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밀양 보담산 낙화산 석이바위봉 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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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산세에 부챗살 닮은 5개 봉우리, 짜릿한 암릉 등반은 ‘보너스’ | ||||||||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에서 서쪽으로 뻗어나와 운문산, 억산, 구만산으로 닿는 운문지맥의 꼬리 부분에 도착하면 다섯 개의 봉우리가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이곳은 경남 밀양의 보담산(562m), 낙화산(626m), 석이바위봉(643.3m), 중산(649m)으로 뚜렷한 산세에 능선 주변으로 시원한 계곡이 좋아 사계절 내내 산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단 한 번의 등산으로 네 곳 이상의 산을 연결할 수 있고 조금 욕심을 낸다면 일곱 개의 산을 연계할 수 있다. 아름다운 산의 자태에 비해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아 호젓한 등산을 약속하고, 육산의 아늑함과 아기자기한 능선을 이어 타는 암릉미도 빼어난 곳이다. 등산의 시작점은 밀양시 산외면 엄광리,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IC에서 10분 이내다. 슬레이트로 만든 단층짜리 대웅전이 특이한 작은 개인 사찰 관음사 입구까지 대형버스 진입이 가능하다. 관음사 입구에서 왼쪽 산으로 올라붙는 등산로가 있으나 대부분 임도를 따라 250m가량 진입해 많은 표지기가 달려 있는 좌측 산자락으로 진입한다. 그러나 가능하면 관음사 입구에서 바로 좌측 산으로 올라붙는 등산로를 권한다. 조망이 좋은 바위지대에서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15분 정도면 산소를 지나 우측으로 무명바위가 보인다. 바위에 오르면 보담산의 기암이 눈길을 사로잡고,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진 산자락에 포근히 안긴 안당골과 중촌마을이 너무 평화롭다. 초입은 오름길이 느슨하나 중촌의 임도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면 가파른 암릉 길로 변모한다. 갈림길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보담산 주능선, 아기자기한 바윗길 주변에 전망대가 산재해 있다. 능선으로 10분 정도 더 치고 오르면 서남쪽 조망이 빼어난 전망대에 도착한다. 남쪽 아래에서 북진하는 능선에는 덕대산과 종남산, 돛대산과 형제봉을 비롯해 화악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힘차게 꿈틀거린다. 올라야 할 능선 북서 방향으로 ‘볼수바위’로 불리는 바위봉이 보인다. 전설에 따르면 보담산(寶潭山)의 ‘보담’은 옛날 중국에서 고관을 지낸 노장수의 이름, 죄를 짓고 이 산으로 귀양을 와 볼수바위를 밟으며 마을을 오갔다고 한다. 그 와중에 바위에 큰 발자국이 남았고, 그 모양이 북두칠성을 닮았다고 해서 보담산의 또 다른 이름인 ‘보두산’(步斗山)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좌측으로 우회로가 있지만 가파른 암릉으로 바로 올라간다. 될 수 있으면 보담산의 진면목을 느끼기 위해서 암릉 방향으로 오르길 권한다. 짜릿한 스릴을 동반하지만 그리 위험하지 않아 초보자들도 무난하게 오를 수 있다. 로프지대를 통과해 바위봉을 끝까지 오르고, 로프를 타고 바위지대를 내려서면 등산로가 편안해진다. 이윽고 갈림길인 보담산에 도착한다. 예전엔 바위봉 끄트머리에 보두산이란 표지석이 있었지만 현재는 이정표 표지목에 보담산이라 적혀 있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20분 정도를 가면 능선 길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벗어난 지점에 툭 튀어나온 바위가 있다. 낙화암으로 불리는 바위로 낙화산 이름이 여기에서 연유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지는데, 임진왜란 당시 밀양 사람 박희량의 부인 민씨가 왜적들에 쫓겨 이곳까지 도망쳤다고 한다. 그러나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자 민씨가 정절을 지키려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고 그때부터 바위 이름이 낙화암이 되었다고 전한다. 낙화암에서 낙화산 정상까지는 5분이다. 동쪽과 남쪽은 트였고 다른 쪽은 막혔다. 맞은편 중산 뒤로 승학산, 정각산 줄기가 보이고, 천황산에서 재약산`향로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보인다. 간월산`신불산`영축산 능선도 어렴풋하게 조망된다. 정상에서의 조망도 좋지만 우측 아래 바위지대에서 보는 전망도 괜찮다. 가파른 길을 20분 정도 내려서면 삼거리 안부다. 오른쪽은 밀양 박씨 재실이 있는 안당골로 내려가는 길, 직진해 오르면 석이바위봉으로 오를 수 있다. 예전에 석이버섯이 많이 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거대한 바위지대다. 우측인 남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참고로 대부분의 등산지도와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석이바위봉을 ‘중산을 지나서 만나는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로 표기했지만 밀양시에서는 드넓은 전망바위가 있는 바위봉을 석이바위봉으로 정정해 표기했다. 석이바위부터는 암릉 길, 밧줄을 이용해 내려가는 길과 계단 길이 나타난다. 중산 못미처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면 좌측 저 멀리 전방으로 억산과 운문산, 영남알프스의 주릉들이 차례로 가늠된다. 뒤돌아서면 보담산과 낙화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잠시 안부로 내려섰던 등산로를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중산(649m) 정상이지만 나무들에 가려져 조망은 별로다. 오르내림이 전혀 없는 평탄한 등산로를 15분 정도 걷는다. 이정표에 ‘중산2’라고 표시된 지점이 지도에 ‘석이바위봉’이라고 표기된 643봉이다. 올라가면 작은 삼각점이 있고 ‘중산 644m’로 표기된 작은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갈라지는 갈림길 또한 조금은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좌측 아래로 떨어지는 등산로가 꾀꼬리봉(538m), 우측이 밀양 박씨 재실이 있는 안당골로 내려서는 길이다. 안당골로 내려서는 등산로는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이다. ‘보두-9’ 표지목이 설치된 안부까지는 20분, 재실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밀양 박씨 재실에서 관음사 입구까지 약 15분 정도 걸린다. 관음사에서 등산을 시작해 보담산` 낙화산` 석이바위봉`중산`중산2를 거쳐 관음사로 원점회귀하는 데 약 8.5㎞, 4시간 가까이 걸린다. 꾀꼬리봉을 연계하면 30분 정도가 더 소요되지만 등산로가 희미해 원점회귀보다는 평전산을 연계하고 금곡리 본촌마을로 하산하는 게 수월하다. 국립지리원 지도와 각 사이트의 등산지도에 산의 이름과 높이가 제각각이다. 지명에 혼돈이 있어 등산지도를 맹신하면 헷갈리기 쉽다. 능선 곳곳에 보두산이라 표기된 이정표가 그대로 있어 하루빨리 지명의 통일이 필요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지역 근교라 오전 9시에 출발해도 오후 5시 이전에 충분히 귀가할 수 있고 원점회귀 등산이 가능해 등산 코스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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