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영남알프스 배내봉 저승골.천상골 계곡산행[ 기사일: 2013. 7. 18]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3. 8. 5. 10:54

본문

반응형

[산사랑 산사람] 영남알프스 배내봉 저승골·천상골

 

 

 

 

 

 


 # 울창한 숲 따라 크고 작은 폭포
# 이름처럼 시원한 여름 계곡산행

영남알프스 배내봉은 해발이 966m로 배내고개에서 간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위치해 있다. 가지·신불·천황·운문·영취·재약·고헌·문복·간월산 등 영남알프스 주산에는 미치지 못하나 전인미답이라 일컬을 만한 기가 막힌 계곡 하나를 품었으니 바로 저승골이다.

저승골은 휴양지로 이름 높은 작천정의 상류에 위치한 계곡으로 배내봉(966m)에서 바로 흘러내리는 골짜기다. 무시무시한 이름에서 보듯이 골이 깊고 길이 거칠기로 유명해 한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계곡 산행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섭다고 미리 겁을 낼 필요는 없다. 오름길 계곡이 다소 무서운 ‘저승골’이라면 내림길 계곡은 그와 반대인 ‘천상골’이기 때문이다. 천상골은 간월산(1,069m) 정상에서 바로 흘러내리는 계곡으로 간월공룡능선 좌측에 있는 아주 속 깊은 계곡이다.
 
등산의 시작점은 간월산자연휴양림 입구의 삼거리다. 대형버스가 이곳까지 진입이 가능하다. 우측 길인 직로를 택하면 곧이어 철문이 가로막혀 있는 지점이 보인다. 그곳에서 좌측 계곡으로 내려선 다음 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철다리를 오르면 산을 깎아 만든 채석장의 돌무더기가 우측에 나타난다. 그곳을 통과하면 저승골의 문 역할을 하는 폭포가 나타나고 폭포 우측으로 철책을 비켜서면서 본격적인 등산로가 열린다.

폭포를 지나 넓은 바위에 올라서면 길은 작은 폭포 앞에서 왼쪽 숲 속으로 이어진다. 더욱 짙어지는 숲은 햇빛이 잘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더없이 음침하다. 등산로는 계곡의 좌우를 넘나들기를 반복하고 연이어 나타나는 크고 작은 물줄기와 폭포가 감탄사를 자아낸다. 혼자 들어서면 공포를 느낄 만하다.

될 수 있으면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계곡 좌측의 사면 길을 무조건 따르다 보면 길을 잃을 염려가 있다. 좌측이 작은 계곡인 합수점을 통과해 폭포 하나를 더 지나면 저승폭포를 만난다. 50m가 넘는 폭포로 직등의 폭포는 아니나 가파른 협곡에 위치해 있는 만큼 저승폭포의 우측면을 타고 오르는 길은 상당히 위험하다. 저승폭포를 구경하고 필히 저승폭포 30여m 전 지점에 있는 우측 산자락으로 오르는 우회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저승폭포를 지나면서 배내봉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도가 높아진다. 폭포를 통과한 지 40분 정도면 배내봉에서 밝얼산으로 가는 너른 길을 만난다. 왼쪽 오르막길을 조금만 더 오르면 배내봉이다. 사면팔방이 탁 트이는 정상에서 원 없는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영남알프스의 재약산과 천황산, 가지산과 고헌산, 신불산과 간월산 등 기라성 같은 주봉들이 자웅을 겨루듯 사면으로 펼쳐진다.

중식으로 소모된 체력을 보충하고 남쪽으로 이어진 좌측 주능선을 탄다. 신록으로 펼쳐진 능선엔 숲이 우거져 있다. 여기서부터 갈림길이 나타나더라도 철저히 주능선의 날등을 탄다. 곳곳에 전망대가 만들어지고 좌측의 깎아지른 절벽 너머로 언양 방면의 조망이 기가 막힌다.

20여 분 정도 가면 바위 전망대를 지나 ‘간월산 1.5㎞’ 이정표를 만난다. 다시 30여 분 정도 오르내림이 그리 심하지 않은 능선을 통과하게 된다. 그곳 능선에서 바라보는 912m봉 주변의 바위봉우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천질바위로 가기 위해서는 간월산을 가기 전 마지막 봉우리인 912m봉을 절대 지나쳐서는 안 된다. 작은 바위가 있는 봉우리로 남쪽 정면으로 간월산과 간월공룡능선, 신불산과 신불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좌측인 동쪽으로 내려서는 등산로는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잠시 후 다시 갈림길을 만나는데 여기서는 좌측의 약간 오르막길을 선택한다. 잘못해서 우측 길을 따르면 천질바위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이 912m봉을 거치지 않고 선심재로 바로 가는 등산로다.

천질바위는 휴양림으로 들기 전 차량을 타고 오면서부터 눈길을 끌던 비범한 사각형 바위다. 산의 7부 능선 지점에 위치한 바윗덩어리로 정상부에 오르기 위해서는 굵은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한다. 바위 위에는 몇 그루의 멋진 소나무가 있다. 동쪽과 남쪽은 천 길의 바위벼랑이다.

천질바위에서 천상골로 내려서는 등산로가 매우 가파르다. 천상으로 가는 길인데 어찌 그리 쉬울 것인가. 천상골도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들지 않는 오지로 계곡을 만나 한참을 더 내려서야만 간월공룡능선에서 내려오는 임도를 만나게 된다. 임도 우측에 계곡 방향으로 내려서는 등산로가 보인다.

천상골은 수량이 풍부한 계곡으로 군데군데 암반이 더러 있다. 산행의 피로와 땀을 씻어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계곡이다. 간월굿당을 지나면 넓은 등산로다. 잠시 뒤 임도 삼거리를 만나게 되고 계속 내려서면 곧 안내도가 보이면서 알프스산장이 있는 도로에 도착하게 된다. 등산을 시작한 간월산 자연휴양림 삼거리 못미처 가게도 더러 보인다.

휴양림 입구 삼거리를 출발해 저승골~저승폭포~배내봉~전망대~천질바위~간월굿당~알프스산장 앞 도로까지 내려서는 데 약 10㎞의 산행거리에 순수 등산 시간이 네댓 시간 정도다. 자칫 912m봉을 지나쳤다면 10분 정도 더 내려서면 간월산 오르막이 시작되는 선짐재다. 작은 돌탑이 있는 곳으로 왼쪽으로 꺾으면 천상골로 하산할 수 있다. 가파른 길이지만 지그재그 등산로라 크게 힘들지 않다. 등산 시간이 오히려 천질바위로 하산하는 것보다 더 짧을 수 있다. 준족의 건각이라면 간월산을 지나 스릴 있는 간월공룡능을 염두에 둘 수 있다. 공룡능 끝 지점 임도에서 좌측으로 내려선다. 등산 소요시간이 6시간을 상회한다.

저승골과 천상골 계곡 산행은 많은 비가 내리면 등산을 멈춰야 한다. 계곡의 경사가 가파르고 양쪽으로 협곡이 이어져 있어 함부로 오르고 내려서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 단순한 등산 시간만 계산하고 등산에 나서기보다는 날씨예보를 살피고 실제 소요 시간보다 훨씬 여유 있게 등산 시간을 잡는 게 좋다. 교통이 좋아 접근하기에 용이하다. 오전 8시에 출발해도 오후 7시 이전에 여유 있게 대구로 귀가할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