요되는데 봉복산 못미처 신대리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또 한 번 나타난다.
정상부에 화채봉이란 정상석이 있는 봉복산은 해발 1,022m로 산세가 봉황을 닮았다고 붙여졌다고 한다. 험하지 않은 산세에 나무와 맑은 물이 많아 좋은 산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지만 등산로는 가파른게 흠이다. 마치 철옹성을 쌓은 듯 접근하기가 만만치 않다. 지천으로 봄을 퍼뜨리는 철쭉, 한여름의 더운 숨결을 고르는 시원한 계곡물, 한없이 마음 들뜨는 단풍과 단아한 설경까지 이름만큼 화사한 사계절을 담아낸다고 하지만 그것도 체력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봉복산에서 신대리까지는 길게 이어진 능선에 가파른 등산로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시간은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신대리에서 등산을 시작, 덕고산, 암봉, 1094봉, 봉복산을 거쳐 신대리까지 원점회귀 하산하는데 총 산행 거리는 13.7km, 약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철이나 뜨거운 여름철에는 약 7시간 이상 여유 있게 등산시간을 잡아야 한다.
그동안 태기산 산행은 몇 번이나 성사가 되었지만 덕고산과 봉복산은 좀처럼 성원이 어려워 나에게는 언제나 전인미답의 산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 산을 2016년 1월 3일 새해 벽두에, 마침내 오를 수 있었다는데 만족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르지 않은 오지의 산답게 등산로가 다소 거칠고 체력이 많이 드는 편이지만 한 번 오르고 나면 뇌리에 그만큼 더 많이 각인될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설악산을 오르는 만큼이나 힘들었다는 평이 결코 무색하지 않을만큼 힘든 산이고 등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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