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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팔공산 [신문기사, 2013. 1. 31]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3. 2. 1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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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장수군 장수읍·진안군 백운면 \'팔공산\'

 

 

 

 

 

 


 # 정상에 송신탑·동봉·불교 얽힌 전설…

 

 

전북 장수군 장수읍과 진안군 백운면의 경계에 가면 친숙한 산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팔공산(1,151m)이다. 원효와 의상이 이 산에 들어와 8명의 승려를 가르치며 함께 머문 까닭에 불교의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에 송신탑이 있고 동봉이 있다는 점도 닮았고 산의 높이도 비슷하다.

팔공산이란 산 이름은, 동쪽 용계리 안양마을에 있는 기원전 6세기경 창건된 팔성사에 말사가 8개 있었는데 암자마다 성인 한 분씩 거처하고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주변에 역사와 성인의 자취가 많이 남아 성적산이라 불리기도 했다. 북쪽에 성수산(1,059m)과 마이산, 동쪽에 장안산이 솟아있고, 서쪽으로 영대산(666m), 남으로 신무산(897m)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등산의 기점은 크게 4군데다. 장수와 진안군의 경계인 서구이재와 자고개, 용계리 안양마을 팔성사와 대성동이 대표적 코스다. 그중 가장 많이 이용되는 코스는 금남호남정맥 길이기도 한 자고개다. 고개에는 ‘大成高原’(대성고원) 표석과 ‘신무산 팔공산 등산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다. 우측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등산로가 열린다.

산을 조금 오르다 보면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만나고 20여 분이면 합미성에 도착한다. 팔공산 남동릉에 위치한 합미성은 군량미를 쌓아 놓았던 성이라 하여 쌀 미(米) 자를 붙여 합미성이다.

후백제(892~936) 때 축조된 것으로 보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백제가 강해지면서 마한을 합병할 즈음 근초고왕 시절에 축조된 성으로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해발 800m 높이에 돌로 쌓은 이 성은 둘레가 약 300m로 성벽 높이는 바깥쪽이 4.5m 정도, 안쪽은 1.5m를 유지한다. 성곽 형태는 비교적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백제성 형태다.

성곽 안쪽 하단부 기념비 옆에 옛날 주둔군들이 식수로 이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샘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물이 마르지 않는다. 주민들은 이 성을 ‘수꾸머리’라고 부른다. 이는 군사가 주둔했던 곳을 일컫는 수군지라는 한자음이 변형되어 유래된 것이다. 자고개와 신무산에서는 허수아비로 적을 유인하여 물리쳤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합미성 안내문을 지나 곧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이정표가 있다(↗팔공산 3/ ←대성리 1.8/ ↓자고개 2.0). 네거리에 도달하면 우측으로 높이가 1,013m에 이르는 봉우리로 향하는 우회로가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 능선을 택한다. 꽤나 가파른 곳이지만 위에 올라서면 멋진 바위전망대가 있다.
동쪽으로 저 멀리 백두대간 능선과 아득하게 지리산의 모습이 바라보인다. 이곳에 올라서면 돌탑이 있고 팔공산 정상부의 통신탑이 바라보인다.

봉우리를 내려서면 안부를 지난 지점에서 우회로를 만난다. 눈이 많이 내린 올해는 등산로 곳곳에 눈이 쌓여 있다. 점차 가팔라지는 오름길 끝에 통신탑의 철망 펜스가 나타나면 정상이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그곳에서 입이 쩍 벌어지는 겨울 풍경을 만난다. 나뭇가지마다 수정 같은 빙화(氷花)가 만들어져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빙화란 식물 따위에 수분이 얼어붙어 흰 꽃처럼 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것으로 쌓였던 눈이 얼면서 얼음 알갱이가 줄기에 매달린 것을 말한다.

잠시 후 통신탑 옆에 이정표가 있는 팔공산 정상에 서게 된다. 실제 정상은 통신탑 시설과 부속건물이 있어 정작 서 있어야 할 정상석은 아래쪽에 초라하게 세워져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보다 정상 우측에 있는 동봉(1,136m)의 조망이 더 압권이다. 정상을 등지고 동쪽으로 조금 진행하면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동봉이다.

동봉에 서면 북동으로 분지를 이룬 장수읍과 적상산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덕유산·남덕유산·육십령·깃대봉·덕운봉·영취산이 차례로 이어진다. 금남호남정맥의 장안산은 영취산을 마주 보고 서 있다. 우측 남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처음 등산을 시작한 자고개와 신무산, 그 너머로 백두대간 월경산과 봉화산이 보인다. 정남으로 만행산과 그 뒤쪽으로 지리산 연봉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서쪽의 조망이 흉물스런 철탑에 가려져 있다는 것뿐.

헬기장에서 이정표를 보고 서구이재로 하산한다. 가파른 길이라 눈이 많이 내린 날은 조심해야 한다. 우거진 산죽 밭을 헤치고 내려가면 작은 철사다리가 나타나고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전망바위 위에 올라서면 가야 할 방향으로 진안의 명산 덕태산과 선각산. 그 우측으로 깃대봉이 조망된다.

작은 굴곡이 있는 능선 길과 밧줄 구간 2곳을 통과하면 좌우측에 도로가 보이는 갈림길이다. 짧은 등산에 만족하려면 우측 서구이재(850m)로 바로 내려서고 계속 직진하면 깃대봉을 지나 와룡자연휴양림이나 선각산으로 등산을 연장할 수 있다. 우측 계단 길 아래 공터에 도착하면 산행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서구이재까지는 200여m 더 좌측으로 올라가야 한다.

‘서구이재’의 ‘서’자는 서녘 서(西)를 쓰지만 원래 쥐 서(鼠)자를 사용했다 한다. 옛날 재를 넘어 전주 등지에서 생필품을 운반할 당시 길손이 쥐 아홉 마리가 줄지어 계곡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한다. 서구이재에는 대형버스 주차가 가능한 아주 넓은 공터가 조성되어 있다.  

자고개에서 등산을 시작해 서구이재, 안양마을을 출발해 팔성암을 경유, 정상에서 대성리로 하산하는 데 9㎞ 내외의 거리에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페이스에 따라 진안의 명산 선각산을 연계해 등산을 할 수도 있으나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선각산으로 진행하다 힘에 부치면 깃대봉을 지나 와룡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다.  

장수 팔공산은 금남호남정맥상에 위치한 산으로 이 산의 북서쪽에서 발원하는 물줄기는 신암리 임신마을에서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 물줄기와 합수되어 섬진강 원류에 동참하고 남동쪽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용계리 용머리에서 금강 발원지인 수분리 뜬봉샘 물줄기와 합수되어 금강 원류를 이룬다.

백두대간을 조망할 수 있는 산이기도 하지만 설경과 설화, 보기 힘든 빙화를 가끔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산이다. 대구에서 넉넉잡아 2시간 30여 분이면 자고개에 도착하고 오전 7시에 출발해도 산행을 마치고 오후 7시쯤이면 귀가할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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