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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백아산 조망산행 [기사: 2013. 1. 7]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3. 2. 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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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화순 백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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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때 빨치산 도당 사령부 주둔

# 정상 조망 무등산·지리산이 한눈에

화순 백아산(白鵝山), 전남 화순군 북면에 위치한 818m 높이의 고만고만한 산이다. 이름이 주는 상징적 의미 때문인지, 석회석으로 된 봉우리가 마치 흰 거위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상여바위, 절터바위, 마당바위 등 아름다운 바위가 산재하고 풍수적으로 금.목.수.화.토 5형을 모두 갖춘 특수한 지형으로 분류된 산이다.

역사적으로는 여순사건과 6.25사변을 치르면서 빨치산 대부대가 칩거한 사실이 있는 내력이 많은 산으로 빨치산 도당 사령부가 있던 산이었다. 남록에 자연휴양림이 들어서서 오토캠핑을 겸한 산행지로 알려졌고, 약 10km 정도 떨어진 근거리에 화순종합온천장이 개장하면서 이 산과 연계한 온천산행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지리산과 무등산, 두 개의 국립공원이 한꺼번에 조망되는 산이다. 그러나 실상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밭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산 전체가 바위로 하얗게 빛나지만, 거대한 하나의 독립 봉우리를 이룬 산이 아니라 많은 석회암이 지표로 많이 드러나 전체적으로 그렇게 보일뿐이다.

 

등산의 시작점은 덕고개와 백아산자연휴양림이다. 두 코스 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자가용을 이용한 원점회귀형 산행은 자연휴양림에서 시원한 조망과 능선의 맛을 느끼는 아기자기한 등산로와 백아산의 골계미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덕고개에서 시작한다. 처음 이 산이 알려졌을 때는 백아산관광목장에서 대부분 등산을 시작했지만 사유지라 몇 해 전 화순군에서 덕고개에 백아산 등산로 표지석을 세우고 이정표를 설치했다. 주차 공간도 마련했다.

인삼밭 사이를 지나면 5분여 만에 산자락으로 등산로가 스며든다. 족히 60여 년은 훨씬 넘은 것 같은 송림 숲 사이로 거대한 바위벽이 드러나지만 넓은 등산로에 소나무가 빼곡하게 우거져 삼림욕에 최적이다. 등산을 시작한 지 25분이면 관광농원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고 좌측 나무 사이로 마당바위가 그 위용을 서서히 드러낸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잠시 평평한 등산로가 가라앉는가 싶더니 이내 오름길이 다시 시작된다. 등산을 시작한 지 1시간여 만에 마당바위 옆 안부 철쭉 군락지에 도착한다.

마당바위 뒤쪽 북편으로 철사다리가 놓여 있어 쉽게 올라설 수 있다. 바위 전망대와 헬기장이 나온다. 사면이 바위 벼랑을 이룬 마당바위에서의 조망은 일품이다. 발아래 북면의 여러 마을이 한눈에 조망되고 고개를 들면 주변의 명산이 죄다 들어온다. 탁 트인 일망무제의 조망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다. 서북 방향 원리마을로 연결되는 날카롭고 험난한 바위 봉우리 사이로 출렁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철쭉군락지로 되돌아 나와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는 샘물이 있는 약수터를 지난다. 약수터는 등산로에서 30m 정도 떨어져 있어 다녀오기가 쉽다. 백아산의 또 다른 암봉인 천불봉은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접근을 삼가는 것이 좋다. 천불봉에는 온갖 형상의 바위가 군집해 있다.

백아산 정상에서의 조망 역시 시원하다. 마당바위와 마찬가지로 사위(四圍)의 하늘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동편으로는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굽이굽이 능선 물결을 이루고 서쪽으로는 무등산이 손에 잡힌다. 남쪽으론 모후산, 북쪽으론 설산과 그 너머 강천산이 오롯하다. 백아산이 무등산과 지리산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였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된다.

빨치산의 진지가 있었던 남쪽 휴양림 방향으로 735m봉과 765m봉 등이 차례로 겹쳐진다. 오르내림이 적은 능선 길은 산행의 기쁨이 배가 된다. 정상의 남쪽 아래 절벽의 바위가 볼거리다. 정상을 출발한 지 25분이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갈림길이다. 5분 거리인 문바위 쪽으로 하산하면 휴양림 순환로 쪽에 있는 동화석굴(석회암굴)을 볼 수 있지만 계속 남릉을 타야 아기자기한 백아산 암릉 줄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산세와 달리 우뚝 솟은 독립봉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다면 745m봉을 올라 남쪽 바위절벽 끝 지점까지 진행해 마지막으로 아찔한 조망을 즐겨 볼 터이지만 오늘은 좌측으로 우회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하산로다.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남쪽 암릉길은 백아산 산줄기의 백미다. 불쑥불쑥 솟아오른 바위들이 산등성이를 이뤄 아기자기한 등산로의 맛이 그만이다. 하산하면서 가끔씩 뒤돌아보면 바위 군락들이 먹이를 쫓아 오르는 거위 떼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바윗길이 끝나는 지점인 안부에 갈림길이 있다. 좌측으로 내려서면 휴양림이지만 조금 더 진행해도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등산로가 있다. 덕고개에서 등산을 시작해 마당바위를 올랐다가 백아산 정상을 지나 남릉을 탄 후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데 약 9㎞의 거리에 서너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등산을 마친 후 돌아오는 여정에 화순종합온천장에 들러 온천욕을 겸할 수 있다.

온천장 가는 길목에 몰염정 정자와 화순 적벽이 있다. 몰염정에는 방랑시인 김삿갓(병연) 시비가 세워져 있다. 지금은 댐이 형성되어 있지만 화순군 동복의 경치에 반한 김삿갓이 최후로 머문 지역이 동복면이라고 한다. 화순 적벽은 무등산에서 시작하는 신령천이 흘러 적벽강가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높이 약 100m, 길이 14m의 넓은 면적에 펼쳐져 있으며 경치가 매우 아름다워 신선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다. 조선 중종(1506∼1544) 때의 유명한 선비인 신재 최산우가 이곳을 보고 소동파의 ‘적벽부’에서 이름을 따서 적벽이라 부른 이후 많은 풍류 시인들이 이곳에 들러 그 아름다움을 찬양했다고 한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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