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함양 월봉산 수리덤[2011. 8. 18]매일신문 기사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2. 1. 10. 16:10

본문

반응형

 

[산사랑 산사람] 함양 월봉산 수리덤

 

 

 

 

 

 

 

 

 

 


 함양의 월봉산. 해발 1,000m가 넘으니 고산으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겠다. 장중한 산세, 길게 뻗은 능선에 탁 트이는 조망이 단연 압권이다.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는 산, 그러나 주변의 명산들 때문에 언제나 주류에서 밀려나 ‘주변 산’으로 회자된다. 백두대간 줄기이자 영호남의 경계인 남덕유산에서 남령을 넘어 남동으로 뻗어 내려간 두 줄기 산맥이 있다. 그 중 왼쪽 산줄기 즉, 영각사 들어가는 도로에서 우측으로 보이는 산이 바로 월봉산이다.

해발 1,279m. 함양과 거창군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거창 쪽에서 오르면 거창의 산이 되고 함양에서 오르면 함양의 산이 된다. 경계인 남령재에서 오르면 더 큰 의미로 경남의 산이 된다. 산 이름보다 훨씬 멋지고 기품이 있는 산. 암봉과 암벽, 그리고 육산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이 산은 한강 이남의 산 가운데 최고급의 조망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그동안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불리한 산의 배치 때문이다. 서쪽과 서북쪽으로 남덕유산(1,507m)과 덕유산의 삿갓봉이 위치해 있고, 동쪽의 지척에는 금원산(1,353m)과 기백산(1,331m)이 자리 잡았다. 더욱이 남쪽으로 거망산(1,184m)과 황석산이 면면하니 이런 명산들 틈에서 쉽게 명함을 내놓을 수 없었던 것.

◆칼날 같은 바위능선 아찔`산꾼들 항상 긴장=영각사 방향 남령재 오름길. 국도를 오르다 보면 좌우측으로 두 개의 암봉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좌측의 봉우리는 육십령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할미봉(1,013m). 매우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등산코스로 각광받는 봉우리다. 우측에 보이는 우람한 바위는 오늘 오르게 될 바위 봉우리 수리덤(칼날봉`1,167m)이다. 보는 것만으로 압도되어 정상부에 오를 수 있을지 산꾼들을 긴장에 몰아넣는 산이다.

함양군 서상면과 거창군 북상면 경계인 남령재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안내도를 살피고 숲속으로 들어서자 하늘이 어둑해지고 진한 풀 향기가 진동한다. 길은 이내 주능선으로 올라붙고 첫 번째 조망처인 바위벽에 도착한다. 남덕유산과 삿갓봉, 덕유의 무룡산이 시야에 들어서고 할미봉 아래 서쪽 산록으로 구불구불한 국도가 이어진다. 능선을 올라갈수록 조망이 펼쳐지고 바람까지 불어와 잠시 더위를 잊는다.

1시간 정도 올랐을까. 바위벽 뒤편을 돌아 오르니 이정표가 반긴다. 우측은 수리덤(칼날봉) 방향이고 좌측은 월봉산 쪽이다. 배낭을 잠시 벗어 놓고 수리덤을 향한다. 칼날봉을 오른 후 되돌아 나와야 하기 때문. 칼날봉에 다가갈수록 이름처럼 날카로운 능선에 베일까 오금이 저린다. 그럼에도 몇 사람은 위험한 바위 정상부까지 올라가 조망을 즐기며 탄성을 쏟아내고 있다. 아쉽게도 필자는 중도에서 멈춘다. 안전 장비를 갖추지 못했고 눈앞에 어른거리는 아내와 딸아이를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장쾌한 덕유산 주능선, 거창 명산들 한눈에=명불허전이란 이런 것일까. 서쪽으로 육십령에서 할미봉 남덕유산 삿갓봉 중봉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덕유산 주능선이 뚜렷하고 그 너머 서남쪽으로 장수의 팔공산, 진안의 선각산과 덕태산이 아련하다. 남쪽으로 함양의 빼재를 경계로 괘관산과 백운산이 좌우로 선명하다.

환상처럼 펼쳐진 조망을 뒤로하고 갈림길로 돌아 나온다. 길은 잠시 뚝 떨어지더니 능선으로 다시 굽이친다. 숲속 길을 10여 분 걸었을까. 거대한 바위지대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는다. 좌측 바위 위로 오른다. 스릴 넘치는 바위전망대가 나타난다. 뒤돌아서서 늠름하게 우뚝한 수리덤을 향하여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다시 남쪽을 조망한다. 저 멀리로 우뚝한 봉우리 2개가 눈에 들어온다. 앞쪽 봉우리가 1,234m봉이고 그 뒤쪽의 왼쪽 봉우리가 월봉산이다. 높이 차이가 불과 44m에 불과해 언뜻 보면 앞 봉우리가 정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앞쪽으로 올망졸망한 암봉들이 연속으로 진을 쳤다. 통천문을 통과하자마자 아기자기한 암릉 길이 이어진다. 바위를 잡고 오르내리노라니 등산의 묘미가 절로 느껴진다. 햇살을 피해 바위그늘에 앉는다. 탁 트인 서상벌에서 불어오는 상큼한 산들바람에 이마의 땀이 날아가고 폐부마저 시원해진다.

월봉산에는 2개의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함양군에서 세운 큰 정상석은 두 동강이 나있다. 자치단체나 산악회 간의 갈등으로 추측되지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구조물을 파손한 폭력성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남령재에서 월봉산까지 거리는 5.2㎞로 되어 있으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생각보다 좋지 않다. 숲이 우거져 사면을 가린 탓이다.

◆노상마을 쪽 하산길, 맑고 고운 계곡 풍경에 흠뻑=나무 그늘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등산에 나선다. 헬기장을 통과하며 1.3㎞ 정도를 내려서자 초원지대인 안부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거망산이나 황석산, 수망령으로 해서 금원산이나 용추폭포로 빠진다. 우리가 내려갈 길은 우측의 대로리와 노상마을 쪽이다. 숲속으로 접어드니 내림 길이 생각보다 길다. 한참을 내려서니 계곡의 물소리가 일행을 맞는다. 여기서 발원하는 물은 진주 남강으로 흘러든다. 계곡의 물이 비길 데 없이 맑고 곱다. 전국의 명산을 30여 년 가까이 돌아다녔지만 이곳 풍경은 어느 경치와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다.

월봉산을 출발한 지 한 시간여 만에 노상저수지에 도착했다. 저수지 우측 사면으로 내려서니 뱀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저수지 수로로 몸을 던진다. S자로 몸을 놀려 미끄럼 타듯이 사라진다. 작은 다리를 건너자 길가에는 야생 복분자가 한창이다.

10여 분 정도 걸으니 노상마을이다. 넓은 공터 옆으로 계곡물이 흐른다. 숲이 우거지고 공간이 트여 대형버스 주차도 가능하다.

해발 895m인 남령재에서 등산을 시작해 노상마을회관까지 내려서는데 거리는 약 12㎞, 4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일부 마니아들은 초원지대 갈림길에서 직진해 큰살목재를 오른 후 수망령으로 해서 용추폭포가 있는 용추계곡으로 하산할 것을 권한다. 원시림의 비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체력 소모가 많은 여름철엔 무리할 필요가 없다. 또 이곳 역시 10여 년 전과는 달리 오염과 훼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곳 역시 이미 등산객들의 안마당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노상리에 매점이 없으나 전화로 음식과 술 배달이 가능하다. 시원한 나무그늘 밑에서 하산주 한잔하면 제법 분위기가 난다.

대구에서 오전 8시에 출발, 월봉산 등산을 하고 계곡에서 여유 있게 피서를 즐기고 돌아온다고 해도 오후 7시면 충분히 대구에 도착한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