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전주 기린봉 중바위산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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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사람들에게 상서로움과 아름다움으로 귀여움을 받고 있는 산이 있다. 산 이름은 기린봉(271m)과 중바위산(306m)으로 도심의 근교에 위치해 있다. 동네 뒷산처럼 여겨지나 높이에 비해 조망이 빼어나 전주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자락 가까이까지 건물들이 들어서 경관이 조금 훼손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숲으로 둘러싸인 기린봉은 정상부가 우뚝한 바위봉으로 솟아 있어 조망이 좋다. 거기에 비해 중바위산은 톱날 같은 바위등성이가 약 200여m에 걸쳐 거의 수평으로 이어져 있다. 등성이 바위는 통바위가 아니라 모서리를 가진 차돌바위들로 날카로우며 뾰족하다. 그 바위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마치 대포처럼 남쪽을 향해 비스듬히 하늘을 향하고 있어 장관이다. 거기다가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옥마을이 서쪽에 자리한다. 산행의 기점은 마당재다. 중노송동에서 선린사로 들어가는 삼거리 우측에 초소 같은 빨간 벽돌의 단칸 건물이 보인다. 기린공원 안내도가 보이고 좌측 산사면의 통나무계단을 통해 절개지 위로 올라서게 된다. 넓고 좋은 길을 만나면 우측으로 진행한 다음 곧장 지능선으로 치고 오르고 된다. 군데군데 갈림길이 많은데 좌측의 산허리를 감아 도는 길을 통해서도 기린봉에 오를 수가 있다. 어느 길을 통해도 가파르기는 마찬가지다. 가파르게 형성된 작은 계단을 통하면 전망대처럼 여겨지는 바위지대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전주시가지와 주변을 둘러싼 산자락들을 가늠해 보고서 다시 오름길을 재촉한다. 15분쯤 오르면 번듯한 정자가 자리 잡고 있는 잘록이 갈림길이다. 좌측은 선린사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직등 하는 가파른 계단 길을 통해서 기린봉으로 치고 오른다.
올라가는 길은 마치 기린의 목처럼 이어져 있다. 우뚝 솟은 봉우리 못 미쳐서 계단길이 끝나고 좌측 선린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조우한다. 기린봉 정상은 바로 위다. 예로부터 전주에는 일대의 아름다운 곳을 골라 이름 지은 전주10경이 있다. 그 10경 가운데 제1경이 바로 기린토월(麒麟吐月)이다. 동쪽 기린봉 위로 진주처럼 떠오르는 아름다운 달을 전주의 첫째가는 경관으로 꼽은 것이다. 낮은 해발에도 바위로 된 기린봉에서는 조망이 사면으로 훤하다. 안내도를 바라보며 조목조목 조망을 즐긴 후 좌측 나무 데크를 통해 내려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짤록이 길이 나온다. 안내판이 지시하는 방향(중바위 800m)으로 산등성이를 계속 이어 탄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기린봉, 군경묘지, 약수터, 중바위로 가는 네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해 능선을 이어 타면 철탑이 세워져 있는 봉우리 주변으로 돌로 쌓은 동고산성터(지방기념물 제44호)가 보인다.
이곳에서부터 평안하고 부드러운 등산로가 이어진다. 잠시 서쪽으로 방향을 잡던 등산로가 서서히 짤록이로 가라앉으면 우측 편으로 넓고 네모진 견훤의 궁터가 보인다. 후백제 견훤의 45년 궁터로 1991년 원광대 마한백제연구소가 발굴했다. 반월형 대지 위에 전면 84m, 측면 14m의 규모로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큰 터라고 한다. ‘전주성’이라 새겨진 통일신라 말의 양식인 연꽃무늬의 수막새와 쌍조무늬 쌍무사무늬 암막새가 나왔는데 낮은 철책이 둘러쳐져 있다.
앞쪽의 넓은 평지 오른편으로 구부러진 소나무 숲이 운치를 더한다. 나무탁자와 벤치가 한 조가 된 쉼터라 중식장소로는 그만이다. 소나무 숲을 통과하면 오름길인데 집채보다도 더 큰 바위들이 나타난다. 바위 좌측으로 해서 산정에 올라서면 중바위산이다. 예로부터 중이 고깔을 쓴 모양을 닮았다고 승암산(한자로 풀이하면 중바위산)이라 불렸지만, 산 정상부 주변에 천주교 순교자들이 묻힌 이후로 지역주민들은 ‘치명자(순교자)산’ 또는 ‘루갈다산’으로 더 많이 부르고 있다.
산불감시초소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바위등성이다. 조금은 까다롭지만 아기자기해 취향에 따라 바위를 즐겨도 되고 우측 우회로를 이용해도 된다. 200여m가 조금 안 되는 끝 지점 우측 아래쪽에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 겸 조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그곳에서 전주시가지와 한옥마을, 모악산과 고덕산, 학산을 차례대로 조망하고서 다시 100m 정도 되돌아간 다음, 좌측 지능선 아래로 등산로를 잡는다. 10분 정도 내려서면 포장된 임도를 만난다. 좌측은 동고사와 천주교성지, 우측은 군경묘지로 이어진다. 임도를 횡단하여 지능선을 계속 이어 타노라면 편백 숲을 지나 이목대와 오목대로 이어진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서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이때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편백 숲을 지나면서 역사 탐방로를 만난다. 한벽당과 군경묘지로 갈라지는 임도로 앞쪽에 무애사가 보이는 고갯마루다. 무애사 좌측으로 계속 직진해 이어 타면 허물어 질 것 같은 기와정자가 보이고 좌측의 벽화마을을 통해 육교를 넘으면 오목대(梧木臺)와 이목대(梨木臺)다. 전주 이씨 발상지로 여러 가지 유서를 간직하고 있는 데 전북기념물 제16호로 지정되었다. 앞쪽에 한옥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선린사 입구 삼거리초소에서 등산을 시작해, 기린봉`중바위산`오목대를 거쳐 한옥마을로 내려서는데 식사시간 포함 약 3시간 정도가 걸린다. 산행 후 전주한옥마을을 두루 즐길 수 있는데 조선 태조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을 비롯해 최명희문학관 등이 있다. 1930년을 전후해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형성한 한옥촌으로,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의 발로로 일본식 건물과 대조된다. 화산동의 서양풍 선교사촌과 학교, 교회당 등과 어울려 기묘한 도시 색을 연출해 낸다.
중바위산과 한옥마을 주변으로 전라감영, 풍남문, 남고산성, 천주교성지 등 역사 깊은 유적들과 명소들이 산재하다. 전주천 냇가에는 전북유형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된 한벽당이 있다. 400여 년 전 월당 최담이 세운 것으로 기린봉과 전주천의 조망이 아름다워 예부터 선비들이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산행 뒤에 잠시 머물며 쉬기에 아주 그만이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san3277@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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