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화순 옹성산(甕城山) 쌍두봉 철옹산성
# 높이 고작 572.8m…얕보고 오르면 유격장 '아찔 코스' 숨이 턱턱
코스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인터넷에다 산을 검색하고 몇 개 되지 않는 산행기를 참조하고는 그 산에 대해 미리 단정해 버린다. 속이 꽉 찬 알찬 산이라는 걸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코스가 짧고 재미없는 산이라고 그냥 무시해 버린다. 그래서 그럴까. 이번 주에는 그 대표적 산 중의 하나인 전남 화순의 옹성산을 한 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산의 높이라야 고작 572.8m. 화순군 동복면 안성리, 북면 다곡리, 이서면 장학리에 위치한다. 항아리를 엎어놓은 것 같은 바위봉우리가 여러 개 있어 옹성산이라 부르고 빨치산 도당 사령부가 있던 백아산 능선에서 뻗었지만, 그 산세는 전혀 다르다. 백아산의 날카로운 바위 무리에 비해 모래와 자갈이 오랜 세월 퇴적작용을 거치면서 형성된 퇴적암이 솟아오른 것처럼 보인다. 바위 질은 단단하지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짜릿한 등산로는 여타 주변의 산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산행의 시작점은 안성리 신성마을 입구. 도로 우측에 옹성산 안내도와 동복유격대 군부대가 보인다. 자가용은 1`2주차장까지 진입이 가능하나 대형버스는 진입이 불가하다. 군부대를 지나면 우측이 안성저수지, 화장실 맞은편 건너 산소 옆으로 등산로가 열린다. 참고로 화장실을 지나 150여m 진행하면 좌측으로 시그널이 많이 달린 등산로를 만나는데 자칫하면 유격장을 우회하는 등산로로 진행해 산행의 재미가 50% 이상 반감될 수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대부분의 등산객이 그쪽으로 진입해 옹성산을 재미없는 산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유격장의 거대한 암벽 앞으로 진입하면 대형 글씨로 ‘극기’(克己)라 쓰인 옹암바위를 만난다. 높이가 100여m가 훌쩍 넘는 거대한 바위 봉으로 산객들을 위압한다. 우측으로 등산로를 감아 오르면 화장실을 지나 올라오는 우회로를 만나게 된다. 반드시 좌측으로 진행해야만 바위 속(산부인과 바위)을 통과해 스릴 있는 릿지 길을 오르게 된다.
비와 눈이 내린 겨울철이 아니면 로프가 걸려 있는(군인들이 훈련받는) 직벽 길을 바로 올라도 된다. 거대한 바위벽을 횡단하기도 하고 아슬아슬한 바위 끄트머리를 지나기도 한다. 유격훈련장답게 많은 담력을 요구하지만 그리 많이 위험하지는 않다. 로프나 나무다리 등 각종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어 못 오를 정도는 아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짜릿해 심장이 약한 사람은 사전에 우회 길을 권한다. 바위 오름길 곳곳이 조망대라 멈춰 서서 뒤돌아보면 멋진 전망대가 된다. 등산객들의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옹암바위 정상에서의 조망이 가장 빼어나다. 화순의 진산 모후산이 앞쪽에 버티고 뒤쪽으로 뾰족함을 자랑하는 백아산의 바위 봉우리와 주능선이 뚜렷하다. 바로 앞쪽 천 길의 벼랑 아래로 안성저수지가 그윽한 풍경을 근사하게 하고 맑은 날은 저 멀리 곡성의 통명산 줄기까지 조망된다.
바위봉우리를 넘어서면 아름다운 송림길이 이어지고 곧이어 옹암삼거리다. 제2주차장에서 바로 치고 올라오는 옹암바위 우회 길을 만난다.(주차장 0.7㎞→, ↑옹성산 정상 1.0㎞, ↓옹암바위 0.3㎞) 정상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할머니 민박집이 있는 민가 터가 나타난다. 그곳을 지나 주능선으로 오르면 산죽 속에 갈림길이 나타난다.(←정상 0.4㎞, 쌍두봉 1.1㎞→, 옹성산성 0.5㎞→) 정상이 목적이라 대부분의 등산객은 무작정 좌측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우측 쌍두봉 쪽으로 진행해야 50여m 거리에 있는 옹성산의 명물 쌍문굴을 만날 수 있다.
쌍문굴을 구경하고 다시 되돌아 나와 정상으로 가는 길을 따르면 곧이어 백련암 터다. 넓은 공터가 있고 그 뒤로 멋진 기암이 장벽을 쳤다. 그 앞에 물을 가두는 시설 안에 물이 가득하다. 다시 갈림길을 만나면 돌아서 가는 정상 길을 버리고 바로 지쳐 오르는 길을 선택한다. 주능선 위의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50m 지점이 헬기장이 있는 옹성산 정상이다.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갑자기 눈발이 굵어지고 주변의 조망이 흐려진다. 맑은 날 정상에서 바라보는 무등산과 한반도 지형이 3개 나타나는 동복호가 가히 절경이지만 오늘은 입맛만 다신다. 조망을 포기하고 철옹산성이라 불리는 옹성산성으로 가는 길을 따른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와 희미하게나마 조망이 열려 동복호가 바라보이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멋진 소나무가 있는 바위 전망대를 지나고 잘록한 산허리를 통과하자 철옹산성(鐵甕山城)이다. 고려 말 왜구의 침입에 방비하기 위하여 쌓은 산성으로 장성 입암산의 입암산성, 강천산의 금성산성과 함께 전남의 3대 산성으로 불린다. 2001년 12월 3일 전남도기념물 제195호로 지정되었다. 옹성산의 자연지형을 최대한 이용한 포곡식(包谷式) 산성으로 전체 길이는 5천400m 정도이다. 성벽은 해발 275∼550m 일대에 분포하고 축조방식은 협축법과 편축법을 사용하였고 대부분 석재와 암벽을 이용하여 축조하였다.
편안한 길을 지나 쌍두봉 가는 스릴 있는 길에 고드름이 바위벽 아래로 수두룩하게 열렸다. 하산로가 가파른 나무계단 길이라 좌우의 로프를 잡고 조심해서 내려선다. 나무계단 끝나는 지점에서 조금 내려서면 독재터널 갈림길이고 여기서부터 주차장까지는 800여m다. 제2주차장에는 화장실 시설과 철옹산성 안내판과 ‘옹성산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우측으로 거대한 옹암바위를 조망하고 임도를 걸어내려 가면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했던 저수지 화장실이다.
신성마을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해 유격장, 산부인과 굴, 옹암바위 정상, 쌍문굴, 옹성산, 철옹산성, 쌍두봉, 독재터널갈림길, 제1주차장으로 해서 원점회귀하는 데 등산 거리는 7㎞ 이내다. 바위 길과 볼거리가 많아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식사시간 포함해서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이름 없는 산이라고 해서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걸 가르쳐 주는 산이다. 산이 아무리 좋다 해도 다녀온 사람들의 입소문에 의해 평가되는 게 산이다. 그러나 등산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이 바로 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화순의 옹성산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가장 억울한 산일 수도 있다.
근처에 화순의 적벽과 몰염정, 화순온천이 있어 산행 후 구경을 하거나 온천욕을 연계해 산행코스를 잡는다면 멋진 하루 일정으로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오전 7시에 출발해 온천욕을 즐겨도 오후 7시쯤이면 대구에 들어올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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