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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괘일산·설산 [기사: 2014. 1. 9]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4. 1. 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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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전남 곡성군 괘일산·설산


설악산 견줄 만한 기암, 스릴 만점 놀라고 3시간여 명품 소나무 숲길 또 감탄사

 

 

 

 

 

 

 

 

 

 

 

 

 

 

 

 

 

 

 

 

 

 

 

 

 

 

 

 

 

 

  주옥같은 명산이 줄지어 이어지는 호남정맥 능선길. 무명에 가까운 산 하나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높지 않지만 소나무 숲이 끝없이 이어지고 아기자기한 바위능선이 뒷마무리를 한다. 높이 441m의 정상부는 거대한 바위성벽, 철옹성을 연상케 한다. 해가 산에 걸렸다는 뜻의 괘일산(卦日山)이다.

설산(雪山)은 괘일산과 이웃해 있다. 호남정맥에서 살짝 비껴난 산으로 전남과 전북의 경계에 솟았다. 곡성군과 담양군, 순창군의 경계가 되며 담양의 산성산에서 맥을 이어받아 광주의 무등산으로 이어 주는 명산이다. 해발이 526m로 곡성 팔경에 동악조일(動樂朝日), 설산낙조(雪山落照)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곡성의 10명산 중에 동악산 다음으로 설산의 경승이 손꼽힌다.

  두 산을 연계하는 산행의 시작점은 과치재, 곡성군 옥과면과 담양군의 경계다. 고개처럼 여겨지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작은 삼거리 좌측에 주유소가 있고 우측으로 등산로 표지판이 보인다.

  산으로 접어들면 너른 공터에 산소 하나가 나타난다. 산소 뒤쪽 소나무에 상고대가 피어 운치를 자아낸다. 등산을 하면 할수록 군데군데에 부러진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지천이라 지난여름 태풍에 허리가 부러진 소나무들이 그 위력을 증명한다. 정맥길인데도 불구하고 등산로에는 가시덤불이 자라나 조금은 성가시게 한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면 안부다. 이곳부터는 좌측 산허리께로 울창하게 우거진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무이산은 작은 봉우리 세 개를 넘어야만 비로소 만날 수 있다. 등산로 곳곳에서 괘일산 정상부의 바위지대가 우람하게 보이지만 탁 트인 조망은 기대하기 힘들다. 무이산 정상에는 ‘무이산’이라 쓰인 나무 표지판 두 개가 나무에 매달려 있고 표지기가 주렁주렁하다.

  무이산 정상을 지나면 등산로가 우측으로 틀어지며 안부까지 떨어진다. 이정표가 있는 안부 네거리를 지나면 다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고 오를수록 기암과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등산로는 바위봉우리를 직등하지 않고 좌측으로 비켜서면서 한참을 감아 돈다. 정상부가 가까워질수록 우측 아래가 까마득한 바위절벽이 형성된다.

괘일산 정상에 다다르기 전. 주릉에는 위압에 찬 바위봉이 가는 발걸음을 붙잡기 시작한다. 우측에 형성된 곳곳의 바위지대는 거대한 바위 전망대, 아찔한 조망이 선경처럼 펼쳐진다. 찬탄을 자아내는 암봉과 단애를 이룬 기암괴석들이 낙락장송과 조화를 이룬 모습이 장관이다.

  암릉을 타고 오르내리는 스릴 만점의 등산로는 오금을 저리게 한다. 400m에 불과한 괘일산이지만 설악산의 어느 기암과 봉우리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정상부 바위지대에는 넓은 바위가 많아 조망장소로는 그만이지만 로프를 잡고 오르는 어려운 구간이 몇 군데 있어 눈이 내린 날에는 우회하는 것이 좋다.

괘일산 정상에서 설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최고 명품 소나무 숲길. 너른 공터가 있는 네거리까지 성벽 같은 능선이 찬탄을 자아낸다. 우측으로 조망되는 설산과 정상으로 이어지는 오름길 능선에 돌출된 바위 하나가 눈길을 끈다. 그 바위 한가운데 작은 굴이 뚫려 있고 그 안에 금샘이 있다.

  너른 공터를 지나면 호남정맥길과 헤어지는 갈림길이다. 직진하여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노라면 계단길이 나타나고 금샘이 있는 바위로 치고 오른다. 거대한 바위틈새 사이에 금샘이 있다. 샘을 말끔하게 정비해 시원한 물맛을 맛있게 음미할 수 있다.

  정상부 능선에 오르면 T자형 갈림길이다. 좌측이 설산, 우측이 수도암이다. 설산 서쪽 기슭에 자리 잡은 수도암은 신라의 고승 설두화상이 수도했다고 전해지나 당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1928년 어느 보살이 창건한 암자가 들어서 있으며 200년이 넘는 매화나무와 잣나무 고목이 문화재자료 제147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암벽 석굴 속의 성금샘에서는 물이 개울물처럼 흘러나온다.

  설산은 풍수지리상 사자가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자앙천 또는 기러기 형국의 길지라고 한다. 주변에 명당에 얽힌 설화가 많으며 설산에 석성을 쌓았다는 의병장 유팽조와 얽힌 일화도 상당히 흥미롭다. 임진왜란 금산전투에서 유팽조가 전사하자 그의 애마가 그의 고향집으로 돌아와 죽었다고 한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옥과면 합강리에 말의 무덤(의마총)을 만들어 주었고 그 뒤 1987년에는 주민들이 입면 송전리 들녘에 의마비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설산 정상에 서면 사면팔방으로 조망이 터진다. 주변의 들녘과 마을들이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남쪽으론 무등산, 서쪽으로는 괘일산 암봉이 머리를 내민다. 동으로는 남원의 문덕봉과 고리봉, 동악산과 최악산 줄기들이 선명하고 북으로는 순창 아미산이 지척이고 그 너머에 강천산과 내장산의 줄기들이 아련하다.

조망을 즐기고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타게 된다. 조금만 진행하면 우측의 산자락 아래로 성륜사와 주변의 암자, 그리고 거대한 사찰 건물처럼 보이는 옥과미술관이 뚜렷하게 보인다. 설산 정상에서 성륜사까지는 1시간 25분 정도가 소요된다.

  성륜사는 아산 조방원 선생이 기증한 땅과 대상그룹의 시주로 1990년에 청화(淸華) 스님이 창건했다. 사찰 우측에 있는 옥과미술관은 조방원 화백이 평생을 모아온 미술품 6천700여 점과 부지를 전라남도가 받아서 세운 현대식 미술관으로 도립미술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괘일산과 설산, 두 산 모두 빼어난 산으로 어느 산 하나만 등산을 해도 된다. 그러나 하나만 등산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대부분의 산객들은 두 산을 한꺼번에 묶는다. 거기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산이 호남정맥 무이산(304.5m)이다.

  과치재에서 등산을 시작해 무이산, 괘일산, 설산을 묶으면 등산 거리는 약 9.1㎞, 산행시간은 4시간 가까이 걸린다. 두 산은 수도암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는 U자 지형을 이룬다. 괘일산의 멋진 암릉과 암봉, 설산의 암봉과 두 샘이 서로 다른 독특한 멋을 자아낸다. 거기다가 3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명품소나무 숲길이 더해져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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