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단양 만기봉, 식기봉 암릉산행
집채만 한 기암과 노송이 빚은 풍광에 절로 탄성 | ||||||||
소백산에서 황장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1080.6m봉에서 북서쪽으로 가지를 친다. 그 능선에 수리봉과 황정산을 일구고 직티를 거치면서 다시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그중 하나는 북서쪽으로 가지를 쳐 도락산을, 다른 하나가 남서 및 서북쪽으로 가지를 쳐 만기봉(696m)과 식기봉(559m)을 일군다. 단양 만기봉과 식기봉은 아름답기로 이름난 단양천 상류의 단성면 벌천리와 대강면 방곡리 사이에 솟아 있는 바위산이다. 주능선에 오르면 노송과 기암기봉이 조화를 이뤄 탄성을 자아내고 암릉 코스가 일품이다. 도락산을 비롯해 황정산, 수리봉, 용두산 등이 만기봉을 에워싸듯이 포위하고 있다. 인공시설물이 전혀 없고 있는 것이라곤 험한 바위벽에 걸린 로프 몇 개가 전부다. 일명 진대산으로 불리며 유명 명산들을 조망하며 걷는 재미가 탁월하다.
산행의 기점은 도예촌이 있는 대강면 방곡삼거리와 단성면 벌천리의 명전교다. 대부분의 산객들은 주로 방곡리 삼거리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예전에 월악산 국립공원 매표소로 쓰였던 컨테이너가 출발점이다. 우측으로 난 시멘트 임도를 따르다가 농가가 나오는 지점 전방에서 좌측 산자락으로 돌아서면서 지능선으로 올라붙는다. 참고로 처음 등산로가 소개 된 1995년에는 고추밭 사이를 통과해 바로 능선으로 치고 올랐다. 지능선에 올라서면 등산로가 뚜렷하다. 건너편 지능선으로 펼쳐지는 기암과 노송들이 예사롭지 않은 산의 형세를 짐작하게 한다. 집채보다도 더 큰 거대한 바위를 만나면서 아기자기한 등산로가 열린다. T자 모양의 갈림길이 나오면 우측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오른다.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능선 길이 연속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삿갓바위 오름길 좌측은 절벽지대다. 미륵바위를 지나면서 처음으로 까다로운 암벽 길을 만난다. 스릴은 넘치지만 조심조심해서 올라야 한다. 이따금씩 터지는 조망처에서는 잠시 쉬면서 주변의 조망을 즐긴다. 동남쪽 방향으론 황정산 수리봉이 선연하고, 그 너머로 백두대간의 능선들이 일렁인다. 그 우측 근거리에는 황장산과 투구봉, 충북과 경북의 경계인 벌재가 조망된다. 능선 곳곳에 펼쳐지는 암릉이 산행의 묘미를 자극한다. 단양이 왜 우리나라에서 가장 손꼽히는 바위명산의 보고인지 실감케 한다. 갈림길이 있는 무명봉에 도착하면 좌측으로 이어진 길이 선명하다. 우측 희미한 등산로는 도락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근래에 산객들이 지나간 흔적은 전무하다. 좌측 방향으로 내려서면 바위가 갈라진 통천문을 통과하고 곧이어 작은 안부에 도착한다.
얼마 오르지 않으면 평평한 바위가 좌측에 나타나는 만기봉이다. 정상을 표시하는 표지판이 세 개나 있는데 그중에 사각형의 하얀 나무 막대가 가장 오래되었다. 나무 밑둥치가 썩어 없어져 바위에 기대어 서있는데, 1994년 12월에 등산로가 완성된 다음 사람들이 세운 표지목이다. 1995에 세 살 난 딸아이를 업고 아내와 함께 와 찍은 기념사진이 아직 내게 있다. 한 쪽으로만 조망이 열려 답답하지만 소나무 숲이 우거져 중식장소로는 그만이다. 정상을 지나면 삼각점(단양 441, 2003 복구)도 보인다.
로프가 매달려 있는 내리막길과 오르막이 세 번 정도 더 이어진다. 군데군데 나타나는 멋진 노송이 식기봉 능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지만 세월의 풍파에 꺾이고 부러진 날갯죽지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만기봉에서부터 우측 전방으로 가장 시선을 끄는 건 도락산이다. 훤칠한 암봉이 다섯 개나 연이어진 정상부의 암릉이 단연 볼거리다. 왜 도락산 정상이 신선봉인지를 여실히 드러내 도락산을 직접 등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실감이 나기도 한다.
식기봉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도락산 정상부가 한 점 막힘없이 조망되는 곳은 딱 한 군데다. 사면이 탁 트이는 전망대 구실을 하는 무명의 암봉이다. 만기봉과 식기봉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도락산은 물론 식기봉과 장화바위가 동양화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안부로 다가갈수록 작게 보이던 장화바위가 거대해지기 시작한다. 장화바위는 보는 지점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암벽을 치고 오른 다음 뒤돌아보면 어느새 귀여운 물개바위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지도와 개념도에 명명된 식기봉은 그릇을 엎어놓은 것 같은 바위가 있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식기바위는 군인들이 쓰는 철모를 닮아 철모바위, 스님의 머리를 연상케 한다고 승바위라고도 부른다. 장화바위 우측을 통과한 다음 다시 한 번 까다로운 바위구간을 로프를 잡고 올라야만 식기봉이다. 등산로에서 좌측으로 넓은 암반을 통과해 가장 높은 바위지대가 식기봉 정상이다. 그곳에 올라서면 발 아래로 식기바위가 내려다보인다.
하산 길은 계속 바위능선을 이어 타도 되고 우측의 우회로를 이용해도 된다. 한동안 바위가 있는 능선길이 계속 이어지다가 안부가 나오고 오르막같은 능선을 조금 이으면 도락산 산행의 기점이기도 한 별천리의 궁텃골에 도착하게 된다. 하산기점인 명전교 아래에는 맑은 계곡물이 흘러 산행 후 흘린 땀방울을 씻어낼 수 있다.
방곡삼거리에서 등산을 시작해 미륵바위`무명봉`만기봉`장화바위`식기봉을 거쳐 명전교로 내려서는데 산행거리는 약 6km, 산행시간은 3, 4시간 정도가 걸린다. 산행거리는 짧지만 암릉이라 계절별 특성과 산행자의 페이스를 감안해야 한다. 눈이 내리는 겨울철과 초보자들은 될 수 있으면 등산을 피하는 것이 좋다.
등산로에서 사고가 빈번해 월악산 국립공원에서 비정규등산로로 지정하였다. 단속을 하기도 하는데 벌금을 부과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안전산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등산을 하려면 사전에 허락을 받거나 보조자일 몇 개를 준비해 등산에 나서는 것이 좋다. 반드시 안전장비를 구비하고 경험 많은 산행전문가를 동행해야 한다. 비등산로지만 예전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코스다. 최근에도 알게 모르게 알음알음 찾는 사람도 있다. 18년 전 아이를 업고도 아무런 두려움 없이 등산을 다녀왔지만 잔설이 남아 있고 나이가 들어서인지 등산로가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해 보였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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