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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향적산 개태사 (10. 7. 15 발행)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0. 8. 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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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적산(香積山)은 충남 계룡시와 논산시에 위치해 있다. 이름 그대로 ‘향이 쌓인 산’이라는 뜻. 이곳에서 공부하고 도를 깨우치기 위하여 용맹정진하는 사람들의 땀에 향기가 쌓여서 그렇게 부른다고도 하고, 종교적 목적으로 피운 향이 쌓여 있는 산, 또는 계룡산의 향기가 가장 짙게 밴 산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향적산 국사봉은 해발 575m. 조선 태조가 신도안을 도읍으로 삼으려 했을 때 향적산 국사봉에 올라 계룡산 일대의 지형을 살핀 바 있고 나라의 큰 스승이 나올 곳이라 하여 국사봉을 한자로 ‘國事峰’ 또는 ‘國師峰’으로 썼다 한다.



#기묘한 기운 감도는 칼날 능선

향적산은 작지만 아름다운 산이다. 등반스릴이 넘치고 경치도 만점이다. 숲이 우거지고 산행거리가 짧아 더운 여름철에 제격이다. 계룡산 천황봉에서 용틀임하듯 남하한 칼날 능선에서는 기묘한 기운마저 감돈다.
처음 이 산의 이름을 듣는 사람들은 계룡산 쌀개봉능선의 향적봉과 착각할 수 있다. 계룡산 정상 천황봉에서 가지를 친 능선이라는 점에서 동일하고, 위치 또한 계룡시 인근이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산과 봉, 절과 암자의 구분이 애매해졌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탓도 있겠지만, 별 생각 없이 봉우리와 산을 동일시하는 까닭이다. 수십 년 동안 직업적으로 산을 타왔던 필자도 향적산을 계룡산의 향적봉으로 착각했다. 향적산과 향적봉은 주능선상에서 찍은 사진 전경이 비슷하고, 지금 자연휴식년제 때문에 천황봉으로 등산이 금지돼 있는 점 또한 같기 때문이다.

#등산 기점은 향한리 무상사

등산의 기점은 계룡시 향한리 무상사다. 국제선원 무상사는 여느 절과는 조금 다르다. 숭산 큰스님이 ‘이곳은 국가에 크게 쓰일 스승이 날 곳’이라며 세운 선원이다. 하버드대학 출신의 유명한 미국인 현각 스님이 여기에서 수도한 바 있고 지금도 여러 나라 외국 스님들이 상주하며 정진하고 있다. 한국식 전통불교 수행법을 배우기 위해 타국에서 오는 수행자들은 장기간 머물면서 한국불교의 간화선(看話禪)을 체득하고 있다. 간화선이란 화두(話頭)를 근거로 수행하는 참선법이다.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등산을 나선다. 여름철이라 우선은 짧은 등산로로 정상인 국사봉을 오르기로 한다. 약수터와 무상사 오르는 가운데 길로 등로를 잡는다. 이 길은 귀룡정사를 지나 거북바위, 용바위, 산제당을 통과하여 정상으로 가장 빨리 오르는 길이다.

초입은 시멘트 임도다. 산행 길은 더없이 쾌적하다. 짙푸른 신록이 우거져 햇살이 잘 들지 않는다. 숲의 초록은 물을 머금어서 더 싱싱하다. 기도터를 통과하니 길은 산길로 바뀌고 이정표가 친절하게 국사봉까지 안내한다. 정상 오름 바로 전에 조망도가 설치돼 있다. 정상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천지창운비와 오행비가 있다. 천지창운비(天地創運碑)는 한 변이 약 3m쯤 되는 정사각형의 얇은(20㎝ 정도) 담 안의 돌비석으로, 높이는 2m이며 머리에 판석을 얹은 모양새다. 비의 동쪽 면에는 천계황지(天鷄黃池), 서쪽 면에는 불(佛), 남쪽 면에는 남두육성(南斗六星), 북쪽 면에는 북두칠성(北斗七星)이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다.

향적산의 조망은 계룡산 조망에 못지않다. 계룡산 천황봉을 향하여 서면 서쪽으로 연천봉 능선이, 동쪽으로는 쌀개봉 능선이 뻗어 장관을 이룬다. 천황봉, 쌀개봉, 문필봉, 연천봉으로 이어지는 계룡산의 신령스러운 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산줄기 너머로 대전시가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충남의 명산 서대산, 진락산, 오서산과 대둔산이 시선을 간지르고 쾌청한 날씨엔 덕유산 등 호남의 산들도 조망된다. 남쪽과 남서쪽의 드넓은 평야는 황산벌이다. 옛날 백제군과 나당 연합군이 결전을 벌였던 곳, 신라 삼국통일의 위업도 여기가 고비였으리라. 비록 패장이지만 만고에 빛나는 장수로 백제군을 지휘했던 계백장군의 묘소가 있는 부적면 일대도 보인다.

 


#계백장군 결사항전 터 한눈에
  향적산 등산의 백미는 농바위다. 좌우는 천길 단애, 바위 벼랑을 이루고 있으며 경치가 그만이다. 여러 개의 기암과 괴봉이 솟아 있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위에서 아찔한 스릴과 조망을 즐긴 후 올랐던 바위길로 다시 내려선다.

하산은 황산성이나 연산 쪽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무상사 원점회귀코스가 무난하다. 정상까지 되돌아나와 능선을 타고 계룡산 쪽으로 진행한다. 널찍한 헬기장을 지나면 누룩바위(공기돌바위)를 만난다. 누가 쌓았는지 모르지만 공깃돌처럼 정교하게 다듬어진 돌 4개가 4층 석탑을 이루며 서 있다. 자연의 조화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조금 더 진행하면 우측으로 새재 내려가는 길과 만난다. 계룡산 진행 방향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고 자연휴식년제 안내판이 서 있다. 마지막 전망을 아쉬움 속에서 즐기고 벤치가 있는 맨재로 내려선다. 직진능선상의 청송약수터 가는 길을 버리고 우측 약수터로 내려서면 산신각이 나온다. 약수로 목을 축이고 등산 기점인 무상사로 하산한다. 총 산행길이는 약 6㎞, 시간은 약 3시간 30분. 조급하지 않게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긴 셈이다.

짧은 산행의 아쉬움을 보상받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까운 곳의 명찰을 한번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호국종찰 개태사를 적극 권하고 싶다. 기존의 사찰과는 색다른 느낌을 주는 절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돌아오는 여정에 영동 황간에 들러 여름철 보양식으로 유명한 올갱이국을 맛보고 와도 좋을 듯하다.  


호국종찰 개태사 와 삼존불↑↓

 

글`사진 산정산악회 지홍석 대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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