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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지리산 둘레길 1구간(주천~인월) 2010. 11. 11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0. 11. 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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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지리산 둘레길 1코스 주천~운봉 구간

 

 

 

 

주말마다 인파로 북적이는 둘레길.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간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은 금계~인월 3구간으로, 주말이면 5천여 명을 상회한다. 가장 짧고 단조로운 구간인 2구간에는 가장 적은 사람들이 찾는다.

길고 힘든 구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가장 짧은 코스에는 사람이 몰려들지 않는다는 건 둘레길이 자신을 반성하며 살피는 성찰의 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주는 5개 구간 중 둘레길이 시작되는 1구간을 소개한다.

◆ 오색찬란한 단풍 이번주 절정

지리산 제1구간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일까. 아마도 이번 주가 아닐까 싶다. 알려진 대로 지리산은 광활하다. 어느 능선과 계곡, 산자락과 마을 구석구석까지 매력적이지 않은 곳이 있을까만, 지금 한창 구룡계곡 주변이 붉은 단풍으로 치장되고 있어 가장 적기다. 작년 11월 초순에 이곳을 들렀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덜 알려진 곳인데도 생각보다 아름다운 단풍에 반 정도 넋이 나갔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남원시 운봉읍에서 주천면으로 넘어가는 60번 지방도로인 구룡계곡과 구룡령 주변은 오색찬란한 단풍이 환상적 경치를 연출해 자동차들이 길게 행렬을 이룬다. 경치가 주는 유혹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다. 구룡계곡에서 지리산 둘레길의 시작점인 주천면 치안지구대까지는 차량으로 10분여 거리다. 제1구간은 운봉현과 남원부를 잇던 옛길이 지금도 잘 남아있는 구간이다.

특히 10㎞의 옛길 중 구룡치와 솔정지를 잇는 회덕~내송까지의 옛길(4.2㎞)은 길 폭도 넉넉하고 노면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경사도가 완만하여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솔숲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총 거리는 13㎞이고  예상시간은 5~6시간으로 알려져 있으나 보통 걸음으로 4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주천면 치안센터 좌측으로 둘레길이 시작된다. 최근에 이곳에 둘레길 1구간 안내센터가 들어섰다. 행정교를 건너 어부정식당에서 760번도로를 횡단해 우측으로 조금 걷다 보면 내송마을 안내판이 보이고 비로소 둘레길이 산자락을 향하게 된다. 이 구간의 백미는 솔정지에서 구룡치를 넘어 덕치리까지다. 제대로 걷는 재미와 아름드리 소나무가 운치를 더해 걷는 기쁨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 아름드리 솔숲 사이에 깃든 이야기들

솔정지는 20여 년 전만 해도 나무꾼들이 고개를 오르다 땀을 식히던 곳이다. 구룡치는 주천면의 여러 마을과 멀리 달궁마을에서 남원 장을 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길목이었다. 달궁마을 주민들은 거리가 멀어 남원 장에 가려면 2박 3일에 걸쳐 다녀와야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구룡치 너머의 사무락 다무락은 사망(事望) 다무락(담벼락의 남원말)이 운율에 맞춰 변천된 것으로 보이는데,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무사함을 빌고 액운을 막아 화를 없애고자 지날 때마다 돌을 쌓아 올렸다고 한다. 이 주변은 식사 장소로 좋다.

중식을 하고 걷는 둘레길은 조금 여유가 있다. 더 이상 산자락을 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운봉읍까지 마을 길과  들녘 길로 연결되어 있다. 일명 ‘모데기’라 불리는 회덕마을은 주변의 덕두산(德頭山), 덕산(德山), 덕음산(德陰山)의 덕을 한곳에 모아 이 마을을 이루었다고 전한다. 회덕마을은 평야보다 임야가 많기 때문에 짚을 이어 만든 지붕보다 억새를 이용하여 지붕을 만들었으며 현재도 두 가구가 그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

 

 

 



노치마을은 해발 500m의 고랭지로서 서쪽에는 구룡폭포와 구룡치가 있으며 뒤에는 덕음산이 있다. 지리산의 관문이라고 말하는 고리봉과 만복대를 바라보고 있으며 구룡치를 끼고 있다. 마을에서는 마을 이름을 ‘갈재’라고 부르는데, 이는 산줄기의 높은 곳이 갈대로 덮인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백두대간이 관통하는 길에 위치한 탓으로 비가 내려 빗물이 왼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이 되고, 오른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되는 마을이다.

 

◆ ‘아름다운 숲’ 대상 수상지 ‘서어나무 숲’

덕산저수지를 지나 만나는 행정마을의 ‘서어나무 숲’은 마지막 하이라이트다.  ‘제1회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은 곳으로, 수백 년 된 서어나무들이 줄지어 서서 마을을 지켜주는 곳이다. 비록 작고 아담하지만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할 만큼 수형(樹形)이 매끄럽다. 마을이 사방으로 트여있어 좋은 기운이 못 빠져나가게 막고, 겨울철 매서운 한파와 함께 여름 하천의 수해를 막는 기능을 하고 있다.

끝점인 운봉읍 농협네거리까지는 30여 분이 소요된다.  운봉읍은 원래 남원군 운봉면이었으나 1995년 남원군과 남원시가 통합되어 남원시가 되면서 읍으로 승격되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원분지를 이루고 있으며, 읍의 중`북부에는 비교적 넓은 평야가 발달했다. 배추`고추`마늘 등의 고랭지채소가 많이 생산되며, 화훼재배도 활발하다. 예로부터 유명한 운봉목기(木器)가 현재도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읍내에 크고 작은 식당이 더러 있어 둘레길 탐방 후 뒤풀이 장소로도 괜찮다.

지리산 둘레길 제1구간은 자연과 인간이 공유하고 소통하는 길이다. 인간의 삶과 생활이 가장 잘 묻어나는 마을과 길, 숲이 두루 펼쳐져 있다. 그래서일까. 3구간 다음으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해발 500m 운봉고원의 너른 들과 6개의 마을을 잇는 옛 길과 제방 길은 어릴 적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도 남는다. 지리산 자락의 고리봉, 세걸산, 바래봉, 덕두산 등 지리산 서북능선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도 이 구간의 장점이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구룡치를 넘고 나서부터 더 이상 산자락을 탐닉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전달되는 법.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극대화될 수도 있겠다.

◆교통
   남원~주천(첫차 7:00, 막차 20:15) 약 1시간 간격 운행, 15분 소요
   주천~남원(첫차 7:30, 막차 20:45) 약 1시간 간격 운행, 15분 소요
   남원~운봉(첫차 5:47, 막차 19:52) 약 20~30분 간격 운행, 30분 소요
   운봉~남원(첫차 6:40, 막차 20:35) 약 20~30분 간격 운행, 30분 소요

◆숙박
   행정마을(서명석) 010-5228-2649 / 삼산마을(김중열) 011-9629-1701
   가장마을(소순모) 011-656-0993 / 노치마을(오영록) 011-9474-6676
   주천면 호경리(노욱환) 010-8641-8373

글`사진 지홍석 산정산악회대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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