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양산 봉화봉·늪재봉·수도암·통도사
# 통도사 둘러 5시간 산책하듯 쉬엄쉬엄
# 등산길 쉬워도 장쾌한 조망 속이 시원
영남알프스 최고의 명산이자 양산의 진산인 영축산(취서산)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봉화봉(483m)과 늪재봉(559m)이다.
정면 영축산의 좌측 바위 봉우리와 남서쪽으로 뻗어나간 주능선을 다른 거리와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대다.
산행의 난이도가 부드럽고 산의 높이도 그리 높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걸어도 되는 산이다. 기막힌 조망을 만끽할 수 있는 바위 전망대가 몇 군데나 되고 암자도 서너 개가 넘는다.
정신적 또는 신체적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을 ‘힐링’(Healing)이라고 한다면 ‘힐링 산행’의 최적지로 꼽을 만하다.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인 통도사 일주문 앞이다. 일주문 정문을 바라보았을 때 좌측 도로를 따르면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철망이 보인다. 반사경을 지나 100여m를 지나면 철망 중간지점에 문이 나 있고 통도천 계곡을 건너 좌측 10여m 지점에 우측으로 영모정이 보인다. 영모정 앞을 통과해 철제 펜스 안으로 들어선 다음 좌측 펜스를 따라 등산을 시작한다.
오름길은 경사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만하다. 등산로 초입은 많은 사람들이 다닌 흔적으로 조금 실망스럽지만 숲 속으로 접어들수록 산의 매력에 빠져든다. 숲의 형태는 소나무와 활엽수림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숲길이다. 삼각점을 지나 산행 시작 후 40분이면 최고의 전망대에 도착한다.
봉화봉 등산 중 최고의 전망대로 주등산로에서 우측 방향으로 30m 정도 벗어난 지점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들르는 곳이라 길이 잘 나 있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지나치지 않는다. 암반과 기암으로 형성된 전망대에 올라서면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하게 뚫린다. 발아래로 고사목 한 그루가 배경을 수놓고 그 아래로 통도사의 전경이 한눈에 집약된다. 그 뒤쪽으로 오룡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첫 번째 전망대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두 번째 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첫 번째 전망대보다는 못하지만, 조망은 탁월하다. 조금씩 고도를 높여갈수록 좌측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를 자주 만난다. 등산로가 너무 부드러워서인지 산악자전거 동호회 회원들과 산악오토바이가 가끔 지나가는 것이 옥에 티다.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하지만 산속까지 들어와서 소음과 매연, 기름 냄새를 맡는 것은 고역이다.
10분 정도 지나면 Y자 갈림길이 두 번이나 나타난다. 오른쪽으로 가지 말고 왼쪽 주능선 길을 따른다. 평탄한 길과 경사가 약한 오르막길이 반복되다가 이번에는 좌측으로 멋진 바위 전망대가 보인다. 전방을 주시하면 좌측에서부터 낙동정맥의 정족산과 천성산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계당봉과 금정산이 차례로 조망된다.
봉우리의 넓은 공터에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 봉화봉 정상이다. 정상석 대신에 돌무더기 위의 돌에 봉화봉이라 적어 놓았다. 10시 방향이 해운청소년수련원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 2시 방향이 늪재봉으로 가는 길이다. 좌측으로 구부러진 등산로를 따르면 허물어진 무덤을 지나고 완만한 오르막에 멋진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안부 삼거리에서 오르는 길이 오늘 등산 중 최고의 오름길. 그러나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다시 평탄한 길을 만나 100여m 정도 지나면 늪재봉(559m)이다. 무심코 걷다가는 놓치기 쉬운 지점으로 우측에 작은 돌 하나를 세워놓고 늪재봉이라 매직으로 써 놓았다. 늪재봉 주변엔 너른 숲이 많아 중식 장소론 그만이다.
중식을 마치고 완만한 내리막길을 8분 정도 따르면 T자형 삼거리다. 왼쪽으로 내려가는 뚜렷한 길이 오룡산과 시살 등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오른쪽 약간 오름길이 서운암 가는 길이다. 계절과 등산의 목적에 따라 코스를 선택한다. 봄꽃이 만개하는 4월 초라면 남산제비꽃과 노랑제비꽃, 각시붓꽃 등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서운암으로 오룡산과 영축산을 연계하거나 546m봉을 지나 백련암으로 바로 내려서려면 좌측 길이다.
약간의 오르막에서 좌측 오룡산으로 가는 뚜렷한 길이 보인다. 직진해야 546m봉을 바로 올라선다. 봉우리에서 좌측으로 내려서지 말고 직진하는 내림길을 택해야 백련암으로 가는 길이다. 약간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면 조금 넓은 등산로를 만난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지능선 하나를 넘어야만 발아래로 백련암이 내려다보인다. 암자로 바로 내려서는 길은 없고 한 바퀴를 휘돌아야 백련암 입구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숲길이 지루하지 않다. 옥련암으로 오르는 삼거리를 만나 산속으로 이어지는 작은 등산로는 서운암으로 연결된다. 한참을 내려서야만 우측에 서운암 가는 도로가 보인다. 초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측 오르막 도로를 따라야 수도암과 안양암, 통도사로 갈 수 있다. 오르막에 안양암 표지석이 있는 우측으로 난 임도를 따라 능선을 넘으면 수도암이다. 수도암은 절의 운치도 좋지만 두 그루의 소나무가 압권이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하늘로 뻗어 있다.
여기서 등산로는 좌측으로 산허리를 한 번 정도 더 감아서 돈다. 자칫 오름길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등산로다. 지능선에 놓인 바위지대를 만나면 통도사가 비로소 커다란 얼굴을 드러낸다. 계곡을 건너야 송광사. 해인사와 더불어 삼보사찰이라 불리는 통도사다. 통도사에서 입구 주차장까지는 30분 정도가 더 걸린다.
통도사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해 다시 원점회귀하는데 약 13㎞의 등산 거리에 휴식을 포함해 약 5시간 내외의 등산 시간이 소요된다. 등산로가 완만해 남녀노소 또는 가족 산행에 적합하다. 백련암 또는 서운암에서부터 포장된 임도라 조금은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통도사의 이름 있는 여러 암자를 한번에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고속도로가 잘 나있어 접근이 쉽다. 경부고속도로를 탄 다음 통도사IC로 빠져나간다. 대구에서 오전 8시 출발해도 오후 6시쯤 충분히 귀가가 가능하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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