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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포항 수석봉 보현사 (2014. 3. 27)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4. 3. 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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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랑 산사람] 포항 수석봉 보현사

 

 

 

호젓한 능선길…이름 없는 소`폭포 보는 재미 ‘솔솔’

 

 

 

 

 

  수석봉(水石峰)은 포항시 죽장면과 영천시 자양면을 경계로 우뚝 선 산이다. 풍기는 이름처럼 빼어난 계곡이나 바위능선을 품고 있지는 않지만 때묻지 않은 능선에 올라 호젓한 능선길을 이어가는 맛은 남다르다. 등산의 들머리와 날머리엔 자호천이 흐르고, 오르내리는 등산로 주변에 청정한 계곡이 흐른다. 이름 없는 작은 소와 무명의 폭포를 즐기면서 오르는 등산의 재미는 어느 산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해마다 봄이면 능선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순번을 돌듯 장관을 이룬다. 수량이 풍부한 산자락 아래의 자호천은 영천댐의 젖줄로 여름이면 피서객이 줄을 잇는다. 정상 북동쪽의 도덕골에도 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이곳에서는 화전민 터가 흔적으로 남아있는 샛별마을을 살펴볼 수 있다. 전인미답처럼 여겨지는 계곡이 길고 깊어 한적한 정취가 신선한 감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수석봉 등산로의 들머리는 영천댐의 상류지점인 31번 국도변이다. 포항-죽장, 또는 영천-죽장 간의 도로변의 보현사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강을 건너면 계곡의 입구에 작은 사찰 보현사가 자리 잡아 아담한 풍취를 자랑한다. 대웅전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해우소가 보이고 그 앞쪽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오름길 내내 맑은 시냇물 소리가 청아하다. 왼쪽으로 계곡을 살짝 건너다 보면 앙증맞은 작은 폭포가 보이고 계곡물 소리와 더불어 등산로가 이어진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물이 얼마나 맑은지 가늠이 된다. 크고 작은 무명의 폭포를 살피며 등산로를 오르노라면 3단으로 형성된 제법 크지만 완만한 경사의 폭포가 나타나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제법 숨이 턱에 찰 즈음 또 하나의 이름 없는 쌍폭포가 등산객을 반긴다. 오른쪽의 폭포는 높이가 4m 정도, 왼쪽은 2m 남짓하다. 겨울의 문턱을 넘어서는 계절인데도 물의 수량이 많다는 건 산의 품이 그만큼 너르고 깊다는 의미다. 계곡의 주변으로 봄기운은 더욱 완연해 버들강아지에 벌써 새순이 돋아 며칠 후면 활짝 피어날 것이다.

 

 버들강아지 군락지가 있는 옛 집터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제부터는 계곡을 벗어나 능선으로 바로 치고 오르는 등산로다. 지그재그로 계속 이어지던 산판길이 끝날 즈음 작은 지능선 갈림길을 만난다. 이번에도 오른쪽이다. 간간이 산의 능선과 등산로 주변에 나타나는 노송들이 지루함을 상쇄시켜 준다.

 

 안부에 도착하면 그제야 등산로가 조금 느슨해진다. 거기다가 낙엽이 수북이 쌓여 융단길처럼 부드럽다. 간간이 터지는 조망 사이로 자호천과 죽장면 소재지인 입암마을과 봉화봉이 선명하다. 동릉에서 좌측의 원거리를 조망하면 낙동정맥의 명산들이 차례로 조망된다. 운주산과 도덕산 천장산 자옥산 등이 지척에, 그 너머로는 비학산과 침곡산이 파노라마를 그린다.

 

  주능선 안부에서 수석봉 정상까지는 약 20분이 소요된다. 정상 주변으로 흙이 많이 팬 걸로 보아서 6`25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한 흔적으로 보인다. 지형도의 해발은 821.6m지만 정상석에는 820.5m라고 적혀 있다. 정상석 주변으론 키가 큰 잡목이 많아 조망이 나뭇가지에 막혀 조금 아쉽다. 배고개와 진늪산 방향으로 가는 왼쪽 길을 버리고, 뒤쪽으로 넘어가는 1시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정상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완만하고 평탄한 길이다. 주변엔 성인 남자의 키보다도 훨씬 큰 진달래와 철쭉들이 즐비하다. 작은 무덤을 지나 5분 정도면 813m봉, 왼쪽 전망대 바위에 올라서면 지금까지 보상받지 못한 조망을 원 없이 즐길 수 있다. 근거리의 작은 보현산과 갈미봉, 배틀봉과 곰바위산 등이 차례대로 보이고, 작은 보현산 너머로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1,126m)과 면봉산(1,121m)도 조망된다.

 

  813봉을 넘으면 두루뭉술한 안부, 대태고개로 바로 내려서는 왼쪽 길을 버리고 오른쪽 길을 잡는다. 805봉에 오르면 오른쪽 능선을 따라 완만한 내리막을 탄 후 무덤 터를 지나 갈림길에서 비스듬한 왼쪽 능선을 타야 한다. 예전에는 길이 희미했으나 근래에 단체 산행객이 많아 표지기를 참조할 수 있다. 임도와 만나는 네거리에서 오른쪽 산판 길을 따라도 되고 등산로를 따라 계속 직진해도 된다.

 

  갈림길마다 표지기가 달려 있다. 우측으로 떨어지면 화전민들이 살고 있던 샛별마을과 도덕골로 내려설 수 있다. 도덕골 마을에는 5채가량의 집이 있지만 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는다. 너른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 좌측에 까치소산장이 보이고 앞쪽에 자호천이 흐른다. 수량이 줄어들면 징검다리를 이용할 수도 있으나 물이 많아 산화를 벗고 건너야 한다. 3월까지는 뼛속까지 한기가 스며들 정도로 물이 맑고 차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국도 31호선에 닿아 우측으로 15분 정도 내려서면 등산을 시작한 보현사 입구다.

 

 보현사 입구에서 등산을 시작해 동릉을 거쳐 수석봉에 오른 후 813m봉(전망대), 805봉, 도덕골 마을을 경유해 까치소산장으로 내려서는 약 10.5㎞의 거리에 약 3시간 30분~4시간이 소요되는데 원점 회귀가 가능하다. 최근의 등산지도와 개념도에는 동릉갈림길에서 도덕골로 내려오는 등산로가 표기되어 있으나 주의해야 한다. 주등산로 이외에는 길이 희미해 도중에 끊어질 수도 있다. 자칫 엉뚱한 길로 빠지면 곤욕을 치를지도 모른다. 특히 수석봉을 지나 813m봉 오름길에서, 우측 아래 방향으로 내려서는 등산로를 주의해야 한다. 오히려 주등산로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험한 곳이니 참조해서 등산에 나서기 바란다.

 

 

 

 수석봉 일대는 아직까지 경북에서도 오지에 속할 만큼 첩첩산중이다. 행정상으로는 포항시에 속하나 대구에서도 2시간 이내다. 1970년대 후반 영천댐이 들어서면서 근교의 기룡산과 보현산, 면봉산이 등산객들에게 입소문을 타면서 수석봉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호천에 있는 ‘까치소는 ‘앞산 큰 바위 구멍을 통해 명주실을 풀어 넣으니 이 까치소에서 그 실 끝이 솟아 나왔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깊은 소(沼)였으나 지금은 하천에 들어선 보로 인해서 소(沼)로서의 위상을 찾아보기가 힘들어 아쉽다.

 

글 사진 지홍석 (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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