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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거창 월여산·재안산 2014. 2. 20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4. 2. 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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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거창 월여산·재안산


능선 따라 바위 봉우리 우뚝…정상에 서면 동서남북 ‘산의 파노라마’ 장관

 

 

 

 

 

 

 

 

 

 

 

 

 

 

  경남 합천군의 황매산(1,108m)에서 북으로 이어지던 능선이 거창 신원면에 이르러 빚어 놓은 산이 월여산이다. 해발이 862.6m로 정상에 서면 산의 파노라마가 일품이다. 북으로 감악산(951m)의 줄기가, 동으로 합천호와 소룡산(520m), 악견산(491.7m), 금성산(592m). 허굴산이 조망된다. 남으로 황매산, 서쪽으로 갈전산(764m), 바랑산(796.4m) 줄기가 에워싸고 있다.

  경남 거창군 신원면과 합천군 대병면의 경계에 있으며, 거창군의 남쪽 지맥에 우뚝 솟아 있다. 3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어 삼봉산으로도 불리며 무학대사가 황금 닭이 알을 품은 금계포란형(金鷄包卵形)이라 하여 해동제일의 명당으로 지목한 곳이다. 마고할미 박랑의 외동딸 월여가 살았다 하여 월여산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전설도 있다. 월여가 용이 사는 연못에서 목욕을 자주 했는데, 하늘나라 옥황상제의 아들 일야가 이를 보면서 월여를 짝사랑했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눈물을 흘리면서 이곳에 비가 되어 내린다고 한다. 가뭄이 들면 월여산 정상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것도 이 전설에 따른 것이다.

  예전엔 등산인의 출입이 적어 등산로가 희미했으나 근래에는 많은 사람이 찾는다. 각종 장비와 수준급 기술이 요구되는 암릉 등반이나 왕복 등반과는 달리 재안산(737m)과 연계하면 종주등반 등 여러 종류의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산행의 기점은 거창군 신원면의 구사리 신기마을이다. 신기교를 넘어 임도를 타면 대형버스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이 나타난다. 전방에 보이는 정자 우측으로 난 임도를 따르면서 등산이 시작된다. 갈림길에서 원만지를 좌측으로 끼고 조금 오르다 보면 정자나무가 시원스럽게 반긴다. 옛 원만마을의 입구를 지키던 수호신 나무다. 정자나무에서 10여 분 거리에 원만마을의 집터임을 알리는 돌담만이 좌측에 흔적으로 남아 등산객들을 맞는다. 원만마을은 1974년 태풍에 휩쓸려 나가면서 폐허가 되었고 주민들은 산 아래 신기마을로 이주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우측 계곡을 건너 산자락으로 올라붙으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오름길이 만만찮다. 가파른 능선이 칼날처럼 연결되고 우거진 소나무 숲들이 만만치 않은 풍경들을 쏟아낸다. 몇 개의 묘를 지나면서 숲 속의 작은 길로 들어선다. 숲 속 길을 따라 15분 정도 따르면 트인 공간에 작은 무덤이 나오고, 오른쪽 위로 2분 정도 오르면 이정표가 나타난다.

  숨이 땅바닥에 밀착할 즈음 너른 공터에 바위들이 장막을 친 칠형제바위에 도착한다. 칠형제바위는 거대하기보다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다정다감한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다. 바위에 앉아 여유를 즐기며 숨을 고른다. 다시 암릉과 솔밭길을 지나 10여 분을 더 오르면 주능선이다. 팟죽재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왼쪽으로 20분 정도 지쳐 오르면 전망바위 쉼터가 나타난다. 주변을 잠시 조망하고 이정표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암릉 구간이 이어진다.

좌측 전방으로 연신 나타나는 바위능선이 눈길을 끌 때 정상 주변의 세 봉우리가 한꺼번에 조망되는 전망대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10분 정도를 더 올라야 월여산 정상이다. 정상 아래의 암릉에는 밧줄 대신 나무 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산행의 묘미를 반감시키는 것이 흠이다. 정상에는 투박한 글씨로 음각된 정상석이 세워져 있으나 조망은 그리 좋지 못하다.

  정상 표지석 정면 방향으로 내려섰다가 아기자기한 바위지대를 통해 5분이면 제2봉에 오를 수 있다. 이곳에서의 조망이 가장 빼어나다. 북쪽으로 거창의 진산 감악산, 동쪽으론 합천호와 재안산, 남쪽으로는 위풍당당한 황매산, 서쪽으로는 금원산이 보이고 맑은 날에는 남덕유산과 지리산까지도 조망된다.

  나무계단 데크 길을 통해 내려선 다음 제3봉을 오른다. 3봉에서 바라보는 2봉의 모양도 아름답지만 거쳐 지나야 할 넓은 평원에 자리한 철쭉군락을 내려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측으론 역광으로 빛나는 황매산이 거대하게 지척에서 눈부시다. 넓게 트인 들판 한가운데에 내려서면 철쭉군락 지대가 등장하고 그곳을 통과해 좌측으로 평원을 감아 돌면서 월여산 정상부 쪽을 한 번 더 조망한다. 정상 못미처 우측에 펼쳐진 바위능선이 압권이다. 철쭉군락 지대를 벗어나면 790m 봉, 5분여 거리에 삼거리 갈림길이 있다. 이곳에서 왼쪽 지능선으로 내려서면 신기마을이지만 등산로가 짧아 오른쪽으로 급경사 등산로로 내려선다.

  이리저리 바위가 나타나는 암릉 구간과 낙엽 길을 20분 정도 내려서면 지리재다.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멋지게 당당하다. 이곳에서는 등산로를 선택할 수 있다. 직진하면 재안산을 연계한 종주코스, 좌측으로 내려서면 신기마을이다. 지리재에서는 30분 정도 내려서면 산행 시작점인 신기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신기마을 담벼락에는 아름다운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신기마을에서 등산을 시작해 칠형제바위`전망바위`정상`지리재를 거쳐 신기마을로 원점회귀하는 데 약 9㎞에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재안산을 연계한 종주산행을 기획하면 총 산행 거리 11.7㎞에 산행시간만 5시간 정도다. 조망을 즐기는 맛이 뛰어난 산이라 철쭉이 만개하는 5월에 산행을 기획하면 꽃과 바위가 어우러진 멋진 산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두릅과 산나물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육산과 골산의 혼합형이지만 재안산 정상에는 표지석과 이정표가 없다. 최근의 등산지도에는 신기마을에 월여사란 절이 있는 걸로 나와 있지만 개인 사찰이라 수시로 절 이름이 바뀌니 참조해서 등산에 나선다. 군데군데 바위전망대가 많아 등산이 지루하지 않고 원점회귀 산행이라 자가용을 가져가도 차량 회수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산행의 기점이 되는 신원면은 우리 역사의 아픔인 거창 양민학살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지난 2004년 준공된 거창사건추모공원이 있어 한 번 들러 볼 만하다. 산행을 마친 뒤 합천호를 돌아 나오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대구 근교라 오전 8시에 출발해도 종주산행을 마치고 오후 6시 이전에 충분히 귀가할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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