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대전`공주 갑하산`우산봉
충청의 DNA, 대전충남에서 계룡산의 존재는 국립공원 그 이상이다. 공간, 지형의 개념을 넘어 시`도의 상징이자 주민들의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도덕봉, 향적산, 갑하산, 우산봉은 대전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계룡산을 호위하는 봉우리들이다. 그 중에서도 갑하산과 우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계룡산의 전 봉우리들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호젓하고 아기자기한 등산로에 천연삼림욕장으로 불릴 만큼 송림이 끝없이 이어져 건강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구절초축제로 유명한 공주 영평사와 최고의 수질(水質)을 자랑하는 유성온천이 바로 옆에 있어 테마산행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전과 공주의 경계, 암릉과 숲의 멋진 조화=갑하산(甲下山)은 대전시 유성구와 충남 공주시 반포면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아기자기한 암릉과 숲이 잘 어우러져 전망이 좋다. 3개의 봉우리가 불상을 닮았다고 하여 삼불봉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갑하산에 대한 확실한 주봉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서인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산이기도 하다.
지도에는 469m봉이 갑하산(날개봉)이라 표시되어 있지만 막상 등산을 해보면 삼각점이 있는 신선바위 주변이 훨씬 더 정상다운 느낌이 든다. 해발이 565.4m로 현재의 갑하산보다 96m가 더 높고, 암봉의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계룡산 전체의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와 정상으로서의 위엄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등산의 시작점은 삽재와 갑동교회다. 유성에서 동학사로 이어지는 32번 국도상의 국립현충원을 지나 넘는 고개가 바로 삽재이고 갑동교회는 삽재 못 미쳐 ‘갑동제1교’를 넘으면 바로 보이는 작은 교회이다. 교회 좌측 임도를 따라 북으로 가면 막다른 집의 대문이 보이고 좌측으로 등산로가 연결된다.
등산로는 생각보다 잘 정비되어 있다. 산자락으로 10여 분을 오르자 사면 방향으로 내려서는 샛길이 나온다. 슬랩으로 된 조망처가 있는 곳이다. 암릉에 서면 찌푸린 날씨임에도 도덕봉과 계룡산의 장군봉 능선이 뚜렷하다. 조망을 즐기고 너덜 오름길과 로프 안전대가 설치된 가파른 길을 조금 더 오른다. 비로소 하늘이 열린다. 남쪽의 도덕봉에서부터 계룡산의 향적봉, 천황봉, 쌀개봉, 관음봉, 자연성릉, 삼불봉, 갓바위봉, 장군봉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산행 시작점에서 한 시간이면 469m봉인 갑하산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 주변이 나무로 막혀 있고 정상 표지석 대신에 갈림길 이정표 기둥에 세로로 갑하산 정상이라 쓰여 있다. 좌우 방향 날개에는 ‘1.05㎞ 갑동’ ‘삽재고개 1.49㎞’라고 쓴 표지판이 나온다. 조망을 즐기려면 남쪽의 헬기장 쪽으로 가야 국립현충원 쪽이 조망된다.
◆흑백의 수묵화처럼 펼쳐진 계룡산줄기=갑하산에서 우산봉까지는 3.35㎞이다. 애써 올랐던 만큼 가파른 길을 한참이나 내려선다. 군데군데 바위 조망처가 지루함을 잊게 한다. 맑은 날씨에 뿌연 오염 띠들이 심술을 부렸다. 이 연무(煙霧)들은 나름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 덕에 계룡산의 줄기가 첩첩이 겹쳐져 흑백의 수묵화를 그려낸다. 안부(鞍部)인 박정자삼거리에서 신선바위 오름길은 조금 가파르다. 울창한 숲길이라 삼림욕이 그만이다.
여유 있는 몸짓으로 천천히 오르는데도 몸에서 땀이 배어난다. 25분 정도 올랐을까. 봉우리의 정수리에 삼각점이 박혀 있고 국토지리원의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니 암릉이 나타난다. 바위벽을 넘으면 반석의 전망대가 있는 바위지대다. 해발 565.4m로 문정봉 또는 문필봉, 신선바위봉으로 불리는 정상이다. 갑하산에서 출발한 지 40여 분 만이다.
반석에 서니 전방이 천 길의 단애라 계룡산이 훤하다. 오르면서 눈을 즐겁게 했던 모든 경관들이 다시 조망되고 신선이라도 된 듯 착각에 빠진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오늘 등산로 중 최고의 절경 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의 산악인들이 정상으로 여길 만큼 빼어난 바위 봉우리임에 틀림없다. 주변에 이정표와 안내도도 설치가 되어 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갈 길을 잡는다. 먹뱅이골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을 버리고 우산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오른쪽에 로프 안전대가 설치된 길로 내려서다 보니 조망바위가 나오고, 503봉 너머로 우산처럼 펼쳐진 우산봉(雨傘峰`573m)과 흔적골산(연화봉)으로 내려서는 능선이 선명하게 보인다.
503봉을 지나니 금베봉과 공암리 방향으로 내려서는 495봉의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바위 구간인 471봉을 지나 소나무 우거진 숲길을 따른다. 거친 바위 오름길 밑에 이정표(안산산성 2.17㎞`구암사 2.54㎞`갑하산 3.41㎞)가 있다. 바위길로 올라서니 우산봉이다. 계룡산의 꼬리 부분으로 대전 서쪽 편을 감싸고 있다. 헬기장으로 모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과 삼각점, ‘대전둘레 산’ 잇기 지도가 설치되어 있다. 흔적골산 방향으로 가는 능선도 소나무가 우거져 있다. 등산로가 아늑하고 오롯하다. 로프 안전대가 설치된 오름길과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는 구간도 나온다. 그 구간을 지나면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능선 길을 따라 산등성이를 오르면 헬기장이 있는 흔적골산이다.
정자를 지나 내려서면 안부에 이정표(구암사 0.93㎞`양지마을 1.92㎞`우산봉 1.4㎞)가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구암사로 내려서는 길은 좌측 나무 계단 길이다. 내림 길 중간에서 절터를 만나게 되고, 15분여 만에 구암사에 도착하게 된다. 구암사는 납골당을 운영하는 사찰로 규모가 제법 큰 절이다.
◆총 등산거리 9.5㎞, 주변 영평사도 들러볼 만=갑하산과 우산봉의 총 등산거리는 약 9.5㎞로, 중식 시간까지 포함해도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구암사 입구까지 대형버스 진입이 가능해 산행의 들머리와 날머리로 이용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산행이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그 대안으로 공주 영평사를 권한다. 장군산과 영평사 주변에 구절초가 빼곡하게 심어져 가을이면 구절초 향내가 온 산과 들녘, 사찰을 휘감는다. 구절초 향기에 취해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정도. 구암사에서 영평사까지 차량으로 25분여가 소요된다.
삼림욕 등산에 구절초 축제, 그리고 온천까지. 일석삼조의 테마산행을 기획한다면 시월이 가기 전에 갑하산과 우산봉 주변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