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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고성 좌이산 공룡 산책로 [기사일: 2014. 2. 6]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4. 2. 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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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고성 좌이산 공룡 산책로


용의 왼쪽 귀 닮은 산세…정상 서면 남해 바다의 절경 한눈에

 

 

 

 경남 고성에는 도립공원인 연화산(524m)을 필두로 거류산(572m), 구절산(559m), 무량산(583m), 무이산(546m), 수태산(574m), 향로봉(578m) 등 500m대의 이름난 산들이 여럿 있다. 대체로 평범한 산세이고 대부분 해발 500m대의 높지 않은 산이라고는 하나 바닷가에 위치한 일부 산은 험하기가 내륙의 700~800m급 이상 산들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그런 산 가운데 400m대 초반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바다에 가까워 기막힌 조망을 선사하는 산이 바로 고성의 좌이산(左耳山`416m)이다. 좌이산을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용의 왼쪽 귀를 의미하는데, 삼천포 와룡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바다를 바라보면 산줄기가 뻗어나간 왼쪽 끝에 있어 와룡산의 왼쪽 귀라고도 불린다.

 

  산행의 기점은 고성에서 삼천포로 가는 77번 지방도의 가리미고개. 고개라고는 하지만 거의 둔덕에 가깝다. 좌이산은 해마다 새해 일출 산행지로 각광을 받는데 정상까지 거리가 가까워 근래에는 시산제 산행의 시작점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입구에 등산로 안내판과 주차장 안내판이 있는데, 승용차는 안내판 사이 콘크리트길을 따라 오르면 주차장이다. 주차장 정면에 보이는 완만한 흙으로 된 임도가 등산로다.

작은 봉 하나를 넘으면 헬기장이 있고 왼쪽으로 좌이산 정상부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안부로 내려서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등산로가 동산선원 일윤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정면으로 보이는 콘크리트길이 등산로다. 3, 4분 정도 오르면 무덤 앞에서 콘크리트길이 끝나는데, 이곳에서부터는 임도를 버리고 무덤이 있는 위쪽 1시 방향 산길로 가야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등산로가 점점 가팔라지면서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그곳을 지나면 돌계단이 나타나고 10분 정도 더 오르면 돌탑이 서 있는 작은 너덜을 통과하게 된다. 돌로 정비된 길을 통과하면 왼쪽으로 바위 두 개가 쪼개진 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여기서 북쪽을 바라보면 향로봉이고 북서쪽으론 삼천포 와룡산이 한눈에 잡히기 시작한다.

 

 

  커다란 바위 옆을 지나면 다시 나무 계단 길. 작은 돌탑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면 봉수대가 있는 좌이산 정상이 막힘 없이 우뚝하게 보인다. 잠시 내려섰던 등산로가 정상을 향해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정상에 못 미쳐서 ‘명덕고개 2.5㎞’ 이정표가 걸린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의 철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2단으로 된 좌이산 정상이 나온다.

 

  고성의 서남쪽 바닷가에 있는 좌이산은 동쪽으로 자란만을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했다. 정남쪽으론 통영 사량도가 지척이고, 동쪽으로는 거제도, 서쪽으로는 사천 와룡산과 남해도, 창선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너른 공터가 두 군데나 있어 시산제를 지내기에는 더없는 장소이다. 탁 트인 바다 사이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하고 고성의 산들을 전부 조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남서쪽으로 바라보면 고성의 공룡박물관이 하얗게 바라보인다.

 

  하산은 정상 직전 삼거리까지 내려선 다음, 우측 명덕고개 방향으로 진행한다. 200여m 정도를 더 내려서면 안부,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등산로는 청룡사(1.2㎞) 방향이다. 명덕고개는 직진으로 산자락과 어울린 바다의 전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평안한 등산로가 이어지다가 작은 암벽을 돌아 오르게 된다. 바위 봉우리인 376m 봉이다. 동쪽으로 튀어나온 지점이 전망이 좋은 곳으로 좌이산 정상이 우뚝하고, 동쪽의 자란만이 내려다보인다. 조망을 즐기고 경사도가 심한 등산로를 내려서면 다시 바위로 된 작은 봉우리, 정남쪽 방향으로 드넓은 바다와 사량도가 선명해지고 명덕고개로 이어지는 내리막 능선 길이 구불구불하다.

 

  아기자기한 바윗길을 내려서면 조망이 점점 시원하게 터진다. 일망무제이던 조망이 숲길을 만나면서 끝이 나고 다시 바윗길을 통과하면 산소가 더러 보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잘 가꾸어진 진양 정씨 문중 묘원이 우측에 드넓게 보이면서 1010번 지방도가 있는 명덕고개로 내려서게 된다. 명덕고개는 대형 차량을 주차하기가 다소 불편해 우측 도로로 방향을 잡고 10분 정도면 마을이고 그곳을 지나면 바다와 만나는 소을비포(所乙非浦) 성터로 가는 도로 삼거리다. 너른 공터와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대형 차량을 주차하기 좋다. 왼쪽 해안에 조선 초기에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설치한 소을비포군진이 있던 성터가 바라다보인다. 경남기념물 13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삼거리에서 왕복하고 구경하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

 

 

  가리미고개에서 등산을 시작해 좌이산 정상을 오른 후 명덕고개로 내려선 다음 소을비포 삼거리까지 내려서는 데 약 4.5㎞, 등산 시간은 넉넉잡아 2시간 30분에서 3시간가량 걸린다. 등산 시간이 조금 짧으면 멋진 해안 산책로인 ‘공룡 산책로’도 같이 둘러보면 좋다. 이곳에서 상족암 길을 따라 맥전포항까지 걸을 수도 있겠지만 차량으로 하면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잘 꾸며진 맥전포항에서 서남쪽 방파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우측에 ‘공룡 산책로’ 안내판이 보인다. 공룡발자국이 있는 상족암 군립공원까지 이어지는 해안 트레킹로로, 해송과 어우러진 바다의 절경이 뛰어난 곳이다. 일몰전망대와 병풍바위 전망대에서 바다 전경을 즐기고 공룡발자국을 지나 공룡박물관 입구를 통과하면 상족암 유람선 선착장이다. 1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다.

 

  설을 쇠고 나면 대부분의 산악회에서는 시산제를 지낸다. 전국에 수많은 산이 있지만 막상 시산제를 지내려고 하면 장소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정상에서 시산제를 지내는 산악회는 더하다. 제수를 배낭에다 넣고 올라야 하고, 시산제를 지낼 넓은 장소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고성 좌이산은 시산제를 지낼 장소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가리미고개에서 정상까지는 여유 있게 한 시간, 정상에는 너른 공터가 두 군데나 있어 시산제를 지낼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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