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산사랑 산사람] 남원 풍악산~노적봉~혼불 문학관 (2014. 2. 13)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4. 2. 14. 10:21

본문

반응형

[산사랑 산사람] 남원 풍악산~노적봉~혼불 문학관

 

융단같은 흙길로 시작해 소나무 삼림욕 즐기며 지리산 조망 보너스도

 

 

  풍악산(楓岳山)은 전북 남원시 대산면과 순창군 동계면의 경계에 위치한다. 해발 600m의 아담한 산으로 단일 수종인 소나무가 빼곡하게 이어져 숲의 정취가 매우 빼어나다. 전라감사 이서구와 ‘혼불’의 작가 최명희가 칭송한 길지로 풍광이 아름다워 금강산의 가을 별칭을 얻었다.

 

   암벽이 병풍을 두른 것 같은 닭벼슬봉, 군자다움과 풍요로움의 상징인 노적봉의 정기를 받아 생성된 길지에 노봉마을이 터를 잡았다. 1400년 전 신라 말과 고려 초에 삭녕 최씨가 집성촌을 이뤘던 마을로 노봉서원이 있어 서원리로 불리다가, 서원리와 도촌리를 통합해서 서도리로 바뀌었다.

  남원시 대산면 신계리의 신촌마을이 산행 시작점. 순천`완주 고속도로가 지나는 굴다리 밑에서 등산이 시작된다. 산행 시작점에는 ‘㈜흙농’ 이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고속도로 좌측 시멘트 임도를 따르면 흙농 공장이 나타나고, 철 대문을 지나 5분 정도 오르면 임도 네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마애불 이정표를 따라 우측 임도로 방향을 잡는다.

 

  좌측에 컨테이너가 있는 곳을 지나면 마애불 팻말이 보인다. 계단으로 된 좌측 울창한 소나무 숲 속으로 오솔길을 오르면 해발 약 230m 지점 중턱에 돌로 축대를 쌓은 곳에 마애불이 보인다. 자애로운 미소가 유난히 아름다워 보물 제423호로 지정되었다. 거대한 바위를 몸체 뒤의 광배로, 자연 암반을 대좌로 삼은 불상이다. 광배란 회화나 조각 등에서 불상 뒤에 있는 광명을 상징하는 장식이나 후광을 말하고, 대좌란 불상 따위를 올려놓는 대를 말한다. 양감이 풍부한 얼굴 표현 등은 통일신라 후기의 특징을 닮았지만, 풍만한 신체에 비하여 각 부분의 세부표현이 간략화된 점 등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불상으로 보인다.

 

  마애불에서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두 군데. 마애불에서 바로 좌측 지능선으로 치고 오르는 등산로와, 마애불에서 30여m 다시 내려선 다음 우측 산자락으로 올라붙는 길이 있다. 바로 치고 오르는 길은 아기자기한 능선 길로 30분 정도 오르면 첫 번째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소나무 사이로 우뚝 솟은 교룡산(蛟龍山`518m)을 조망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전망바위를 지나면 주능선에 도달한다.

 

  마애불에서 30m 되돌아 내려와 시작하는 등산로는 산자락으로 접어들수록 점점 좌측으로 비스듬하게 이어진다. 계속 이어 타면 응봉(579m)으로 연결 된다. 첫 번째 만나는 갈림길에서 바로 우측 지능선으로 치고 오르는 등산로를 선택한다. 마애불에서 치고 오르는 능선과 대치하면서 주능선까지 올라붙는다. 조금은 가파르게 느껴지는 등산로지만 최고로 꼽아도 될 만한 명품 등산로다. 푹신푹신한 융단 같은 부드러운 흙길에 소나무가 빼곡하게 우거져 삼림욕장을 방불케 한다.

 

  주능선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를 선택한다. 여전히 능선에는 솔 향기가 진동하는 소나무가 지천이다. 등산로 우측에 출입을 금지하는 비닐 노끈이 매어져 있어 가을철에 송이버섯이 많이 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간간이 우측으로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지리산 반야봉과 노고단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주능선을 만나는 갈림길에서 30분 이상을 걸어야 풍악산 정상. 동쪽으로 아름다운 산세에 묘한 이름을 가진 교룡산이 지척이고, 그 너머로 지리산의 웅장한 산세가 세 겹의 능선을 차례대로 그린다. 그곳에 지리산의 천왕봉과 하봉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린다. 남쪽으론 문덕봉과 고리봉, 곡성의 명산 동악산과 통명산이 조망되고, 북쪽으로는 장수군의 명산 팔공산이 우뚝하다. 정상석 뒤쪽엔 뫼 산(山)자 모양의 기이한 형태의 바위가 볼거리다.

 

  정상에서 북쪽능선을 탄다. 아기자기한 등산로가 잠시 안부로 내려서다가 갈림길이 나타난다. 좌측이 산허리 우회로, 직진해 바위능선을 타고 오르는 등산로를 선택하면 까다로운 바위절벽에 나무 데크로 만든 시설물들이 나타난다. 풍악산 정상부 주변은 온통 암벽과 암봉으로 이뤄졌으나 워낙 송림이 빼곡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만큼은 암봉의 풍치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크고 작은 봉우리 5개와 신치를 넘어서야만 노적봉이다. 드넓은 헬기장으로 형성된 노적봉에선 마음마저 저절로 풍요로워진다. 사면으로 조망이 터진다. 동쪽으로 용골산`회문산`무량산`원통산이, 남쪽에는 교룡산이 지척이고 그 너머에 지리산 전체와 주변의 산 무리가 확연히 드러난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만행산(일명 천황봉)이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질매재로 뚝 떨어지면 마지막으로 등산로를 선택하는 구간이 나온다. 직등하는 능선 오름길은 계관봉(닭벼슬봉)과 호성암터로 가는 주능선이고, 우측은 혼불 문학관 임도로 바로 내려서는 길이다. 노적봉에서 혼불 임도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두 등산로는 문학관 위쪽에서 다시 만나지만 계관봉 쪽이 1시간 정도 더 걸린다. 임도를 타고 내려오면 고속도로가 나타나고 좌측 굴다리를 통과하면 혼불 문학관이 보인다.

 

  신계리 굴다리에서 등산을 시작해 풍악산`노적봉`계관봉을 거쳐 혼불 문학관까지 내려서는 데 9.3㎞의 거리에 약 4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좀 더 긴 등산을 원한다면 남원 문덕봉과 갈라지는 비홍치에서 등산을 시작, 응봉을 하나 더 추가한다. 총 등산 거리는 14.6㎞, 5~6시간 정도 걸린다.

 

 

 혼불 문학관은 20세기 말 한국문학에 큰 획을 그은 소설 ‘혼불’을 기리고자 2004년 개관한 문학관이다. 혼불은 남원지역 양반가의 3대 종부가 조선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집을 지키고자 하는 애환과 마을 사람들의 서글픈 삶을 담은 이야기다. 최명희 작가가 작고하면서 소설은 미완으로 남았다. 차량으로 나오는 길목에 소설 속의 무대 서도역이 보인다.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역사로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다. 벚꽃 흐드러지게 필 때 찾으면 제격인 곳으로 산행과 문학 기행을 한꺼번에 겸할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