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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동석산 암릉 서해바다조망산행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2. 11. 2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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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진도 동석산 암릉·서해 조망

 

 

 

 

 

 

 

 

 

 

 

 

# 거대한 성곽 같은 바위능선 스릴 산행 만끽
# 암봉 조망대 올라서면 그림 같은 다도해

덧없이 흐르는 세월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세월이 가면 변하는 게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산도 변하는 시대이다. 격세지감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사람 탓이다. 그것을 웅변으로 대변하는 산이 바로 전남 진도 지산면 심동리 동석산(童石山)이다.

초창기 동석산은 전설의 산이었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를 유리(遊離)한 죄로, 평생 다도해를 그리워하는 산이라고도 불렸다. 산의 최고 높이라야 고작 240여m, 험준한 산세에 옹골찬 바위 능선으로 철옹성을 쌓아 인간의 근접을 절대 용납지 않았기에 그 위명이 더욱 드높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누구라도 갈 수 있는 평범한 산으로 변모했다. 세월과 사람에 치이고 시설물이 설치된 탓이다.

목숨을 담보로 짜릿한 산행을 보장한 악명 높은 동석산은 1990년대 중반, 처음으로 일반에 소개됐다. 그러나 대구에서 진도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었고 교통마저 불편했다. 그러다 대구에 이 산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대구등산학교 암벽반 10기들에 의해서였다. 동석산이 지역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이후다. 워낙 이름 없는 산이라 무박 2일로 떠나는 산행으로는 외면 받았지만 필자(지홍석)가 오전 5시 출발, 당일 다녀오는 산행으로 동석산을 지역에 처음 소개했다.

동석산은 진도에서도 가장 외진 최서남단에 위치해 있다. 5만분의 1 지형도에는 동석산이란 지명은 없고 석적막산이라 표기돼 있다. 암벽미와 암릉미는 기가 막히게 탁월한 산이다. 서남쪽의 바다 조도에서 보면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형상이다.

산 자체가 거대한 성곽을 연상케 하는 바윗덩어리로, 약 1.5㎞ 남북으로 이어져 있다. 암릉 중간마다 큰 절벽을 형성하고 있어 경관이 수려하다. 암릉 앞부분 남쪽에는 심동저수지, 동쪽에는 봉암저수지가 눈을 즐겁게 하고 서해와 남해의 섬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산행의 시작점은 두 군데다. 심동리의 종성교회와 천종사다. 예전의 위명과 악명 높은 코스를 일부라도 경험하고 싶다면 종성교회에서, 안전한 산행이 철칙이라면 천종사에서 시작한다. 현재 진도시에서 위험하다고 종성교회 쪽 등산로를 폐쇄했다. 행여나 사고가 나도 시에서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기되어 있다.

심동리 종성교회 들머리에 도착해 동석산을 보면 처음에는 조그마한 암팡진 돌산 정도로만 보인다. 교회 방향으로 소로를 따라 등산을 나서면, 교회에서 오른쪽으로 산을 향한 길이 열린다. 5분이면 작은 지능선에 닿게 되고 서서히 고도를 높이면 이윽고 거대한 바위벽이 눈앞을 가로 막는데, 그때서야 이 산이 얼마나 위압적이고 위험한 산인지 실감하게 된다. 직벽을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작은 바위벽이 막아서고 바위 안부에서 오른쪽 바위벽으로 올라붙는다. 만약을 대비해 반드시 25m 이상 보조 자일을 이용해 올라야 한다. 군데군데 위험한 곳에 로프가 매달려 있기도 하지만 낡아 위험해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

위험한 암릉 구간이라 오금이 저절로 당긴다. 동석산 암릉은 전문산악인이라면 굳이 등반장비 없이도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보조 자일과 슬링, 카라비나 등은 산행리더라면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이 위험구간은 바위 봉우리 3개를 넘고 나서 천종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를 만날 때까지 계속된다.
전망대가 있는 암봉 아래에 미륵좌상굴이 뚜렷하다. 예전에 없던 미륵좌상굴이 생겼다. 세속에 물든다는 의미다. 호수같이 맑은 심동저수지 아래 넓은 들판과 다도해의 전형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위험한 수직암벽에는 철로 된 난간이 설치되었고 쇠고랑 손잡이와 로프도 있다.  
        
등산을 시작한 지 2시간이 다 되어서야 동석산 정상에 도착한다. 표지석에는 ‘동석산. 해발 219m’라 적혀 있다. 석적막산과 동석산이 동일한 산인지 어떠한 근거로 이곳에 정상석이 세워졌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첫 번째 암봉에 올라서면서부터 펼쳐지는 조망이 압권이다. 지나왔던 암릉과 가야할 암릉이 만들어내는 주변 조망도와 서해바다의 풍광이 그야말로 그림이다.

최고봉인 석적막산에서부터 전형적인 육산으로 탈바꿈한다. 동북쪽으로 가야할 작은애기봉과 큰애기봉의 모습이 보인다. 안부 갈림길이기도 한 가학재에는 이정표가 있다(동석산 정상 2.0㎞ 큰애기봉 1.2㎞ 가학마을 0.9㎞ 가치마을 1.0㎞). 작은애기봉을 지나 큰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선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물안개, 장산도 등대와 어우러진 바다의 전경은 그림으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하의도와 양덕도(발가락섬), 주지도(손가락섬). 광대도(사자섬). 솥뚜껑바위. 기둥바위. 송도. 소장도. 혈도. 하갈도 등 갖가지 모양을 갖췄다.

낙조대 갈림길까지 되돌아나와 잘 정돈된 나무계단 데크 길과 동백나무 숲을 지나면 임도다. 작은 언덕에 위치한 2층 낙조조망대에 오르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펼쳐내는 향연이 볼거리다. 세방낙조주차장에 도달하면 비로소 등산은 끝난다.

하심동마을에서 세방낙조전망대 주차장까지 도상거리는 6㎞ 정도. 그러나 바위 지대가 많아 산행에만 3, 4시간, 경치까지 즐기면 5시간이다. 위험 구간은 피해갈 수 있도록 우회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손잡이와 발판 역할을 하는 철제링을 박아뒀고, 철봉과 밧줄을 곳곳에 설치해 뒀다.
  
금실이 좋던 부부마저도 대판 싸우도록 만들었던 산이 진도 동석산이다. 해발만 믿고 무조건 산행에 따라 나서서는 안 된다. 대구에서 산행지까지 약 5시간 정도로 다소 멀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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