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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장성 입암산 갓바위 (기사: 2010. 12. 9)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1. 2. 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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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장성 입암산 갓바위

 

 

 


내장산국립공원에 포함되었지만 내장산 줄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내장산과 양분되어 있는 백양사 뒤쪽의 백암산 줄기도 아니다. 내장산 자락에서 넘버3의 비애를 안고 있는 산이지만 두 산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산세를 지니고 있는 산, 바로 장성의 입암산이다.

전라남북도를 가로지르고 있는 이 산은 정상의 바위가 갓을 쓴 사람 형상을 하고 있어 산 이름을 입암(笠岩)이라 한다. 내장산과 백암산은 단풍 산행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 입암산은 그 유명세에 가려 별로 이름을 내지 못한다. 그러나 입암산의 산세와 계곡미, 그리고 단풍이 내장산이나 백암산에 못지않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산도 그윽하고 내장산과 백암산에서는 볼 수 없는 삼나무 숲이 산자락 곳곳에 있어 남다른 운치가 있고, 특히 남창골의 계곡미가 무척 수려하기 때문이다.

늦가을의 정취가 남아 있고 초겨울의 날씨를 느끼는 시기, 남창계곡으로 들어섰다. 학생수련원이 있는 남창골은 입암산과 백암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등산 기점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지금은 공원 입장료가 없어졌지만 솔직히 백양사 입구가 있는 약수리 쪽에서 백암산을 등산할 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다소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립공원 입장료에 사찰관리비가 더해진 까닭이었다.

◆ 삼나무`활엽수림 쾌적한 등산로

주차장에서 5분여 정도 오르면 탐방안내소가 있다. 이곳에서 등산로는 입암산과 백암산으로 양분된다. 우측은 몽계폭포로 해서 백암산으로 이어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코스를 따른다. 잘 정비된 길을 따라 직등의 등산로를 오르니 서어나무, 고추나무, 물푸레, 산딸나무, 검팽나무들이 잎새를 떨어뜨리며 일행을 맞는다.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진 숲 안으로 발길을 옮겨 나무다리를 건넌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삼나무 숲이 반긴다. 한참을 올라 두 번째 나무다리에 이른다. 옥수 같은 계류가 흐르지만 가뭄 탓인지 수량이 적다. 세 번째 철다리를 건너자마자 갈림길, 망설일 필요는 없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원점회귀라 다시 만나게 된다. 은선고개로 향하는 직등의 등산로를 택했다.

잔잔한 일상처럼 평이한 등산로가 계곡 쪽으로 계속 연결된다. 삼나무 숲을 또 한 번 지나 가파른 고개를 오르면 주능선인 은선고개다. 등산을 시작한 지 한 시간여 만이다. 좌측은 시루봉을 지나서 애기봉, 장성갈재로 하산하거나 장자봉으로 연결되는 등산로다. 왕래하는 사람이 적은 듯 등산로가 조금 희미하다.
좌우의 조망을 즐기며 갓바위 오르는 길은 지루하지 않다.

은선고개에서 삼십여 분 만에 갓바위에 올랐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북으로는 정읍시가 아련하고 서편에는 직선을 그으며 이어진 호남고속도로와 호남선 철길이 실낱처럼 내려다보인다.

동으로는 망해봉, 연자봉, 신선봉을 들어 올린 내장산이 하늘금을 그리고, 남동으로는 백암산 상왕봉과 사자봉이 마주한다. 남으로는 아늑하게 패어져 내린 은선골 위로 시루봉과 장자봉 능선이 장성호 너머 병풍산과 함께 첩첩산중이다. 서쪽으로는 노령, 호남터널이 내려다보이고, 방장산이 우람하게 막아서며 호위한다.

◆ 정상에 서면 호남의 명산이 한눈에

입암산이란 이름이 갓바위에서 유래하고 등산로가 더 좋아서인지 갓바위가 정상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입암산 정상 쪽은 밋밋한 육산인데다 내장산과 백암산의 봉우리가 시야를 막고 있고, 갓바위는 서쪽으로 산지가 멀고 북으로 평야지대가 펼쳐져 있어 조망이 훨씬 뛰어난 때문인지도 모른다. 갓바위에서 동쪽 주 능선을 타고 20여 분 내려서니 북문이다.

굳이 정상을 고집하는 몇 사람은 입암산 정상으로 향한다. 산 정상부에는 천연의 요새에 쌓은 석축산성인 입암산성(사적 제384호)이 있다. 이 산성은 본래 삼국시대의 옛 성을 고려, 조선시대에 개축한 것이다. 비전문가가 보아도 천혜의 전망대이자 요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그러나 정상에서 입암산성 남문이나 장성새재로 가서는 안 된다. 비정규 등산로로 묶였고, 입암산성 보호 차원에서 등산로를 폐쇄한 까닭이다. 남문에 도착하기 전 100여m 좌측 산자락에 ‘윤진 순의비’가 있다. 임진왜란 때 입암산성에서 왜군과 싸우다 순절한 윤진(尹軫`1548~1597)을 기리는 비석이다.

비석은 화려한 장식 없이 단순한 지붕돌을 얹어 만들었으며 지대석은 땅속에 묻혀 있다. 앞면과 뒷면에 전서(篆書)체로 ‘증좌승지윤공순의비’(贈左承旨尹公殉義碑)라는 비명이 맨 윗부분에 쓰여 있고 내용은 해서로 쓰여 있다. 조각 기법이 화려하거나 뛰어나지 않지만 정유재란 때 순절한 의병장 윤진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 총산행거리 9km, 4~5시간 걸려

산성의 석축과 문이 남아 있는 남문은 주변 풍광이 뛰어나다. 산성 위에서 몇 컷의 사진을 남기고 아름다운 숲 길을 더듬어 내려오자니 또다시 삼나무 숲이 반긴다. 곧이어 은선골삼거리에 도착하게 되고 처음 등산을 시작한 전남대수련원으로 내려온다. 총 등산시간은 식사시간 포함 4시간 30분, 거리는 약 9㎞ 정도이다.

입암산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남대수련원에서 등산을 시작해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선호한다. 산에 비해 등산로가 짧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장성갈재에서 등산을 시작해 애기봉-시루봉-갓바위-입암산을 연결한다면 6시간 이상, 매표소가 있었던 기도원에서 등산을 시작해 장자봉을 거쳐 입암산을 연계한다면 8시간 이상을 상회한다.

조망의 산이자 단풍, 설경의 산인 입암산은 다양한 얼굴의 산이다. 사적지를 볼 수 있고 호국의 인물도 만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입암산의 정상 표지석이 아직 없다는 것과 산 높이가 각종 사이트마다 다르게 표기되어 있어 혼선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하루빨리 정상의 높이가 687m인지, 626m인지 정확하게 실측되어 정립되어지길 고대해 본다.



 

글`사진 지홍석  수필가.산정산악회대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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