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부산 기장 삼각산
부산 기장군 장안읍의 북동쪽에 위치한 삼각산(三角山)은, 대운산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산각의 주봉이다. 높이는 낮으나 삿갓 모양의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삼각산이라 불린다. 해발 469m로 지명도와 해발만 따지면 보잘것 없는 산이다. 그러나 산은 반드시 올라보고 나서야 그 진가가 나타나는 법, 미리 단정할 필요는 없다. 이 산이 알려지게 된 것은 이렇다.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바다와 산을 망라한 환상적인 조망에다 수량이 풍부한 장안사 계곡, 작지만 아름다운 사찰 장안사가 있어 사시사철 사람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는다. 거기다 근래에 독자적인 새해 일출 산행지로 뜨고 있고, 골프장 건설로 끊어진 등산로가 복원되어 지척의 투구봉(564m), 시명산(676m), 불광산(660m)은 물론 대운산과도 등산 연계가 가능하다.
◆초입부터 된비알 연속 산행 들머리는 장안사다. 주차장 못미처 ‘장안1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나타난다. 초입은 된비알의 연속이다. 이윽고 암벽길이 나타나고 조심해서 오르면 첫 번째 바위전망대에 도착하게 된다. 제1전망대와 제2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가히 환상적이다. 바로 앞은 천 길의 낭떠러지지만, 발아래로 장안사가 배치되고 서북방향으로 불광산과 시명산, 대운산이 차례로 조망된다.
주능선 격인 324m봉에 오르면 삼각점이 있다. 동쪽 정면으로 고리원전과 동해가 보이고 오른쪽은 삼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조망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헬기장 한 곳을 지나치면 장안사 쪽 샛길도 나타난다. 이어지는 급경사 오름길에는 밧줄이 걸려 있고 올라서면 무덤이 있는 삼각산 첫 봉우리인 하봉이다. ‘삼각산(하봉) 359m’ 표지석을 누군가가 깨트렸는지 조각난 표지석을 엉성하게 끼워 맞춰 놓았다. 최고의 조망처로 알려져 있지만 흐린 날씨 탓에 아쉬움만 더한다.
정상석에 ‘삼각산 469m’라 적혀 있는 두 번째 암봉이 실제적 정상이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그리고 조금 더 가면 세 번째 봉우리가 나오는데 거기도 ‘삼각산 466.7m’라고 새겨진 정상석이 있다. 세 군데 다 조망이 빼어나지만, 그날따라 흐린 날씨에 비마저 내려서인지 조망이 좋지 않다. 정상은 별 의미가 없다. 삼각산의 높이보다 투구봉이 오히려 100여m가 더 높기 때문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삼각산에는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맑은 날에는 주변의 달음산과 그 오른쪽으로 석은덤이 조망될 텐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단은 투구봉으로 향한다. 언뜻언뜻 걷히는 운해 사이로 해운대CC(골프장)가 보인다. 장안사 계곡으로 내려가라고 유혹하는 내림 길이 두 군데다.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능선을 따라 봉우리 하나를 오르니 철망이 쳐져 있는 삼거리다. 오른쪽 길이 시명산으로 가는 상어령이다.
상어령부터는 등산길이 임도다. 몇 년 전 골프장 건설로 인해 이 길을 막은 탓인지 제법 수풀이 우거져 등산로다운 느낌이 난다. 551m봉 못미처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드디어 비가 그친다. 뒤돌아서서 지나온 능선을 가늠하니 주능선 위의 수많은 봉우리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고 구름이 여유로운 석은덤 너머로 동해가 출렁인다. 조금 오르니 551m봉, 왼쪽은 골프장이고 전방으로 올라야 할 투구봉과 시명산, 대운산의 주봉과 2봉 등이 차례로 조망된다.
557m봉은 우회한다. 산 사면을 비스듬히 오르내리며 주능선을 계속 따르니 암벽이 있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우회하지 말고 직등으로 바위를 타면 바위전망대가 있는 투구봉(564m)이다. 암반 높은 곳에는 산신제단이 놓여 있다. ‘산은 침묵으로 가르친다’ 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비가 그친 산자락과 주변 봉우리를 조망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동서남북이 첩첩산중
투구봉을 넘어서 조금 내려서자 갈밭재 갈림길이다. 시명산과 불광산을 연계하려면 직진이고 장안사 계곡(박치골)으로 내려서려면 오른쪽 내림 길이다. 오른쪽 계곡 쪽으로 조금 내려서니 물 흐르는 소리가 역력하다. 수량이 풍부한 계곡을 보니 괜히 마음마저 넉넉해진다. 숲이 우거진 등산로에 아름답고 긴 계곡이 이어져 계곡 길이 지루하지 않다. 갈밭재에서 장안사까지는 1시간 15분 정도 걸린다.
장안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지만, 가곡에 나오는 절은 아니다. 처음에는 쌍계사라 부르다가 809년 장안사로 고쳐 불렀다.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탄 것을 1631년(인조 8년) 의월대사가 중창하여 오늘에 이른다. 경내엔 대웅전, 명부전, 응진전, 산신각과 석가의 진신사리 7과를 모신 3층 석탑이 있다. 2012년 8월 6일, 대웅전이 ‘보물 제1771호’로 지정되었다. 사찰 뒤쪽에는 원효대사가 수도 중에 중국 종남산 운제사의 대웅전이 무너지는 것을 알고, 소반을 던져 대웅전에 있던 1천여 명의 중국 승려들을 구했다는 전설이 전하는 척판암이 있다.
장안사에서 등산을 시작, 삼각산과 투구봉을 연계하면 3~4시간 정도가 걸린다. 산행에 욕심을 내어 시명산과 불광산을 연계하면 약 14㎞의 거리에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오르내림이 많아 힘이 든다. 그러나 바다로 길게 내뻗은 산이어서 그리 가파르지 않아 무더위만 피한다면 무난히 오르내릴 수 있다.
해발이 낮지만 산 속에 들면 동서남북이 첩첩산중이라 강원도 오지 산행을 하는 기분이다. 언제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기장 8경의 하나인 장안사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어 산행에 대한 부담이 적다. 환상적 조망의 산이라 삼각산과 551m봉, 투구봉에 이를 때까지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열린다. 그중에 절반은 동해이고, 나머지 절반은 파도처럼 물결치는 산봉우리들이다. 북쪽으론 달음산과 천마산, 남쪽에는 석은덤과 함박산, 동으로는 망월산, 백운산, 철마산까지 조망된다.
접근이 쉬워 부산`경남은 물론 대구에서도 많이 찾는다. 대구에서 산행 시작점인 장안사까지는 2시간 거리다. 산행 후 30분 거리인 기장 대변항에 들러 싱싱한 회 등 해물을 맛 볼 수도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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