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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전북 완주 ‘천등산’ (기사: 2010. 12. 30)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1. 2. 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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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전북 완주 ‘천등산’


 전북 완주처럼 바위 명산이 많은 곳이 또 있을까. 대둔, 천등, 운암, 동성, 대부, 연석, 계봉, 고덕산 등 그 이름을 열거하기도 벅차다. 그 중에서도 대둔산의 명성에 가려 서자 취급까지 받았던 천등산이 ‘우람한 근육’을 내세우며 요즘 산꾼들에게 새롭게 자리매김 되고 있다. 안에 들어가 보지 않고서야 어찌 그 산의 은밀한 매력을 알 수 있을까. 천등산 속으로 들수록 산의 매력에 푹 빠진다고 하니 속궁합이 좋은 산이라 한다면 지나친 외설일까. 올 초부터 명품 바위산으로 부상하며 비주류의 산에서 주류의 산으로 떠오르고 있는 천등산을 다녀왔다.

◆흙산과 바위산 미덕 두루 갖춘 명산

대둔산이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라면 천등산은 거대한 돔형의 바위산이다. 산세가 수려한 것은 기본. 멀리서 보면 온통 바위로 된 골(骨)산처럼 보이나 막상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육산(陸山)에 가깝다. 흙산과 바위산의 미덕을 두루 갖춘 셈이다.

천등산의 최대 장점은 바로 이웃에 있는 대둔산의 절경을 한눈에 바라보며 등산을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러면서도 기암절벽의 절경은 물론 산의 위용과 높이도 대둔산과 견줄 만하다. 정상에서 동편을 내려다보면 바로 밑은 천 길의 직벽으로 이루어진 낭떠러지다. 이런 명품 코스가 등산객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퍼져 이제는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산이 되었다.

천등산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사시사철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산인 것이다. 등산로와 코스가 단조롭게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대둔산은 암반과 계단이 이어져 연로하신 분에게는 권하기가 어려운 산이나, 천등산은 능선에 오르기 전 잠시 통과하는 너덜지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육산으로 이어져 산행하기에 좋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 차량으로 10여 분 거리 전방에 있는 대둔산 자락 배티재(이치)에서 숨을 고른다. 이치는 금남정맥 상에서 금산에서 전주로 들어가는 관문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요한 군사 요충지였기에 피로 얼룩진 전쟁의 비화가 있다.

◆임란 때 호남 곡창 지켜낸 호국의 보루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2년 7월 전주성을 점령하기 위해 왜군은 진안현에서 웅치로 진격하였으나 김제군수 정담, 나주판관 이복남, 의병장 황박 등의 활약에 큰 타격을 입는다. 웅치전투에서 패퇴한 왜군은 7월 말쯤 전력을 보강해 금산에서 진산을 거쳐 전주로 재차 진격을 시도한다. 금남정맥상에 위치한 대둔산의 이치에서 전투가 벌어졌으나 광주목사 권율과 동복현감 황진 등의 활약으로 왜군은 크게 패하고 금산으로 물러간 이후 임진왜란 5년 동안 왜군은 전라도를 침략하지 못했다. 이후 호남지역은 조선을 되찾는 전초기지가 되었다.

수많은 원혼들의 죽음이 비경으로 승화되어서일까. 이치에서 보는 대둔산의 모습은 환상의 파노라마다. 우람한 근육질 남성의 나신(裸身) 같은 풍모에 다들 압도되고 만다. 배티재에서 전주로 가는 17번 국도변 좌측에 천등산가든휴게소가 보인다. 길 건너편에 차를 정차하고 등산에 나선다. 옥계천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측으로 진입하고 ‘숲속으로’라는 간판을 따라 다시 좌측으로 임도가 꺾인다. 이윽고 등산로라는 작은 표지목이 보이면 임도를 버리고 비탈진 산사면으로 올라붙는다. 곧이어 길은 숲속으로 이어지고 낙엽들이 발에 밟힌다.

만만치 않은 산세임을 몸이 직감했는지 제법 숨이 턱에 찬다. 처음 등산을 시작하고 30여 분까지가 가장 힘이 든다. 추울까 싶어 껴입었던 옷에 땀이나 한꺼풀 벗겨내고 1시간여 오르니 반석 옆에 거대한 바위 하나가 반긴다. 해태바위 반석이다. 지금까지의 등산로는 조망이 가려진 산속 능선 길이었지만 해태바위 이후부터는 삼면이 탁 트인 주능선이 연결된다.

주변 조망과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좋아서인지 급경사의 등산로도 즐겁다. 아기자기한 바윗길 등산로가 이어지고 바위 전망대가 하나 둘씩 선을 보인다. 오늘따라 날씨가 뿌연 것이 흠이지만 맞은편 대둔산의 은은한 실루엣이 불만을 상쇄시켜준다.

해발 706.9m 천등산에 선다. 북으로는 대둔산, 그 오른쪽에는 배티재와 인대산이, 그 멀리에 만인산`서대산`천태산이 시야에 닿는다. 동으로는 멀리 민주지산이, 남동으로는 백암산 능선 위로 덕유산 향적봉과 남덕유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남으로는 칠백이고지 뒤로 운장산과 연석산, 남서로는 선녀봉, 운암산과 대아저수지가 조망을 보탠다.



◆멋진 바위, 풍광 뛰어난 감투봉의 매력

천 길의 낭떠러지 위의 암반에서 먹는 식사는 신선이 따로 없음을 느끼게 한다. 식사 중 남쪽에서 감투봉(620m)이 암봉을 치켜들고 우리를 유혹한다.

우리는 그 손짓에 매료돼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했다. 감투봉이 돋보이는 남서릉은 천등산에서 멋진 바위들이 드러나 있는 곳으로 풍광이 빼어나다. 오르내림이 재미있고 스릴이 있을 것 같아 주등산로를 버리고 바윗길로 접어드니 등산의 맛이 더해져 머리에 천등산이 저절로 각인되고도 남는다.

아기자기한 등산로는 병풍바위까지 연결되고 원장선 마을까지는 다소 부드러운 흙길로 이어진다. 원장선 마을에는 매점이 없다. 마을에서 오른쪽의 지방도를  5분여  걸으니 17번 도로상의 삼거리에 천등산주유소 겸 휴게소가 반긴다. 산행 후 여흥을 생막걸리 몇 병으로 해결하니 더 이상 부러울 것도 없다.  

평촌의 천등산가든을 출발해 고산촌~북릉~정상~600m봉~암릉~원장선~천등산주유소로 하산하는데 식사시간 포함 4시간여가 소요되었다. 총 등산거리가 5.3㎞에 불과하다고 하나 걷는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림은 바위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좋은 경치가 많고 조망이 좋아 쉬이 지나치기가 어려워서일 것이다. 천등산은 등산도 좋지만 차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등산을 마치고 돌아오는 여정, 좌우에 나란히 배치된 대둔산과 천등산이 석양에 긴 그림자를 뻗어 일행을 배웅한다.



[Tip]

◆대구~대전 경부고속도로에서 비룡JC에서 서대전 방면으로 진행, 산내JC에서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추부 나들목에서 나와 전주방향 17번 국도를 타고 가다 대둔산을 지나서 평촌(천등산가든휴게소)으로 접어든다.

◆천등산가든휴게소민박에서 메기매운탕`민물새우탕, 김치찌개`시골된장찌개, 커피 등을 판다.

글`사진 지홍석 san3277@hanmail.net (수필가`산정산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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