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지리산 둘레길 제3구간(금계~인월)
길이 주는 행복…올레길 부럽지 않네~
넉넉한 어머니 품 속 같은 산, 지리산 자락의 둘레길이 각광받고 있다. 둘레길은 지리산 둘레 3개 도(전북`전남`경남), 5개 시`군(남원`구례`하동`산청`함양)의 16개 읍`면 80여 개 마을을 잇는 300여km의 도보길이다. 그동안 문헌조사와 정비를 통해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했다.
최근 한 방송국의 예능프로에 방영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 지리산 둘레길 시범구간이 첫선을 보인 뒤, 현재까지 개통된 구간은 5개 구간에 총길이 70km에 이른다. 10월에 산청구간 42km가 추가 개방이 되면 탐방객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주엔 5개 구간 중 가장 인기 있는 제3구간을 우선 소개한다.
3구간을 시작하기 전에 지리산 제1관문이 있는 오도재를 먼저 찾았다. 둘레길 시작점이자 끝 지점인 금계마을이 가까이 있어서였다. 함양에서 오도재를 오르는 지방도로는 뱀같이 꾸불꾸불하고 긴 가파른 도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만큼 풍광을 자랑한다. 오도재 정상 주변에 대형 주차장을 조성해 쉼터를 제공하고 주변에는 시비(詩碑)와 전망대도 설치해 놓았다. 제1관문 주변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주능선은 이곳 조망의 백미. 함양 벌 너머 백두대간의 능선과 산들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 인월~금계 50리 길 최고 인기코스
제1관문에서 둘레길 제3구간의 시작점이자 끝점으로 이용되는 금계리는 차량으로 10~15분여 거리다. 대부분 책자에는 3구간의 끝점으로 소개되지만 코스를 거꾸로 돌려 출발점으로 활용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 체력에 따라 언제든 탈출이 용이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덕에 트레커들과 섞여 교제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 둘레길 제3구간 ‘금계~인월’ 구간의 걷는 거리는 19.3km로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산길이다. 체력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으나 소요시간은 7~8시간 정도.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옛 고갯길 등구재를 중심으로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고, 넓게 펼쳐진 다랑논과 6개의 산촌 마을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의탄교가 있는 금계마을에서 3구간으로 접어든다. 포장도로를 5분쯤 올라 건너편 채석장에 큰 불상이 보이면 왼쪽으로 접어든다. 작은 산자락을 넘으면 창원마을이 나온다.
창원마을을 지나 큰고개 하나를 힘들게 오르면 바로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고개이기도 한 등구재다. 고개모양이 거북등을 닮았다 해서 등구재라 부르지만 노을과 초저녁 달빛이 어우러지는 고개라고도 알려져 있다. 금계에서 등구재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수채화처럼 펼쳐진 상황마을 다랑논
재를 넘어 상황마을까지는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가을 햇살에 비친 황금빛 들녘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지리산 자락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다. 엽서나 달력에서 많이 등장하는 다랑논 사진들은 대부분 상황마을에서 촬영된 것이다. 아랫마을인 중황까지 대형버스가 올라간다. 체력이 남는다면 아름다운 곡선의 논두렁길로 접어들어 전원(田園)의 향수에 젖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길은 다시 산자락으로 이어진다. 매동마을과 장항마을 버스 정류장까지는 1시간 30여 분이 더 소요된다. 장항마을 이름은 산세가 노루의 목과 같은 형세라 하여 노루(獐)과 목(項)을 써서 장항으로 불렀다고 한다. 60번 지방도와 만나는 산내면 소재지와 장항마을 버스정류소는 두 번째로 탈출 할 수 있는 지점이다. 더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다.
여기서 마지막 탈출로인 중군마을과 구 인월리 종점까지는 1시간 40분에서 2시간이 더 소요된다. 노루가 뛰어놀던 곳이라선지 이때 쯤 다들 체력이 바닥이 된다. 기운이 방전된 상태에서 진행하는 여행은 즐거움 대신 고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절대로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 참고로 지리산 둘레길 3구간을 나선 사람들 반 이상은 이곳에서 멈춘다.
장항마을에서 백련사 갈림길을 거쳐 중군(中軍)마을까지는 2시간이 소요된다. 임진왜란 때 이곳에 관군이 머물렀는데 전`중`후군 중 중군이 이곳에 주둔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
#자연`역사`문화를 찾아 보듬는 여행
중군마을에서 인월까지는 30분이 더 걸린다. 이제 여행의 종착점이다. 인월교에서 지나온 길을 더듬어 본다. 가장 아름답지만 한편으로 가장 길다는 양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3구간. 하지만 완주하고 나면 더 이상 지리산 둘레길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진다.
둘레길은 자연과 마을,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찾아내 보듬는 길이다. 그러나 무릇 길이라는 것이 누구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그 감동과 힘듦의 여정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지리산 둘레길 제3구간은 제방, 농로, 차로, 임도, 숲길 등이 전 구간에 골고루 섞여 있다. 또한 마을, 산과 계곡을 고루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한 땀 한 땀 수놓듯 발걸음을 옮기노라면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모든 생명들의 속삭임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다.
#숙/박/시/설
대부분 민박집이 식당을 겸한다. 금계마을 가온누리패션 : 010-4169-0454 지리산롯지 : 055)963-9788 등고재황토방 : 010-8533-3145 노고지리산방 : 010-9901-4726 지리산길민박촌(장항마을쉼터) : 010-2031-7770
#교/통/안/내
○남원 - 운봉 - 인월 ○인월 - 운봉 - 남원 첫차 06 : 01 06 : 40 막차 20 : 45 21 : 35 남원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 인월버스터미널 약 10~20분 간격 배차, 50여분 소요
○함양 - 인월 ○인월 - 함양 07 : 30 08 : 40 13 : 00 07 :70 09 : 30 14 : 00 15 : 40 17 : 40 16 : 30 18 : 30 함양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 인월버스터미널 약 40여분 소요
○함양 - 금계(마천행) ○금계 - 함양 첫차 06 : 20 07 : 00 막차 19 : 40 20 : 15 함양버스터미널 / 금계마을 앞 약 30분 간격 배차, 45여분 소요
글`사진 지홍석 산정산악회대장 san32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