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봉화 문수산 축서사
# 늘씬한 ‘미인송’ 춘양목 숲길 감탄사 절로
# 정상 조망, 태백·소백·청량…명산 파노라마
산 좋고 물 좋기로 소문난 곳 봉화. 태백산의 반이 봉화에 걸쳐 있고 청량산· 청옥산· 선달산 등 유명 명산이 즐비하다. 산자수명한 고장답게 각화산· 왕두산· 문수산 등 무명의 산들도 그 위세를 자랑한다. 그 중 문수산은 해발 1,207M의 산으로 물야면과 춘양면, 봉성면에 걸쳐있다.
신라 때 강원도 평창군 수다사에서 수도하던 자장율사가 태백산을 찾아 헤매던 중 "문수보살"이 이 산에서 화현(化現)하였다 하여 문수산이라 부른다. 화현이란 부처나 보살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중생의 소질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화하여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백두대간 선달산 아래의 오전약수를 제외하고‘봉화의 3대 청정탄산약수’로 알려진 두내약수와 다덕약수가 옥돌봉 아래이자 주실령 남동쪽인 문수산 자락과 문수산의 끄트머리에 있다.
등산의 시작점은 물야면에 위치한 축서사(鷲棲寺)와 주실령(780m)이다. 가벼운 산행의 원점회귀형 산행은 축서사에서, 주능선 위주의 장쾌한 능선 산행은 주실령에서 시작한다. 축서사에서 오르는 등산로는 경사가 급하나 주실령에서 진입할 경우 능선을 따라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봉화읍을 통과해 915번 도로를 따라 오전약수를 지나면 주실령에 도착한다. 백두대간의 주변 고개답게 백두대간 주능선이자 옥석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등산로 안내판과 나무 데크를 설치해 놓는 등 정비가 잘 되어 있다. 고개 뒤편 오른쪽에 문수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 있다.
등산 초입 고개 오름길을 제외하고는 그리 경사도가 가파르지 않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왼쪽 산자락의 춘양목이다. 궁궐의 목재로 쓰이는 용도답게 하늘을 찌를 듯 미끈하게 뻗은 춘양목은 높이가 족히 20m가 넘는다. 늘씬한 미녀들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고 빼어난 미인송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문수산 등산이 저절로 즐거워진다.
오지의 산답게 등산로가 깨끗하다. 부드러운 능선을 감아 오르면 25분여 만에 첫 봉우리에 도착한다. 주 등산로에서 오른쪽으로 50여m 지점에 헬기장이 있다. 올라온 쪽을 잠시 조망하고 발길을 재촉하면 왼쪽 참나무 사이로 옥석산의 전위봉인 바위전망대가 우뚝하게 보인다. 그 모양이 보기 좋아 시계가 탁 트이는 곳에서 사진 한 장을 제대로 찍어보겠다고 벼르지만 문수산에 오를 때까지 끝끝내 완벽한 조망은 허락되지 않는다.
주 봉우리 문수산은 나뭇가지 사이로 언제든 조망이 가능해 그나마 다행이다. 고개에서 시작한 오름길이 980m봉에서 잠시 끝이 난다. 나무판으로 만든 표지목이 나무에 걸려 있다. 그다음부터는 길이 조금 수월하다. 둔덕 같은 봉우리 928봉을 지나니 935봉 오름길에도 빼어난 춘양목이 눈을 즐겁게 한다.
예배령에 도착하면 거대한 노송이 있고 그 옆에 이정표가 있다. 월계리로 탈출하는 갈림길이 오른쪽으로 나 있지만 이정표는 없다. 많은 사람이 애용하지 않는지 길이 희미하다.
완만한 오름길로 925m봉을 넘어서면 등산로가 잠시 내려앉는다. 1,051m봉을 지나면 두내약수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왼쪽으로 보이고 10여 분이면 축서사로 내려가는 안부삼거리가 나타난다. 축서사까지는 700여m의 거리다. 예배령에서 이곳 갈림길까지 약 40분이 소요된다.
20분 정도 오르면 문수산이다. 정상부에는 참나무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고 봉화산악회가 세운 정상 표지석이 있다. 정상에서는 지금까지 답답했던 조망이 한꺼번에 터진다. 사면팔방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산줄기를 따라 마루금이 이어지고 문수산은 그 속에 위치한 형상이다. 마치 커다란 발우(鉢盂) 속에 우뚝 솟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태백산, 소백산, 청량산, 일월산 등 원거리의 기라성 같은 명산들과 지척의 각화산과 왕두산을 선명하게 조망할 수 있다.
하산 길은 문수지맥 주능선 길을 버리고 남릉 진달래 능선을 탄다. 얼어붙어 있는 가파른 지면이 미끄러워 몇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어야 했다. 축서사 내림 길에는 겨울산행의 필수품인 아이젠을 꼭 챙겨야 한다. 너무 높은 곳에 자라고 있어 그림의 떡이지만, 내림 길 주변의 참나무 군락지에는 만병통치 약초로 알려진 겨우살이가 곳곳에 자라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상에서 한 시간이면 축서사다. 해발 800m의 명당에 위치한 사찰로 문무왕 13년(673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설화에 의하면 문수산 아래 지림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그 절의 스님이 어느 날 밤 앞산을 바라보니 휘황찬란한 빛이 발산되고 있어 광채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더니 한 동자가 아주 잘 조성된 불상 앞에서 절을 하고 있었다. 얼마 후 그 동자는 청량산 문수보살이라며 구름을 타고 사라져 버렸고 불상만 남았다. 훗날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의상대사가 불상을 모실 곳을 찾아다니다가 현 대웅전 터에 법당을 짓고 불상을 모시니 바로 축서사다.
의상은 3년 뒤에 축서사에서 40여 리 떨어진 봉황산 중턱에 대찰을 세웠으니 부석사(浮石寺)이다. 축서사를 ‘부석사의 큰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고려 중기 전성기에는 건물 30여 동에 대중이 200여 명이나 되는 부자 사찰로 공양을 지으려고 쌀을 씻으면 뿌연 뜨물이 10리 밖까지 내려갈 정도였다고 한다. 영험한 기도처로 유명한 사찰인데 한말 을사늑약 이후 의병을 토벌하기 위해 일본군이 방화해 대웅전 1동만 남고 전소되었고 수많은 유물이 없어지고 말았다.
현재 축서사의 대표적인 문화재로는 보물 995호로 지정된 보광전 비로자나불좌상 및 목조광배와 1379호 괘불이 있으며 지방문화재자료로는 삼층석탑과 석등이 있다. 주실령에서 시작해 문수산을 오르고 축서사로 하산하는데 약 8㎞가 채 되지 않는다. 등산 소요시간은 알려진 것보다 조금 더 걸린다.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폭설이 내리면 대형버스는 주실령이나 축서사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대구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하면 오후 7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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