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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횡성 발교산 [기사일: 2013. 8. 29]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3. 9. 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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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강원 횡성 발교산

 

 

 

 

 

 

 

 

 

 

 

 

 

 

 

 

 

 

 

 

 

 

 

 

 

 

 

 

 

 

 

 


 # 울창한 숲 맑은 계곡에 소와 담, 수려한 폭포…인적 드물던 청정자연 간직

이름 없는 산이 주는 즐거움은 기대감이다. 때로는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되갚음 되기도 하지만 횡성의 발교산은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산의 높이 995.2m, 해발 1,000m에서 5m 정도가 부족하다.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과 홍천군 동면에 걸쳐 위치하지만 등산의 들머리와 날머리가 횡성군에 위치한다.

산의 이름이 무명에 가까워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내년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 것으로 보인다. 골 안이 깊은 협곡으로 이뤄진데다 산림이 우거지고 맑은 계곡에 소와 담, 걸출한 폭포가 숨겨져 있어 천혜의 자연미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쉰다. 거기다가 최근에 이 산이 새롭게 조명되고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도 원인일 수 있다. 차량으로 횡성군 청일면 춘당초등학교 못 미쳐서 왼쪽으로 꺾어 골짜기로 들어선다. 사슴목교를 통과해 조금만 진행하면 산행의 들머리 봉명4교가 보인다. 다리 좌측으로 이정표가 보이고 임도로 접어들면서 등산이 시작된다. 여름의 막바지여서인지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버스가 이미 5대나 주차되어 있다.

청정한 계곡에 시선을 두면서 임도를 따르면 ‘동이소’다. 바위에 동이 만한 구멍이 있다고 붙여진 이름으로 우측으로 바위들이 보인다. 이윽고 갈림길, 계곡 우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융프라우’ 펜션이 나타나고 펜션을 지나면서부터 전형적인 산길로 바뀐다.

처음 만나는 명소가 명맥바위다. 옛날 제비같이 생긴 ‘명맥새’가 바위벽에 집을 지었는데 바위가 급경사가 되어 집이 떨어져 제비(명맥새)가 눈물을 흘리며 어디론가 날아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명맥바위를 지나면 벤치가 놓여 있다. 조금 후 계곡 길과 능선 길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이정표가 보인다. 계곡 길과 능선 길은 봉명폭포 하단폭포에서 상단폭포로 가는 갈림길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폭포의 진면목을 제대로 살피려면 계곡 길을 따르는 게 좋을 듯, 계곡을 좌측으로 건너 계단으로 계곡을 우회한 후 다시 계곡을 우측으로 건너면 바위에 물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청량한 바람이 이는 봉명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봉명폭포는 횡성군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폭포다. 약 30m 높이에, 3단으로 이루어진 폭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은 4단 폭포다. 시원한 물줄기가 압권이지만 겨울철에는 얼음폭포로도 유명하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3단(밑에서부터 1단 폭포 약 8m, 2단 약 14m, 3단 약 4m)으로 보이나 폭포를 우측으로 횡단해 좌측으로 감아돌면 폭포의 상단부로 가는 길이 보인다. 그곳 상단의 너럭바위 위에서 보면 밑에서 보이지 않던 20m 높이의 와폭(4단폭포)이 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앞쪽으로 조망이 터진다. 근교의 운무산 서쪽능선에 있는 전망대바위와 정상 일대가 또렷하게 조망된다.

등산로 곳곳에 펼쳐지는 울창한 떡갈나무 숲과 전나무 숲이 운치를 더한다. 산의 높이에 비해 계곡이 해발 약 750m 지점까지 형성되어 있다. 이정표에 정상이 1.16㎞라 적혀 있는 중앙으로 흐르는 계곡을 건너면서 산행 중 내내 함께했던 절골과 이별하게 된다.

20분 정도 지능선을 치고 오르면 나무로 만든 평상이 하나 놓여 있다. 8명 정도가 둘러앉아 식사를 할 만한 크기로 산바람이 싱싱하게 불어오는 곳에 위치해 있다. 여유 있게 점심 겸 간식을 즐기고 다시 오름길을 시작하면 15분 후에 정상 바로 밑에 있는 안테나 시설물을 만난다. 안테나 시설물 뒤쪽으로 넓은 헬기장이 있어 맑은 날이면 한강기맥 줄기를 한눈에 살펴볼 수도 있다. 태기산과 수리봉, 운무산은 덤이다.

정상에는 삼각점과 정상 비석이 있다. ‘발기봉, 998m’라 음각되어 있다. 왜 그렇게 붙여졌는지도 의문이지만 실제 해발도 995.2m이다. 정상에서는 동쪽으로만 조망이 터진다. 선명하게 맑은 날이면 태기산이 멋지게 조망된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탄다. 등산로가 갈라지는 쌍고지 고개까지는 15분여가 소요된다. 명리치고개와 병무산을 연계하려면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고 직진하면 937m봉과 646m봉으로 이어지는 남동릉을 타게 된다. 남동릉이라는 명칭은 근래에 이름 지어져 이정표는 아직 설치되어 있지 않다. 남동릉으로 내려가는 등산객들이 최근에 폭발적으로 늘었음인지 오히려 명리치고개로 내려가는 등산로보다 훨씬 더 잘 나있다.

본격적인 등산로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능선을 탈수록 확실히 거칠다. 오르내림이 많아 힘들고 어려워서가 아니라 분명히 바위봉과 암벽이 등산로 곳곳에 형성되어 있지만 잡목이 우거져 조망이 터지지 않고 등산로가 편안하게 정착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라면 가끔씩 드러나는 조망처에서 우측 병무산 왼쪽으로 어답산과 치악산 줄기가 확연하고 저 멀리 가리산까지도 조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등산로 주변으로 수령이 오래된 거대한 참나무와 노송들이 번갈아 나타나 자웅을 겨룬다. 처음에는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지만 내려설수록 높이가 30m에 육박하는 노송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늘씬하게 뻗은 노송은 거대한 궁궐이나 사찰의  대들보나 서까래에 안성맞춤일 듯하다. 능선은 내려설수록 더 가파르고 거칠어진다. 특히 능선의 마지막 지점은 급경사 내리막이다. 체력이 떨어진 산객들은 조심해서 내려서야 한다. 정상에서 108번 지방도가 있는 봉명리 마을회관 우측으로 내려서는데 2시간 이상이 빡빡하게 걸린다.

봉명4교에서 등산을 시작해 봉명폭포와 정상을 거쳐 쌍고지고개에서 남동릉을 타고 봉명리 마을회관까지 내려서는데 약 9.38㎞의 거리에, 4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좀 더 긴 등산을 선호한다면 좌측의 병무산(921m)과 연계가 가능하다. 병무산 정상에서 남동릉을 타고 평해황씨전사각(平海黃氏傳事閣)으로 바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 명리치고개에서 병무산까지는 0.9㎞로 해발이 300여m가 차이가 나 많은 힘이 소요된다. 총 등산 소요시간은 5시간 30분 정도다.

발교산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을 간직한 오염되지 않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어답산, 태기산, 운무산, 봉복산과 더불어 횡성 5대 명산으로 불린다. 참고로 들머리와 날머리에 먹거리와 매점이 없어 등산을 시작하기에 앞서 식수를 미리 충분히 준비할 것을 권한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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