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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전북 임실 상사암·도지봉·제비설날봉 [2014년 1월 30일]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4. 2. 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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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전북 임실 상사암·도지봉·제비설날봉


해발 낮지만 돛대`제비 혀 모양의 기이한 암봉 즐비 ‘환상적 절경’

 

 

 

 

 

 

 

 

 

 

  전북 임실군의 주산인 상사암과 도지봉은 태고에 호수의 지면이 지각변동으로 말미암아 솟구쳐 오른 산이다. 해발이 낮은데도 암벽으로 이뤄져 스릴 만점이며, 749번 도로를 사이에 두고 상사암과 노적봉은 마이산의 두 암봉처럼 마주 보며 솟아 있다. 거대한 암벽이라 사람이 접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여 천혜의 요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상사암(想思岩)은 거북이가 용이 되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보부상이 지나가다 이름 지었다는 의미인 상사암(商師巖)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불귀신이 상사암에 살면서 불을 뿜었다는 전설에 근거해 ‘화산’이라고도 부른다. 국립지리원에서 발간된 지도에는 상은봉으로 나와 있는데, 생각 사(思)를 은혜 은(恩)으로 잘못 봤을 가능성이 크다.

 

  산행의 시작점은 새희망주유소, 749번 지방도와 49번 지방도의 갈림길에 있다. 주유소에서 북쪽으로 749번 도로를 따라 희망교를 넘으면 100여m 전방 우측으로 임도가 이어져 있고 좌측에 등산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평탄한 임도를 따르다가 묘소를 지나면 우측으로 치고 오르는 등산로와 연결된다.

 

  나무계단이 설치된 초입부터 매우 가파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15분 정도 오르면 암릉이 나타난다. 등산로를 벗어나 좌측 암벽 지점으로 다가서면 노적봉이 시원하게 바라보인다. 그곳에서 잠시 조망을 즐기고 돌아 나와 바위 길을 오르면 우측으로 첫 번째 바위전망대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등산을 시작한 지점인 희망교와 주유소, 모텔 2개가 절벽 아래로 그림처럼 펼쳐진다.

 

  50여m를 더 오르면 사면 팔방이 트이는 첫 번째 암봉에 올라서게 된다. 상사암 정상부가 아찔하게 건너다보이고 선두로 치고 나간 등산객들이 조망을 즐기는 모습이 보인다. 뒤돌아서면 날씨가 맑은 날에는 노적봉과 오봉산 사이로 국사봉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지만 오늘따라 날씨가 흐려져 먼 곳으로의 조망은 일찍 포기한다.

 

완만한 능선 길을 조금 내려섰다가 상사암 정상부는 서북쪽에서 다시 치고 오른다. 갈림길에서 50m 우측으로 이동하면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상사암 정상부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고 올라서면 조망이 좋아 흐릿하게나마 주변의 산들이 하나 둘 잡히기 시작한다.

 

  상사암 정상부에는 예전부터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이곳에 묘를 쓰면 비가 내리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이 묘를 파내고 돼지 피를 바위에 바른 뒤 기우제를 지내야만 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하늘이 더럽혀진 바위를 깨끗이 씻으려고 비를 내렸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으로 일컬어지는 충남의 최고봉 서대산의 전설과 매우 유사하다.

 

상사암 정상부에서 기름재로 내려서는 길은 조금 가파르다. 잔설이 남아 있고 등산객들이 디뎠던 지점은 얼음이 얼어 조심해서 내려서야 한다. 바윗길을 다 내려서면 완만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고 가끔 뒤돌아서면 상사암 정상부의 바위봉과 노적봉이 겹쳐져 몽환의 조망을 선사하는 바람에 빛바랜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우측으로 내려가는 첫 번째 갈림길을 통과하자 기이한 나무 두 그루가 좌우로 나타난다. 여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 참나무가 오른쪽에, 남성을 상징하는 듯한 나무가 등산로 왼쪽에 있다. 그 앞이 기름재다. 풍수지리상 호롱불 혈로 땅속에 기름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사기소와 수천리를 잇는 고개 기름재는 예전에 많은 사람이 왕래했다고 전한다.

 

  편백나무 숲이 나타나고 능선으로 치고 오르면 해발이 430m인 도지봉(掉止峰)이다. 배의 돛대 형상을 닮아 돛대봉으로 불리는데, 태고에 이곳이 호수일 때 배가 드나들면 배를 매어 놓았다는 전설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이 준동하자 경찰과 주민들이 참호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흔적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완만한 내림 길을 내려서자 ‘월추암’이라 새겨진 나무판이 나무에 걸려 있다. 사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위봉을 일컫는다. 세 번째 만나는 봉우리가 ‘제비설날’이다. 여느 산봉우리와 달리 그 이름이 매우 특이한데 제비의 혀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을 지나면 군데군데 작은 암릉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능선 좌측 지능선으로 가면 거대한 암벽으로 형성된 바위가 병풍처럼 보인다. 능선에 ‘평풍바위’라는 팻말이 있다. 10분쯤 후 만나는 갈림길 능선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곳에서 피재까지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피재는 2차로 도로가 지난다. 대부분의 산행 초보자는 이곳에서 우측으로 하산한다. 신덕면 소재지까지는 도보로 약 30분 정도, 중간에 2차로 도로가 1차로로 바뀌기도 한다. 산행 거리가 짧아 지초봉과 둥지봉(470m)을 연계하는 등산객들도 더러 있으나 둥지봉 이후 등산로가 정비되지 않아 가시덤불이 많다. 피재에서 두 개의 오르막을 더 올라서면 지초봉, 으름재로 내려섰다가 한 번 더 올라서면 둥지봉이다. 전체 산행 코스 중에서 가장 높은데 풍수지리상 황금 닭이 알을 품은 형상이라고 한다.

 

  희망주유소에서 등산을 시작해 상사암`기름재`도지봉`제비설날봉을 거쳐 피재로 내려선 다음 신덕면사무소까지 걸어 내려오는 데 약 9㎞에 3시간 정도가 걸린다. 지초봉과 둥지봉을 연계하면 약 11.5㎞, 4시간 30분 가까이 소요된다. 신덕면 사무소가 있는 수천리에는 신성희, 신병덕 두 효자를 기린 ‘양효문’과, 좌찬성을 지낸 신개의 ‘충신문’이 같이 세워져 있다.

 

  대구에서 상사암봉 가는 길목에 임실군 관촌면 사선대가 있다. 아름다운 경치에 옆 동네의 신선이 놀러 왔다는 곳으로 네 명의 신선이 놀았다는 뜻이다. 1985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으며 강변을 따라 나무 그늘진 산책로조각공원이 있다. 조선시대에 지어져 나라 잃은 망국의 한을 함께 모여 달랬다는 운서정이 그 근처에 있다. 상사암과 묶어 테마 산행을 기획한다면 멋진 하루 코스로는 금상첨화일 것이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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