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태안 학암포 해벽릿지 [기사: 2012. 11. 29]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2. 12. 21. 11:50

본문

반응형

[산사랑 산사람] 태안 학암포 해벽트레킹

 

 

# 절경에 취하고 너덜겅 덕지덕지 굴따는 재미  

서해의 통념을 깬다. 보이는 건 오직 망망대해, 그곳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비경이 자리한다. 시원한 파도에 순결하다시피 맑고 고운 모래 결이 가득한 해수욕장이 3개나 연결된다. 이름하여 학암포, 구례포, 먼동 해수욕장이다. 분점도와 소분점도, 그리고 낙타바위와 고깔섬, 드라마 ‘먼동’ 촬영장소 등 줄줄이 볼거리다. 해수욕장과 해수욕장 사이에 펼쳐진 금강산과 해금강도 부럽지 않을 짜릿하고 스릴 있는 아름답고 장엄한 해벽 길을 돌아보는 코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극소수, 신문 지상에는 처음으로 학암포 해벽 트레킹을 소개한다.

학암포가 위치한 곳은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태안반도 국립공원에 위치한다. 학암포라는 지명은 원래 분점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던 곳, 분점이란 조선 중엽 이곳에서 질그릇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고 내수로 붐볐다는 데서 연유된 명칭이지만 1968년 7월 27일 해수욕장 개장과 함께 학암포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학암이란 명칭은 분점도의 용낭굴 위에 있는 바위가 학처럼 생겼다 하여 학바위라 하는데 한자 표기로 학암(鶴巖)이 되었다.

조수간만의 차이로 바닷물이 빠져나갔을 때 드러나는 백사장의 폭이 해수욕장 세 곳 모두 100여m가 넘는다. 수심이 얕고 고운 모래가 압권인 해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본 사람만이 그 매력을 안다.

학암포 해벽 트레킹의 시작점은 태안반도 국립공원 원북분소. 왼쪽 도로를 따라 조금 진행하면 바다를 앞에 두고 길이 왼쪽으로 꺾이고 해수욕장 방파제가 보인다. 방파제 오른쪽 끝 지점에서 분점도를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트레킹한다. 하얀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지는 그림 같은 학암포 해수욕장을 조망하며 오른쪽으로 섬을 감아 돌면 연이어 나타나는 해벽의 비경에 탄성이 터진다. 신과 자연만이 빚어낼 수 있는 기암과 해벽, 서해에 떠있는 주변의 섬까지 배경으로 펼쳐지면 정말이지 신선의 세계가 따로 없다. 분점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넉넉잡아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첫인상이 워낙 강렬해 그 여운이 오래간다. 먼 길을 이동한 보람을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비경의 해벽을 돌아보고 나면 더 이상 여한이 없겠지만 이번엔 광활하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학암포 백사장을 걷는다. 학이 노닌다는 뜻 그대로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모래밭 어디를 가든지 파기만 하면 맑은 물이 솟아 수분이 많은 이곳은 자연산 해당화가 곱게 핀다.  

해수욕장을 횡단하고 나면 또다시 해벽이 나타난다. 아기자기하고 스릴 있는 바위벽을 오르내리다 보면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백사장, 바로 구례포 해수욕장이다. 기암절벽이 유명한 곳으로 KBS 인기 사극 ‘먼동’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드라마 덕분으로 한동안 다소 많은 관광객이 찾곤 했지만 사극이 종료되면서 지금은 구례포 해수욕장 바다에 반한 피서객들이 더 많이 몰리는 곳이다. 황금빛 모래를 감탄하며 걷고 나면 또다시 만나게 되는 해안절벽 바위지대, 이곳에서 선경 같은 조망을 즐기며 점심을 해결한다.

이곳에서부터 시작되는 해안절벽 바위지대는 학암포 해벽 둘레 길의 정점. 초입은 너덜겅(돌이 많이 흩어져 덮인 비탈)이 드넓게 펼쳐진다. 바위 표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덕지덕지 붙어 있는 굴이 지천이다. 트레킹에 앞서 미리 굴을 채취할 수 있는 칼이나 호미를 준비하고 소주라도 몇 병 가지고 가면 하루 종일 굴을 공짜로 안주 삼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해벽 길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때로는 험한 바위벽을 오르기도 하고 스릴 있는 절벽 길을 통과할 때도 있다. 자칫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길이다. 길이 막히면 돌아가거나 되돌아 나와 조금만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진행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가장 주의해야 할 구간은 등대에 도착하기 전 통과해야 하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길이다. 사다리가 오래되어 낡아서 흔들거린다.

하기 좋은 꽃놀이와 비경도 너무 자주 하거나 연이어 나타나면 지겨워지는 법. 그때쯤 등대가 나타난다. 등대를 통과해도 해안 길은 끝이 나지 않는다. 거대한 해벽을 올라서다 보면 산으로 올라가는 로프가 보이고 산속으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해변으로 내려선다. 그리고 철사다리를 올라서 작은 굴을 통과하면 해녀마을과 먼동 해수욕장이다. 해녀마을에서는 자연산 굴과 주류 등을 파는 식당도 있다.

이제부터는 임도를 따른다. 취향에 따라 해변 길을 계속 걸어도 되고 지방도를 만나 400여m를 따르다 느르재산(102m)을 올라도 된다. 전반적으로 이정표가 잘 되어 있는 편이나 느르재산 오름길은 찾기가 애매하다. 임도를 따르다 오른쪽 산속에 산소가 보이면 그쪽으로 오르면 된다. 느르재산을 넘어서면 태안반도 국립공원 원북분소이자 학암포 오토캠핑장에 도착하게 된다.

원북분소 주차장을 출발, 분점도와 학암포, 구례포, 먼동 해수욕장을 지나 느르재산까지 등반하고 원점회귀 하는데 약 11㎞ 거리에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조수간만의 물때에 맞춰 코스를 역으로 잡아도 된다. 페이스에 맞춰 자유 트레킹이 가능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느르재산을 연계해도 되지만 권하고 싶은 코스는 아니다.

학암포 트레킹을 떠나기에 앞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물때를 제대로 맞추는 일이다. 물때가 맞지 않으면 학암포 해벽 트레킹의 진면목을 3분의 1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차량으로 이동거리가 먼 것이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녀오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 코스다. 근교의 서해 최고의 절경이라는 황금산 해벽길보다도 훨씬 코스가 길고 빼어나다. 대구에서 학암포까지 차량으로 약 3시간 20분 정도다. 오전 7시에 출발하면 오후 9시쯤 돌아올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