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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질마재 길" 1.2구간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1. 4. 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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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고창 질마재길 1, 2구간

 

 

 

선사시대부터 이어온 길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유적지가 있다. 옛 정취를 간직한 조선시대 읍성에다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 선운산도 있다.

그 외에 판소리 신재효 선생의 생가, 인촌 김성수 선생의 묘지, 복분자 등 명물들이 즐비하다. 오늘의 여행 테마인 ‘고창 질마재 길’은 전체 길이가 무려 43.7㎞로 100리에 달한다. 제1코스는 고인돌박물관~생태습지~원평마을로 8.8㎞에 이르는 ‘세계문화유산 고인돌길’, 2코스는 원평마을~연기마을의 7.7㎞ 구간 ‘인천강 풍천장어와 복분자길’, 3코스는 연기마을~검당소금전시관으로 14.5㎞ 거리의 ‘시와 차와 국화꽃이 있는 질마재길’, 4코스는 검당소금전시관~선운산관광안내소 12.7㎞ 거리의 ‘천오백년 화염(火鹽)의 역사가 살아있는 선운산 보은길’이다. 전부 수백 년 이상 된 옛길로 명품코스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이번에는 1, 2구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고창 고인돌

제 1코스의 시작점은 고인돌박물관이다. 고인돌은 지석묘(支石墓)로서 청동기시대의 무덤이다. 박물관을 뒤로하고 조금 걸으면 수백 개의 크고 작은 고인돌이 널려 있는 매산마을이 있다. 세계적인 고분군답게 ‘고인돌 떼무덤’이라 불릴 정도다. 고창군에 분포돼 있는 고인돌의 정확한 수는 현재 대략 85곳에 2천 기 이상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바둑판형인 남방식, 탁자형인 북방식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길가나 논밭 옆, 산비탈 솔숲에 나뒹구는 바윗덩이들은 십중팔구 고인돌이다. 고인돌마다 각각의 번호를 붙여 관리하고 있다.

고창 고인돌은 강화도 고인돌, 전남 화순의 고인돌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집채만 한 것도 있고, 묘 앞에 놓인 상석처럼 아담한 것도 있다.

면적이 워낙 넓어 다 둘러보지 못하고 매산재로 향한다. 매산재는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운곡마을 사람들이 닥나무를 가공해 한지(韓紙)로 만들어 고창읍에 내다 팔기 위해 넘나들었다는 고개다. 지금 고인돌박물관이 있는 자리는 과거엔 넓은 평야지대였다. 쥐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고개를 넘으면 그 소리에 쥐들이 겁을 내 소란스럽게 울었기 때문에 쥐겁재라 불리기도 했다.

편안한 내리막길을 정담을 나누며 걷자니 ‘오베이골’이다. 오베이골의 의미는 오방곡(五方谷)의 전라도 사투리로 다섯 방향으로 고개를 넘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갑자기 눈앞에 그림 같은 연못이 펼쳐졌다. 생태습지연못이다. 지난 1981년 운곡댐이 생긴 이래 30여 년간 거의 사람이 다니지 않아 물이 고이면서 천혜의 습지가 형성된 것이다.

◆실향 아픔 서린 운곡댐, 경치는 일품

수양버들과 습지식물`붉나무`으름나무`참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긋한 숲 냄새가 코를 찌른다. 숲 향기를 가장 많이 내는 비목나무도 더러 보인다. 한참을 걸어 수많은 실향비극의 주범(?) 운곡댐에 이르렀다. 댐이 착공되면서 운곡`용계리 158가구가 고향을 떠나야 했다.

마을 주변이 아침저녁으로 안개가 뒤덮여 있어 운곡(雲谷)이라 불렸다고 한다. 청정 골짜기라 수질이 최고다. 영광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면서 용수로 쓰기 위해 댐을 만들었고 지금은 두루미 등 새들의 낙원으로 변해 있다.  적적한 운곡마을엔 수백 년 된 보호수가 1가구만 남은 마을을 지키고 있다. 보호수로 가기 전, 250m 동쪽으로 올라가면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고인돌이 나온다. 가로 세로 약 5m의 크기에, 무게가 300t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고인돌이다.

운곡서원과 운곡샘을 지나자 길은 산속으로 짓쳐든다. 20 여 분 정도 오르면 다시 운곡지 둘레길이 나타나고 734번 군도를 만나게 된다.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 5분여 정도 지나니 길은 다시 우측 산속 오솔길로 이어진다. 곧이어 장살비재에 도착한다.  

장살비재는 질마재길의 2코스 시작점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고갯길을 내려서면 광활한 평야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질마재길은 인천강(仁川江)의 물길을 따라간다. 물 맑은 인천강은 고창의 역사를 담고 흐르는 강으로 고창의 대표적인 참게, 가물치 등 민물어종이 풍부하다. 철따라 왜가리, 백로, 두루미, 청둥오리 등 철새들도 날아든다. 좌측으로 선운산 자락의 줄기들과 구황봉이 선연하고 우측으로 거대한 암벽장으로 활용되는 할미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2구간 최고의 백미는 병바위 주변이다. 아산초교에서 약 700m 거리의 병바위는 거꾸로 세워진 호리병처럼 보이기도 하고, 결연한 표정의 사내 얼굴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병바위의 모양은 ‘귀천’으로 유명한 천진무구한 시인 천상병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신선이 산다는 반암마을답게 주변 풍광도 가히 선경(仙境)이라 그 여운이 오래도록 기억되고도 남을 것이다.

◆10리 길 강둑길엔 한가로운 백로의 유영

병바위에서 2코스의 종점인 연기교까지는 4.4km로 기나긴 강둑길이다. 물빛이 살아 있는 강 길은 포근하고 여유로우며 편안하다. 하얀 백로가 강에서 노닐고 물새들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쉬이 볼 수 있다. 반암교에 도착할 때쯤 곳곳에 풍천장어 입간판이 보인다. 종착점인 선운사 입구인 연기교까지는 20여 분 정도가 더 소요된다. 종점에 이르자 ‘강나루식당’ 입간판이 반갑게 우리를 맞는다. 총 등산거리는 16.5km에 4시간 40분여가 소요 되었다.

우리나라 곳곳에 걷기 운동 열풍이 거세다. 이제 옛길 ‘고창 질마재 길’도 시대를 거듭나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도 많다. 고창군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는 지도가 그리 상세하지 않아 조금 아쉽다. 그러나 좁은 안목으로 소소하게 길을 찾아 가는 것보다는 주변 전체를 조망하며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길 찾기가 수월하다.  

각 길마다 고유의 특색이 있어 어느 길을 먼저 돌아도 상관이 없지만 봄 마중에 분주한 2월에는 1, 2구간이 제격. 나머지 3구간은 산하가 연초록빛 고혹으로 물드는 5월이나 단풍이 아름다운 11월, 4구간은 동백꽃과 상사화가 만개하는 3월 말과 9월 초가 제철일 것 같다.

◆교통=88고속도로를 타고가다 담양에서 고창 가는 호남고속도로 갈아탄다. 고창 출구에서 15번 지방도를 타고가다 보면 고인돌 박물관 이정표가 나온다. 고인돌 박물관이 1코스의 출발점.

◆맛집=주변 곳곳에 풍천장어 식당이 즐비하다. 가격은 거의 동일하지만 다소 비싼 편으로 풍천장어 1인분에 2만2천원, 복분자술이 1만원이다.

글`사진 지홍석 san3277@hanmail.net (수필가`산정산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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