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여수 봉화산·부암산·천성산 종주산행
##남해 명산 조망에 달아오른 흥취, 바위능선 올라보니 “새 타고 훨훨 나는 기분”
세계 4대 미항의 하나로 꼽히는 여수는 산과 바다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고장이다. 고만고만한 높이의 산과 봉우리들이 저마다 멋진 자태를 뽐내는 곳이지만 아직도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는 산들이 더러 있다. 그중의 대표적인 산이 봉화산(460m)으로 여수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이 산은 인근의 산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왜적의 침입을 알리던 봉수대가 있어 봉화산이라 불리며 미평동과 오천동의 경계에 위치한다. 조선시대 봉수대에 머물렀던 군사들의 무기인 깻돌(강이나 바다에서 가져온 돌로 산 아래에서 올라오는 적을 향해 투척했던 돌 무기) 등이 아직도 상당수 남아 있다. 인근의 부암산(368m)과 천성산(422m), 또는 투구봉을 연계해 등산할 수 있고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의 시작점은 신덕해안도로. 부암산과 봉화산, 천성산의 종주산행 시작점이다. 신덕선착장에서 만성리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도로 좌측에 신덕리와 섭도가 보이고 바다 건너에 남해의 망운산이 우뚝하다. 우측에 산자락에서 흘러내리는 토사를 방지할 목적인 철망끄트머리에 등산안내목이 세워져 있다. 그곳 배수로를 거슬러 오르면서 등산이 시작된다.
좀 더 색다르고 거친 등산을 원한다면 ‘까마귀 바위’로 바로 치고 오르는 코스를 권한다. 섭도와 이어지는 능선격인 둔덕 우측으로 임도가 나있다. 산소가 보이는 지점에서 개척해 우측 능선으로 파고들면 된다. 등산로는 희미하지만 지도상에 까마귀바위로 표기된 바위봉 앞쪽으로 짜릿한 스릴을 동반한 멋진 등산로가 열린다.
거친 오름길이지만 까마귀바위에 일단 올라서면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조망이 기다린다. 올라 온 지점 좌측 바다를 응시한다. 하동의 금오산을 비롯해 남해의 망운산과 설흘산, 응봉산과 금산 등 주옥같은 남해의 명산들이 차례대로 시계바늘 방향으로 펼쳐진다. 바다를 경계로 진행 방향의 좌측 전방엔 신덕고개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구불구불하고 그 너머로 오동도도 바라보인다. 그 뒤쪽으로 보이는 입체적 산봉우리들과 섬이 바로 돌산도다.
전문 등산지도가 없어도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거친 암릉을 넘어가면 희미한 등산로가 연결되고 잠시 후 신덕에서 올라오는 뚜렷한 주등산로를 만난다. 전망대 구실을 하는 삼거리 봉우리가 부암산. 정상석이 없는데다가 능선삼거리 뒤쪽 봉우리(412.6m)보다 45m 더 낮아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그냥 지나친다.
능선삼거리에서는 ‘호명고개’로 이어지는 좌측의 등산로를 따른다.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다 남쪽의 전면이 시원스레 터지는 넓은 반석의 전망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원 없는 조망을 즐기거나 간식이나 중식을 해결한다. 부암산에서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종주 등산로 중 최고 하이라이트 구간은 암봉으로 표기된 봉우리로 이어지는 바위능선이다. 좌측의 우회로를 따르지 말고 곧장 바위로 된 날등을 이어 타면 마치 새를 타고 하늘로 비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암봉 정상에서 계속 진행해야 할 봉화산과 천성산을 조망한다. 여인의 유두처럼 돌출된 봉우리가 봉화산 봉화대이고 안쪽의 넓은 분지에는 해양경찰학교가 건설중이다. 지도에 오천고개라 표기된 호명고개에 내려서야만 호명마을로 바로 내려서는 첫 번째 탈출로가 있다.
봉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처음엔 무척 힘이 든다. 오를수록 완만한 능선이다. 봉화산을 300여m 앞두고 네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이 봉화산을 오르지 않고 편백나무 숲을 통해 천성산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은 삼림욕장으로 가는 길이다. 이곳에서 천성산까지는 1.6㎞, 휴양림까지는 1.7㎞ 정도다.
직진해 능선을 치고 오르면 봉화산 산정으로 커다란 봉화대가 설치되어 있다. 널려있는 돌들을 밟고 봉화대에 오르면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탁 트인다. 발아래엔 산불초소와 돌탑들이 도열하듯 일렬로 세워져 있고 투구봉과 마래산, 여수 시가지와 장군봉, 구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봉우리 천성산은 남쪽 바다 쪽으로 우뚝하다. 봉화대를 내려서서 넓은 등산로를 따른다. 우측으로 감아 도는 갈림길을 지나야만 등산로가 좁아진다. 좌우 조망이 트여지는 암릉을 지나면 거대한 새의 부리처럼 돌출된 바위가 보이고 천성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고 정상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다.
정상을 지나면 암릉 위에 나무 데크로 만든 멋진 전망대가 세워졌다. 마지막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하산지점인 만성리해수욕장이 꽤나 멀리 내려다 보인다. 능선 길을 이어가다 보면 우측 아래로 내려서는 등산로가 보이고 20분 후에 시멘트 임도를 만난다.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 직진하면 초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학교 우측의 담장을 끼고 내려서면 만성리해수욕장 입구다.
신덕마을 해안도로에서 등산을 시작해 부암산과 암봉을 거쳐 호명고개로 내려선 다음 봉화산과 천성산을 경유해 만성리해수욕장까지 내려서는데 약 10.2㎞의 거리에 순수한 등산시간만 4시간 30분 정도다. 하산지점인 만성리해수욕장은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일출이 아름다운 검은 모래 해변으로 아주 유명하다.
여수시로 진입하는 마래산 좌측 해안에 ‘마래2터널’이 있다. 국내 유일의 자연 암반터널로 1926년 일제강점기 때 자연 암반을 깎아 말굽 형식으로 시공했다. 과거에는 군사도로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차량 통행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총 연장 640m, 폭원 4.5m, 높이 4.5m로 차량이 대기할 수 있도록 중간 다섯 곳에 교차로가 설치되어 있다.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곳으로 꼭 한 번 차량으로 지날 만하다. 만성리해수욕장에서 여수시 수산시장까지는 차량으로 20분 정도. 자연산 회를 비롯해 다양한 수산물들을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시식할 수 있어 산행 후 먹거리 장소로 들릴 만하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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