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경남 거제도 북병산 바위병풍 산 정상부…사방으로 올망졸망 바다 조망 ‘환상적’ | ||||||||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아기자기하면서 높고 낮은 산들이 많아 11개를 추려 ‘거제 11대 명산’이라 부른다. 그중 북쪽에 위치해 산의 정상부가 바위병풍으로 이뤄졌다고 해서 북병산(北屛山)으로 부르는 산이 있다. 해발이 465.4m로 망치리와 구조라리를 그림처럼 감싸 안고 있어 더욱 돋보이는 산이다.
거제지맥(巨濟枝脈)은 거제도의 남북 또는 동서로 이어진 능선을 일컫는다. 길이가 40㎞가 넘고 산세도 해발 500m급에 육박해 여느 지맥에도 뒤지지 않는 산줄기이다. 섬에 있는 산이라 어디서나 동서남북의 바다와 섬들을 둘러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대구에서 오전 7시 출발해 그물기고개(학동재)에 도착하면 오전 10시 정도.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고개에서 거제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올라 노자산(565m)과 거제도 최고봉 가라산(585m)으로 연결하는 등산로를 선호한다. 그러나 북병산으로 이어지는 거제지맥은 고개 좌측이다. 거제지맥 ‘3-1 POST’가 보이는 뒤쪽으로 너른 등산로가 보인다. 초입에는 표고버섯 재배지가 좌우에 펼쳐진다. 등산로는 그야말로 융단 길 수준, 오염되지 않는 등산로 주변에 활엽수가 빼곡하다. 여름에는 우거진 숲길,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길이다. 10분쯤 오르면 바위전망대. 그곳으로 다가가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면 좌우로 가라산과 노자산이 확연하고 주능선 사이로 마늘바위가 우뚝하다. 마지막 단풍이 산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았음이 여실히 보인다. 산의 높이에 어울리지 않게 연이어 나타나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장관이다. 섬 산, 특히 거제지맥을 이어 타면서 느낄 수 있는 멋진 풍치라고나 할까. 금방이라도 손에 닿을 듯하던 통신탑이 있는 448m 봉우리는 멋진 바위전망대를 먼저 선보인다. 시원하게 탁 트이는 남해바다의 조망 속에 발아래 몽돌해수욕장을 비롯해 가라산과 망산, 섬 속의 작은 섬 외도가 차례대로 두 눈 속에 빨려 들어온다. 통신탑을 지나도 조망이 탁월한 바위전망대는 2개가 더 있다. 바쁜 걸음이 아니라면 원 없는 조망 속에 드러나는 멋진 바다와 가야 할 능선을 차례로 더듬을 수 있다. 북편으로 가장 높게 보이는 봉우리는 오늘 등산 중 두 번째로 올라야 할 442m봉. 내림 길 등산로가 생각보다 가파르다. 학동재에서 올랐던 산의 높이보다 훨씬 더 많이 아래로 뚝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양화고개다. 442m봉 오름길은 산 하나를 정복하고 다시 오르는 느낌. 해발 200여m를 더 오르고 나서야 389m봉이다. 전망바위지대를 통과하니 거제지맥 ‘3-4 POST’가 있는 442m봉이다. 밋밋한 능선 길을 조금 더 이어 타다 보면 우측으로 등산로가 꺾이는 지점이 지도상에 표기된 ‘달뜬바위’다. 그러나 바위가 북편으로 나있어 달뜬바위라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인 것도 같다. 7분 정도 내려서면 정수장이 있는 망치재다. 고개 우측에 커다란 돌에다 ‘황제의 길’이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가 1968년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국빈방문 중, 5월 20일 거제도를 비공식적으로 여행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망치재 우측 고개 길로 내려서던 황제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해금강의 사자바위와 바로 코 밑으로 보이는 윤돌섬이 그림같은 전경을 연출하자 ‘원더풀’을 7번이나 외쳤다고 해서 황제의 길이라고 한다. 특히 이 길은 벚꽃이 만개할 때면 더욱 더 환상적이라 많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고 한다. 망치재에서 북병산 정상 못 미처 또 하나의 달뜬바위까지는 30분 정도. 정상까지는 넉넉잡아 40분 정도다. 달뜬바위에서의 조망은 가히 환상적이라 학동재에서 여기까지 이어지는 거제지맥 등산의 피로를 말끔히 해소시키고도 남는다. 북병산 정상부 바위봉우리가 한 마리의 귀여운 강아지처럼 보이고 동남쪽 바로 아래로 구조라와 망치리의 아름다운 해안이 윤돌섬과 어울려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로 연출이 된다. 10분 거리에 있는 북병산 정상에는 달뜬바위보다 더 좋은 조망이 기다린다. 너른 반석 위에 정상석이 우뚝하고 동쪽은 바위절벽이다. 북동쪽으로는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지능선과 지세포만의 절경이 이어지고 그 뒤로 옥포만 바다에 위치한 국사봉(464m)과 와야봉(317m)이 보인다. 또한 북서 방향으로는 구천저수지와 선자산(507m), 통신대봉(555m)에서 계룡산(566m)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눈앞에서 일렁인다. 선자산 뒤로는 통영의 벽방산과 한려수도의 절경이 선명하게 조망되고 북남쪽으로는 노자산에서 가라산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넘어서면 하산 길은 금방이다. 능선삼거리에서 우측은 거제지맥을 따라 소동고개와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망양 방향이고 직진하는 길이 심원사로 바로 내려서는 등산로로 사각형정자 쉼터가 40m 전방에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주의할 점 하나. 10만분의 1 지도와 5만분의 1 지도에는 심원사가 양원사로 표기되어 있고 이정표에는 신원사로 표기되어 있다.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서면 다시 갈림길이다. 이번에는 심원사가 제대로 표기되어 있다. 이정표를 따라 우측으로 지그재그로 내려서다보면 심원사가 보이고 임도를 따라 10분 정도 내려서면 망치리로 넘어가는 도로가 나타난다. 정상에서 심원사까지는 약 900m.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거제지맥 ‘3-1 POST’가 있는 그물기고개(학동고개)에서 등산을 시작해 북병산을 넘어 심원사로 내려서는데 등산거리는 약 10㎞ 정도, 순수 등산소요시간은 4시간 정도다. 이름 없는 봉우리 448m봉과 442m봉 사이에 양화고개가 있고, 북병산 정상 사이에 망치재가 있어 따로 독립된 작은 산을 3개나 연속해 등산하는 기분이 든다. 북병산 정상만 오르려면 망치고개에서 달뜬바위를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과 심원사 입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가장 대표적이다. 등산시간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인근에 거제포로수용소와 온천이 있어 산행 후에 들러볼만하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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