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전남 순천 금전산
전남 순천시 낙안면에 이름부터 돈 냄새가 풍기는 산이 있다. 해발 668m인 이 산은 송광사와 선암사의 주산인 조계산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지맥상에 위치해 있다. 옛 이름은 쇠산이었으나 100여 년 전부터 금전산(金錢山)으로 바뀌었다.
금전산의 산세에 대해서는 풍수가들의 흥미로운 지형 풀이가 전해진다. 산 북쪽에는 옥녀봉, 동쪽 줄기에는 오봉산과 제석산, 서쪽에는 백아산이 있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옥녀산발형’이 된다. 즉 옥녀가 장군에게 투구와 떡을 준비하고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풀어헤친 형상이라는 것이다. 거기에다 낙안에서 보면 영락없는 쇠금(金)자 형태를 띠고, 이 산이 햇빛을 받으면 금빛으로 빛난다고 해서 ‘쇠돈산’이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최근에 순천에서 로또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금전산이 낙안에 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덕분에 산 이름이 ‘로또산’으로 불린다나.
◆불재-정상-금강암-낙안온천 코스 인기= 금전산의 산행 들머리는 불재, 휴양림, 낙안온천, 오공재다. 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길은 바윗길인 금강암을 왕복하는 길이나, 산객들은 불재를 기점으로 동릉을 거쳐 정상에 오른 후 금강암으로 해서 낙안온천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한다. 불재는 순천에서 낙안으로 가는 58번 지방도로에 있다. 고개 마루 좌측에 임시주차장이 있고 우측으로 임도가 산으로 연결된다.
부드러운 흙길로 된 임도를 따르면 10분 후 돌탑 2개가 있는 약사암 갈림길에 도착한다. 약사암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직진하면 길은 우측 산허리로 감아 오른다. 넓은 암석지대를 만나 통과하면 산자락에 펼쳐진 바위벽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작은 둔덕 하나를 오르면 바로 ‘구능수’. 구능수는 일명 쌀바위로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예전에 이곳에서 한 처사가 수도를 하고 있었는데 석굴 입구 좌측 바위 위 구멍에서 하루에 쌀 세 끼분이 나와 연명을 했다 한다. 하루는 손님이 찾아와 식량이 모자라자 쌀이 더 나오게 하려고 부지깽이로 구멍을 쑤셔대자 쌀 대신에 쌀뜨물만 흘러내렸다는 것이다.
구능수를 통과하자 주능선이다. 등산로 우측 조금 아래 돌출된 바위전망대가 시야에 들어와 살며시 올라서본다. 멋진 조망처다. 불재 주변으로 ‘너는 내 운명’이란 영화가 촬영되었던 농장들이 담뱃갑처럼 보이고, 그 뒤로 오봉산(592m)과 호사산(522m)이 차례로 도열한다. 뒤돌아서 올라야 할 봉우리를 가늠하니 산허리에는 무소의 뿔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 하나가 시선을 빼앗는다. 선두로 치고나간 산악회원들이 어느새 그 위에 올라 조망을 즐기고 있다.
◆정상 오르면 오봉산`제석산`낙안읍성 한눈에=작은 산이라고 하나 오름길은 언제나 힘이 든다. 조금 전 보이던 바위 위에 올라 조망을 즐기고 개념도에 돌탑봉으로 표기된 590봉에 오르니 12월인데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너무 만만하게 보았던 것일까. 궁글재로 다시 내려섰다가 금전산 정상에 오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흘러가 버린다.
정상에는 표지석과 커다란 돌탑 2개가 있다. 조망은 오히려 정상보다 헬기장이 훨씬 더 낫다. 남쪽으로는 오봉산과 제석산이 뚜렷하고 서쪽 산자락 아래에는 낙안벌과 낙안읍성이 보인다. 그 너머로 호남정맥상의 명산인 존제산과 국기봉, 망일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니 마치 거대한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한다.
15분여를 내려서니 금강암(金剛庵)이다. 백제 위덕왕 때 검단선사가 창건하고 신라의 의상대사가 중수했으니 암자의 역사는 꽤나 오래되었다. 고려 때는 보조국사까지 거쳐 간 호남 제일의 관음기도 도량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여수`순천사건 때 불타버렸다고 한다. 1992년 작은 집 하나 지어놓은 게 지금의 암자가 되었다. 오른편으로 금강암을 호위하고 있는 커다란 바위가 원효대요, 왼쪽으로 가파른 낭떠러지를 막아선 바위가 의상대다. 두 군데 다 아득한 단애 위라 천혜의 전망대가 따로 없다.
바위벽에 붉은 입술을 한 관음보살상이 있는 원효대에 오른다. 밑자락에서 금둔사가 시야를 간질인다. 홍매화로 유명한 금둔사는 우리나라에서 매화가 가장 빨리 피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경내에는 보물 제946호인 금둔사지석불비상과 제945호인 금둔사지삼층석탑이 있다.
거대한 바위굴인 극락문(極樂門)에서부터 내림길이 시작된다. 좌측의 거대한 형제바위를 통과해 조금 내려서니 산 중간에 거대한 바위 하나가 외톨이로 서 있다. 길은 바위 앞에서 우측으로 꺾어지지만 바위를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 된다. 바위 위에 올라 금강암 쪽을 조망해야만 금전산 등반의 마침점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위에 올라서니 좌우로 도열한 바위병풍들이 장관을 순식간에 감동으로 대치시킨다.
금강암에서 30여 분 내려서면 날머리인 낙안온천이다. 지하 831m 아래의 유황과 게르마늄이 함유된 국내 최고 양질의 온천수를 자랑하는 곳. 낙안읍성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있다.
불재에서 낙안온천까지 총 등산거리는 약 7㎞, 소요시간은 3시간 정도다. 간혹 2시간 정도라고 소개가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이다. 비경으로 알려진 금강암 주변을 제대로 돌아보고 중식시간까지 포함하면 4시간은 족히 걸리리라.
◆주변에 낙안읍성`순천만`순천문학관 등 명소=등산만 하고 먼 길을 그냥 다녀오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오고가는 길에 순천만 갈대숲이나 순천문학관, 낙안읍성을 들르는 일정을 더한다면 멋진 하루 일정으로 충분히 자리매김될 것이다.(참고:순천만 갈대숲과 낙안읍성은 입장료가 있지만 순천문학관은 입장료가 없다) 낙안읍성 주변에 유명한 보리밥집도 있다.(고향보리밥집:061-754-3419)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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