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홍천 백암산
청정 계곡`환상적 등산로…자연이 숨겨둔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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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맥의 주봉, 가령폭포 품어 오대산 두로봉에서 계방산~회령봉을 지나는 한강기맥이 1,212m봉에 이르면 남으로 흥정산 줄기를 내보내면서 잠시 북서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기맥은 약 1㎞ 거리 불발현을 지나 청량봉에서 다시 남서쪽 삼계봉으로 이어진다. 청량봉에서 북으로 가지 치는 산줄기가 춘천지맥이다. 이 산줄기는 율전리 하뱃재에 이르러 북서쪽으로 틀어 응봉산~백암산에 이른다. 백암산을 지나는 이 지맥은 가마봉~소뿔산~매봉~가리산을 거쳐 춘천 대룡산으로 이어진다. 홍천에서는 팔봉산, 가리산, 미약골, 금학산, 가령폭포, 공작산 수타사, 용소계곡, 살둔계곡, 가칠봉 삼봉약수를 ‘홍천9경’이라 일컫는다. 제5경인 가령폭포는 백암산에 깃들여 있다. 옛날 뱀이 많아 ‘뱀산’ 또는 ‘배암산’이라 불리다가 백암산이 되었다는 설도 전해진다.
#아홉살이고개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 중앙고속도로 홍천IC를 빠져나와 설악산과 인제로 가는 44번국도를 가다 보면 화양휴게소가 나온다. 그곳을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451번 지방도가 연결된다. 고개 하나를 넘으면 내촌이고 곧이어 가령폭포 이정표가 보인다. 대부분의 산행단체들은 이곳에서 등산을 시작하여 돌아오는 원점회귀형을 선호한다. 그러나 비레올 계곡의 청정수와 소(沼)와 담(潭)을 구경하려면 아홉살이고개 쪽으로 더 진행해 올라가야 한다. 아홉살이고개에는 두 가지의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 첫 번째 이야기. 결혼식을 올린 새신랑이 사흘 만에 아흔아홉 굽이 도로 개설 공사에 끌려가 날짜가 가는 것도 모르고 일만 하다 공사가 끝나고 돌아오니 그사이 태어난 아들이 아홉 살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는 옛날 어떤 여인이 고개 너머로 시집을 가서 첫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는데 남편이 아내를 위하여 친정에서 몸을 풀도록 배려했다. 여인은 달이 차서 아이를 낳았다. 친정 부모님이 보살펴줘도 남편만은 못했다. 남편과 시부모님께 잘생긴 아들을 보여주고 싶어 갓 낳은 아이를 업고 고개 너머 시댁을 향해 떠났다. 부지런히 고개를 넘었지만 아무리 가도 넘어온 고개보다 넘어야 할 고개가 더 많이 남아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겨우 시부모님과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시가에 도착했다. 그런데 고개가 얼마나 길고 험했는지 어느새 아이는 아홉 살이 되어 있어서 아홉살이고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청정계곡과 숲이 어우러진 등산로 고개 오르는 길 중턱 표고 512m 지점 좌측으로 등산지도와 이정표가 보인다. 북쪽으로 계곡을 끼고 오르면 속살처럼 드러나는 계곡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때로는 통나무다리를 지나기도 하는데 합수점 급경사 비탈을 따라 좁은 등산로가 연결되고 청정한 계곡의 무명담소도 계속 이어진다. 한 시간여 등산로를 오르면 이정표 왼쪽 사면으로 접어든다. 낙엽송 숲속의 등산로는 융단처럼 포근하다. 습지처럼 형성된 안부(鞍部)는 아름드리 나무가 지천을 이루고 자연이 만든 숲이 환상처럼 펼쳐진다. 왜 이런 산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문을 품을 만큼 침엽수와 숲의 조화와 운치가 압권이다. 약초, 야생화도 지천으로 널려 있다. 오염되지 않은 아름다운 산길을 두 시간여 오르면 정상이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설치돼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30m를 육박할 정도의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내림길은 또 다른 볼거리이다. 하산지점에 인접해 만나는 가령폭포는 개령폭포라고도 부르는데 홍천9경에 들 만큼 빼어나다. 높이 43m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우렁찬 굉음은 웅장할 뿐 아니라 리얼한 감동이 전율로 다가온다.백암산 총 산행거리는 11.2㎞, 약 4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가령폭포 입구에서 원점회귀형 등산도 가능하나 될 수 있으면 비레올코스를 권하고 싶다. 등산로가 순하여 노약자나 어린이도 산행이 가능하고 정상 오르기 전 가령폭포 쪽으로 탈출할 수도 있어 부담도 적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다녀온 곳이 최고라고 여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장담한다. 환상적인 등산로와 숲이 어우러진 이만한 산은 결코 흔치 않다. 25년간 산을 찾아다닌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산이다. 사계절 언제든 만족할 수 있는 산이지만 가령폭포를 제대로 즐기려면 비가 내린 뒤에 가는 것이 포인트. 하산 후 흘린 땀을 깨끗이 씻을 수 있는 청정계곡에서의 족탕은 홍천 백암산이 주는 마지막 덤이다.
글`사진 산정산악회 지홍석 대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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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8월 26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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