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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대둔산 북릉릿지 [2011. 12. 1]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2. 1. 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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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충남 논산 대둔산

 

 


 

 

 

 

 중북 내륙의 명산 대둔산, 일찍이 ‘호남의 금강’으로 불렸다. 지리적으로는 충남의 논산`금산, 전북의 완산(완주)과 접경하고 있다. 정상부를 중심으로 기암괴석과 바위 봉우리가 즐비하고 남동 산록에도 수많은 기암괴석이 능선을 이룬다.

예전부터 사계절 끊임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나 근래에는 까다로운 산꾼들에게는 그리 환대받지 못했다. 산의 경관은 빼어나나 구름다리와 케이블카 등 인공시설물이 많고, 계단 길 등산로가 관절에 무리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숨겨진 보석 같은 바위능선이 하나 있으니 바로 낙조대 북릉능선으로 알려진 ‘돛대봉 릿지’ 길이다.

◆논산`금산`완주 3개 지자체와 접경

등산의 기점은 충남 논산시 벌곡면 도산리다. 68번 지방도로에서 대둔산 수락리로 90도로 꺾어지는 지점의 마을이다. 도산리 표지석 좌측 옆으로 흙으로 된 임도가 산자락 안으로 연결된다. 밭과 산의 경계지점에 예전에 없던 인삼밭이 많이 들어서 있다. 임도 끝 지점에서 좌측 도랑을 건너 인삼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으로 오른다.

등산로가 희미해 처음에는 길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산을 곧장 치고 올라 좌측능선에 다가서면 금방 길이 나타난다. 10여 분 정도 오르면 지능선길을 만난다. 좌측 등산로로 가야 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곳은 독도지점. 날씨가 흐리고 시계가 불투명하면 자칫 우측능선으로 빠지기 쉽다. 그러나 맑은 날에는 좌측 산릉 너머로 헌걸찬 바위봉이 우뚝해 헷갈리지는 않는다.  

출발한 지 30여 분 만에 주능선과 조우한다. 능선 길은 온통 낙엽 길. 금산과 논산의 경계지점이기도 하다. 벅찬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니 좌측으로 에딘버러골프장이 보이고 곧이어 골프장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난다. 2004년에 처음 이 코스가 소개되었을 때만 해도 등산 기점은 골프장이었다.

등산을 시작한 지 1시간 10분여 만에 처음으로 바위능선과 마주한다. 10여m에 달하는 바위벽에 자일이 드리워져 있다. 밧줄을 잡고 바위벽을 힘겹게 오르면 드디어 돛대봉 전신이 드러난다. 첫인상이 사뭇 위압적이다. 배의 돛대처럼 뾰족한 봉우리에  좌우가 아찔한 절벽길이라 접근이 쉽지 않다. 거기에다 아침에 내린 비 때문에 안개가 드리워져 시계마저 흐리다. 귀기(鬼氣)마저 감돌아 오싹한 기분이 든다.

◆아찔한 돛대봉, 내려갈 때 더 오싹

돛대봉에 올라 겨우 한숨 돌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리가 후들거려 내려갈 길이 걱정이다. 낡은 로프가 비바람에 삭았는지 바지와 몸에 밀착될 때마다 흰 가루가 조금씩 묻어난다. 밧줄을 당겨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튼튼하다. 안전을 확인하고 한 사람씩 조심스레 뒤돌아서서 밧줄을 잡는다.

현기증이 날 정도의 절벽 길, 정작 내려가는 당사자보다 지켜보는 사람이 더 무섭다. 겨우 바위봉우리 아래로 내려선다. 바위둔덕 하나를 더 넘고서야 비로소 안심이 된다.
이제는 능선을 즐길 차례다. 가끔씩 나타나는 바위 전망대에서 조망도 즐기며 산행을 계속한다. 2시간여 만에 좌측 태고사에서 올라오는 갈림길과 만난다. 태고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 낙조대 동편 아래 절벽으로 둘러싸인 곳에 위치해 있으며, 일찍이 만해 한용운은‘대둔산 태고사를 보지 않고 천하의 승지(勝地)를 논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로 유명한 사찰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의미가 퇴색해 버린 느낌이다. 무분별한 사세 확장으로 그 옛날 고즈넉하던 사찰의 분위기가 주변의 전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변모해 버렸다.

조금 더 진행하니 길이 다시 두 갈래다. 직진하면 주능선 길이고 좌측 길은 약간 내림 길로 우회하는 길이다. 바위에 혼쭐이 났던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좌측 우회 길을 선호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주능선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외견상 위험해 보이지만 막상 들어서면 조망도 좋고 시간도 단축된다. 참고로 좌측 길은 산죽 길로 한참을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야 하고 길이 별로 좋지 않아 부상의 위험도 있다.
우회 길을 다시 만나 바위능선을 오른다. 조금은 아찔한 뜀바위를 건너뛰고 5분 정도를 더 가서야 돛대봉 릿지길이 끝난다.

◆낙조대 정상 오르면 온통 바위 전시장

눈앞에 보이는 우뚝한 봉우리를 올라서니 낙조대다. 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주변은 온통 바위 전시장이다. 낙조대는 이곳의 석양풍경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석양뿐 아니라 주변의 산들도 품안에 들이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남쪽으로 정상 마천대와 동북쪽의 진악, 서대, 식장, 보문산을 파노라마로 굽어볼 수 있다.

낙조대에서는 두 가지 등산로가 있다. 정상 마천대를 경유해 수락리로 가는 길과 서릉의 바위능선을 타고 석천암 쪽으로 해서 수락리로 하산하는 코스다.
석천암으로 향하는 서릉은 낙조대 서쪽 능선이다. 거친 암릉 길이 아닌 잘 정비된 등산로다. 대둔산의 색다른 조망을 만끽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대둔산 능선 맛을 원한다면 석천암 길을 권한다. 지금은 한창 등산로를 정비 중이나 곧 마무리될 것이다.

우측의 길은 수락리 구판장으로 바로 내려서는 길이다. 어느 길이든지 낙조대에서 약 1시간 30여 분 걸린다. 수락리에는 작은 매점들이 있어 간단한 하산주를 즐길 수 있다.
전체 등산로를 기준으로 도산리에서 낙조대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서릉을 경유, 하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다. 정상 마천대를 경유해 하산한다면 30분쯤 더 걸린다.

최근에 수락계곡에 구름다리가 새로 놓여졌다. 수락리까지 총 산행거리는 약 11㎞ 정도다. 도산리, 혹은 수락리 전원마을에서 등산로입구를 찾을 자신이 없다면 역으로 반대코스를 선택해도 된다.

대둔산은 전북 완주 쪽에서 보면 깎아지른 절벽의 산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그러나 충남 논산 쪽에서 바라보면 그 삼엄하던 암벽지대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둔중하면서도 육중한 육산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육안으로 보여지는 것일 뿐 막상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것을 증명하는 능선이 바로 돛대봉 능선길인 것이다.

전북, 충남 모두 대둔산을 도립공원으로 지정했고 돛대봉은 충남의 도립공원에 포함되어있다. 대구에서 오전 7시에 출발, 대둔산 북릉을 완주한 후 귀가 길에 금산의 칠백의총(七百義塚)이나 금산인삼시장을 들러 봐도 하루 일정의 등산으로 무리가 없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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