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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취적봉(吹笛峰)·어천·덕산기계곡 [기사: 2013. 7. 11]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3. 7. 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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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정선 취적봉(吹笛峰)·어천·덕산기계곡

 

 

 

 

 

 

 

 

 

 

 

 


 # 하늘 가린 울창한 숲속 산행, 속살 선명한 계곡 트레킹 동시에

강원도 정선 취적봉(吹笛峰). 백두대간의 금대봉(1,418.1m)에서 발원한 물이 어천을 지나 조양강에 어우르기에 앞서 석곡리와 덕우리를 빠져나가며 얼싸안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조선조 폭군 연산군의 네 아들이 이곳 버드내(유천리)에 유배되어 23일 만에 사사된 곳으로 폐세자가 감자로 연명하며 피리를 불던 곳이라 하여 취적봉이란 이름을 얻었다. 또한 인근의 지족산 자락에서 보면 마치 동자가 피리를 불고 있는 듯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는 설도 있다.

해발이 728.2m로 지척의 이름 없는 봉우리 787m봉과 888.6m봉에도 못 미친다. 몇 해 전. 모 산지에 취적봉이 소개가 되었지만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지난해부터 갑자기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매스컴 때문이다. TV 프로그램 ‘1박 2일’에 산자락의 덕산기계곡이 옥처럼 푸른 청정계곡으로 소개가 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산행들머리는 덕우삼거리다. 424번 지방도와 59번 국도가 만나는 지점에 석공예단지가 있다. 석공예단지의 넓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안내도가 있는 곳에서 남쪽으로 59번 지방도를 따르면 좌측에 하돌목교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면 화장실이 보이고 우측으로 꺾으면 좌측 고추밭 사이로 등산로가 연결된다.

고추밭을 통과하면 등산로가 지능선으로 이어진다.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지가 멋진 풍광을 연출하지만 나무에는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다. 깊게 팬 ‘V’자 모양의 수피가 민족의 아픔을 상징처럼 드러내고 있다.

산등성이의 양지쪽에 있는 산소를 지나면서부터 곧바로 가파른 된비알이다. 오지의 산 특유의 청량한 숲 냄새가 풍기고 숨이 턱에 차오를 때 우측이 환하게 열리며 전망대가 나타난다. 올라온 지점의 아래를 뒤돌아보면 남대천으로 불리는 어천이 태극 문형을 그리며 산자락을 감아 도는 게 보인다. 첫 번째 맞이하는 그림 같은 조망도다.

우뚝한 바위봉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오름길에 시선을 끌었던 사모바위다.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이 바위에 그림자가 보이지 않으면 낮 12시를 알려 준다고 해서 시계바위라고도 부른다. 직벽이라 바로 오를 수는 없고 우측으로 우회길이 만들어져 있다.

등산을 시작한 지 1시간 20여 분이면 취적봉 정상석이 있는 바위 봉우리에 도착한다. 높이로 보아서는 실제적 정상이 아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을 정상으로 친다. 정상은 조금 더 진행하면 만나는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다. 이곳에서 기념촬영 후 목적에 따라 등산로를 선택한다.

강릉 유씨 묘를 지나 787m봉에서 덕산기계곡으로 하산한 다음 덕산기계곡을 즐긴 후 덕산1교로 하산하려면 동쪽 능선으로 계속 직진하면 되고 덕산기계곡과 어천계곡이 합류하는 지점인 덕산1교로 곧바로 내려가는 등산로를 선택하려면 이곳에서 20여m 되돌아 내려간 다음 갈림길에서 올라온 지점이 아닌 우측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내리막길은 숲으로 이어져 햇빛이 차단된다. 거기다 인적마저 드물어 호젓한 등산을 약속한다. 능선의 마지막 끄트머리인 덕산기계곡과 어천의 합수점에 다가갈수록 보기 드문 비경과 스릴을 동시에 맛본다. 일명 덕우팔경으로 불리는 비경들이다. 제월대의 천길 바위벼랑에서 바라보는 제5경 구운병의 아홉 병풍과 예천의 회룡포에 버금가는 곡선의 강 속에 자리 잡은 백평마을과 노루고개가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거기다가 삼합수 강변에 모자 모양의 기암절벽인 제8경 낙모암은 선계의 세계를 떠올리게 만든다.
‘물이 맑은 집’ 입구에 내려서서 잠시 우측 청정계곡에 몸을 담갔다가 지능선 끄트머리의 좌측으로 넘어서면 넓은 어천이 나타난다. 물의 수량이 많아 거대한 돌을 놓아 만든 징검다리가 이색적이다. 여기서부터는 등산화가 젖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바로 좌측으로 어천을 거슬러 강변 트레킹을 즐긴다.

어천에서 바라보는 제월대의 천 길 벼랑과 낙모암의 기암 봉우리, 구운병의 모습이 정말이지 한 폭의 그림이다. 그다음 만나는 경치는 대촌마을 강변에 있는 정자 터로 주변을 조망하기에 최적인 제6경 반선정이다. 대촌마을 건너편에는 상투를 틀어 올린 것 같은 석봉이 죽순을 닮았는데 덕우팔경의 제1경 옥순봉이다. 등산을 마감하는 지점에서 바라보는 제2경 취적대는 유천마을 건너편의 석벽으로 우리가 올랐던 사모바위 일대를 말한다. 최근 연산군의 아들 세자 이황이 사약을 받고 죽었다는 유천마을은 ‘세자마을’로 이름을 바꾸고 펜션을 지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조금 긴 등산을 계획했다면 취적봉을 지나 로프가 설치된 낭떠러지를 내려서야 한다. 이어서 봉우리 3개를 탄 다음 소나무 군락지와 강릉 유씨 묘를 지나 787m 봉우리에서 좌측 덕산기계곡으로 내려선다. 진한 옥빛으로 빛나 신비함을 더하는 덕산기계곡은 계곡의 속살까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계곡의 합수점인 ‘물 맑은 집’까지 내려오면 임도를 따르지 말고 계곡으로 내려선 다음, 지능선 끄트머리를 횡단해 어천의 징검다리를 건너 강을 거슬러 오른다.

한여름 철이 아니라면 차량이 많지 않아 대형버스가 ‘물 맑은 집’이 있는 덕산1교나 역둔마을까지 진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이 몰리는 여름철은 삼가는 게 좋다. 길이 협소해 들어가기도 어렵고 차량의 교행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형버스를 이용했다면 하산 지점은 예전에 초교가 있었던 덕우마을 유원지로 하는 게 좋다.

덕우삼거리에서 등산을 시작해 취적봉을 오르고 강릉 유씨 묘를 지나 덕산기계곡과 어천을 경유해 덕우마을로 하산하는 데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정상에서 바로 덕산1교로 하산해 어천을 경유해 덕우마을 유원지로 하산하는 데는 4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등산을 마치고 정선 5일장을 방문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차량으로 덕우마을에서 20분이 소요된다. 맑고 차가운 물, 수려한 경치와 아름다운 숲이 배경을 장식하는 덕산기계곡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이 볼거리로 올여름이 아니라면 내년부터는 인산인해일 것으로 짐작된다. 올해가 다녀올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일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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