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춘천 검봉산
# 좌우 급경사 능선길 칼날 위 걷는 듯…눈에 익으니 묘한 친근감
우리나라 말로 칼은 한자어로 刀(도)라 불리고 검(劒)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칼과 검은 다르다. 도(刀)는 날이 한쪽에만 있어 주로 휘둘러 베는 데 사용하고 검(劒)은 날이 양쪽에 있어 주로 찌르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뾰족(尖) 하다는 점은 닮았다.
한때는 검봉으로 불리기도 했고 칼봉이라고도 불렀다. 그러다가 언제부턴지 ‘봉’ 뒤에 ‘산’ 자가 하나 더 붙더니 이제는 아예 혼합하여 검봉산(劍峯山)이라 부른다.
물과 산수의 고장 춘천에는 수많은 산이 산재하는데, 검봉산도 그중의 하나다. 해발 530m로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와 백양리 경계에 있으며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북으로는 삼악산과 대치하고 있다. 칼을 세워 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칼봉 또는 검봉이라 부르는데 그저 그런 산이었으나 주위의 경관이 아름답고 강촌유원지의 명망에 힘입어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산이다.
산행의 기점은 강촌리. 구곡폭포로 들어가는 길을 따르다 보면 상가가 밀집한 곳에 우측으로 강선사 팻말이 보인다. 임도를 타고 들어가면 우측 전방 위쪽으로 거대한 암봉이 눈길을 끌고 그 아래로 강선사가 보인다. 절 100여m 전방에 이정표가 있고 흙으로 된 좌측 ‘들깨말 산마루길’에서부터 본격적인 등산로다.
작은 이정표를 지나 우측으로 감아 돌면 거대한 암봉을 우측으로 끼면서 산자락으로 치고 오른다. 주능선 안부에 올라 좌측으로 능선을 타면 곧이어 고사목이 있는 바위 전망대다. 헬기를 타고 공중을 선회하는 듯 조망이 펼쳐진다. 발아래로 강촌리가 아득하고 북한강 너머로는 삼악산`등선봉을 비롯해 틀니 같은 암릉이 멋지다. 육교로 내려서는 깎아지른 듯 가파른 등산로가 아찔하게 보인다.
곳곳에 똬리를 틀면서 자라난 노송을 감상하며 첫 번째 봉우리이자 암봉인 강선봉에 오른다. 오늘따라 시계가 흐린 것이 흠. 맑은 조망을 포기하고 간단한 기념촬영 후 발걸음을 재촉한다. 검봉으로 가는 등산로는 직진하지 않고 올라온 길에서 좌측 남서쪽으로 잠시 꺾어진다. 좌우사면이 급한 경사를 이루는 능선은 가끔 암릉 길도 나타나지만 오르내림이 그리 심하지 않는 능선길이다.
강선봉에서 검봉산까지는 약 2㎞. 검봉산이란 지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듯 능선 길이 마치 칼날 위를 걷는 듯하다. 강선봉에서 바라 본 검봉산은 높고 날카롭게 보여 범접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보였지만 걸을수록 그 모습이 점점 친근해진다. 검봉산과 강선봉의 중간 지점에서 보면 오히려 강선봉이 훨씬 더 멋지고 날카롭게 보이기도 한다.
강촌에서 등산을 시작한 지 약 2시간이면 검봉산 정상이다. 작은 정상석이 2개나 있고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한쪽 면이 잡목에 가려져 있어 조망은 그리 좋지 못하다.
문배마을 방향으로 조금 내려서면 탁 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서북 방향을 조망하면 북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산들의 파노라마 너머로 화악산을 비롯해 명지산 등 주요 명산들이 차례로 조망된다. 조망도가 설치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흐린 날씨거나 가시거리가 짧을 때는 전망대에서 독도에 신경 써야 한다.
강촌스키장과 리조트에서 올라오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아무 생각 없이 바로 내려서다가는 스키장으로 바로 하산할 수가 있다. 여러 군데의 이정표에도 봉화산(520m) 가는 길 표시가 전혀 없어 봉화산과 연계하는 등산객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문배마을로 가는 길을 따르다 보면 좌측에 마을이 보이는 지점에서 처음으로 봉화산 등산로 표지판을 만난다.
전망대에서 비스듬히 좌측으로 내려서는 등산로는 잠시 계단길이지만 너무 순하고 부드럽다. 트레킹 코스로는 그야말로 최적의 코스다. 리조트 쪽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을 두어 개 정도 통과하면 비로소 갈림길 ‘안부’가 나타난다. 좌측으로 문배마을이 내려다보이는데 봉화산을 가려면 직진하거나 좌측 문배마을로 내려섰다가 먹거리를 즐기고 감시카메라가 있는 서남쪽 방향으로 다시 올라붙어도 된다.
문배마을은 거대한 분지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도 모르고 지나갔다고 할 만큼 더없는 오지 마을이었다. 예전에는 한 폭의 풍경화처럼 고향 정취가 느껴졌지만 지금은 10여 채의 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며 모두 음식점이다. 산채비빔밥과 토속주를 즐길 수 있다. 산간에 자생하는 돌배보다는 조금 크고 일반 배보다는 작은 문배나무가 많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문배마을 중간지점에서 좌측으로 약간 오름길을 올라야 잣나무 숲을 통과해 둔덕 같은 고개다. 많은 사람들이 먹거리를 즐기기 위해 이곳까지 올라온다. 내림 길은 지그재그 길이다. 중간 지점에서부터 잡목들 사이로 아름다운 구곡폭포와 빙벽을 오르는 아이스 클라이밍 족들이 보인다.
계곡지점까지 내려선 다음 구곡폭포까지는 100여m를 더 우측으로 올라야 한다. 구곡폭포는 50여m의 높이로 아홉 굽이를 돌아서 떨어지는 폭포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철에는 웅장한 물줄기와 주변의 기암괴석들이 하늘 같은 바위벽을 형성해 더없이 장관이지만 겨울철에는 폭포의 빙벽 오르기 연습을 하는 교육의 장소가 된다. 사계절 이용되는 곳으로 1981년 2월 13일 관광지로 지정되었으며 지정 면적은 2.423㎢이다.
폭포 전망대 아래 계곡에서 구곡폭포를 카메라에 담고 임도를 따라서 15분 정도 내려서니 매표소다. 매표소 앞에는 매점과 음식점 두어 곳이 보이고 이곳 주차장까지 노선버스와 대형버스가 올라올 수 있으며 주차도 가능하다.
강촌리에서 출발, 강선봉과 검봉산을 오른 후 문배마을과 구곡폭포를 거쳐 매표소로 하산하는데 약 6.7㎞의 거리에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봉화산까지 연계한다면 약 12㎞의 거리에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등산 시작점과 하산지점인 강촌유원지는 1980, 90년대 대학생들의 MT 장소로 각광받던 유원지다. 각종 숙박시설과 자전거 전용도로와 서바이벌게임장 등 아직도 젊은이들의 휴식처로 청춘과 낭만의 상징이다. 먹거리가 즐비하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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