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양주 천보산·칠봉산·회암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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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경기도 양주에서 가장 주목받는 산은 천보산(天寶山)과 칠봉산(七峰山)이다. 두 산은 양주시와 포천시, 동두천시의 경계를 이루며 이웃한다. 처음 산 이름을 접하거나 다녀오려는 사람들은 해발이 높은 칠봉산(506.1m)을 선호하지만 등산을 갔다 온 사람들은 천보산(423m)을 훨씬 더 많이 기억한다. 그 이유는 명료하다. 매화꽃으로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바위산인데다 서남쪽의 회암동 자락에는 조선시대 때 대가람을 이루었고 동방에서 첫째라 기록된 회암사지가 있어서다.
산 하나만을 목적으로 하면 등산 시간이 다소 짧다. 그래서 두 산을 연계하는 등산을 주로 많이 한다. 여러 곳의 시작점이 있으나 크게 두 군데로 압축된다. 봉양네거리와 회암사 입구다. 3번 국도상에 있는 봉양네거리는 양주시와 동두천시의 경계로, 우측에 칠봉산 등산안내도가 보이고 좌측에 산으로 접어드는 임도가 보인다. 200여m 들어서면 산으로 바로 올라붙는다.
낮은 해발임에도 주능선과 칠봉산 산정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조금 힘들다. 양주와 동두천의 경계를 이루는 칠봉산의 다른 이름은 어등산, 조선시대 때 임금이 올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의 주능선에는 발치봉, 응봉, 깃대봉, 투구봉, 솔치봉, 돌봉, 석봉이 뚜렷하다. 순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능선이라 오르내리는 재미도 있거니와 우측은 직각의 석벽이라 조금의 스릴도 느낄 수 있다. 옛 선인들은 이 산을 가리켜 만산홍엽의 금병(錦屛)으로 비유했는데 진달래가 만개하는 봄에는 만산 홍화를 이룬다고 한다.
봉우리마다 이정표를 설치해 이해를 도왔다. 7개 봉우리는 지명유래가 있다. 임금이 처음 등산하기 위해 떠난 곳이라 하여 발리봉(發離峯), 임금이 수렵에 필요한 매를 날렸던 곳이라 하여 응봉(鷹峯), 임금이 수렵하러 나가 수렵표시 깃발을 꽂았다 하여 깃대봉(旗臺峯)이다. 임금이 돌이 많다고 말한 곳이라 하여 석봉(石峯), 임금이 이곳에 쉬니 시위(侍衛)군사가 갑옷과 투구를 풀어놓았다 하여 투구봉(鬪具峯), 임금이 떠나며 돌이 많으니 뜻하지 않은 일에 조심하라고 당부하였다 하여 돌봉(突峯), 임금이 군사를 거느리고 떠날 준비를 하던 곳이라 하여 솔리봉(率離峯)이다. 그런데 어느 시대 어떤 임금과 연관된 봉우리인지 정확한 유래가 기록되지 않아 다분히 작위적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첫째 봉우리는 발리봉, 바위봉으로 시멘트 시설물에 깃대가 세워져 있고 이정표가 있다. 칠봉산은 산 아래 남쪽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석벽이나 막상 등산을 시작하고 나면 군데군데 바위무더기만 보일 뿐 암벽은 만나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정상인 돌봉에 도착하기 전 가장 눈길을 끄는 봉우리는 매봉, 집채보다도 훨씬 큰 바위가 쌓인 듯한 모습에 등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등산로 곳곳에 이정표와 나무벤치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한국전쟁 발발로 죽은 전사자의 유해를 처음 발굴해 낸 장소와 정자를 통과해야 투구봉과 말봉이 나온다. 말봉은 칠봉에 들어가지 않아 이름만 있고 유래가 없다. 정상인 돌봉은 말봉과 지척이다. 등산로에서 우측으로 약간 벗어난 지점의 가장 높은 바위봉에 깃발 모양으로 만든 조형물에 ‘칠봉산 정상’이라 쓰여 있다. 우측에 정상석이 엎드려 있고 정상 표지석 앞쪽의 공터에 밧줄로 테두리를 만든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솔리봉을 통과해 내려서면 칠봉산과 천보산의 경계인 장림고개. 포장된 임도 위에 새 다리가 설치되어 있고 좌측 다리 아래에는 오리고기와 차를 파는 편의 시설물들이 있다. 고개에서 천보산 가는 길은 가파르지 않다. 완만한 주능선에서 이따금 뒤돌아보면 비로소 칠봉산이 거대한 바위봉우리란 걸 실감하게 된다. 제5보루와 천보산 휴양림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천보산 정상이다.
천보산의 유래는 이러하다. 조선시대 어떤 임금이 난을 당하여 이 산에 피신하였다가 난리가 끝나자 목숨을 건진 이 산을 금은보화로 치장하라고 신하에게 명령했다고 한다. 그러나 난리가 끝난 후라 금은보화를 구하기가 어려워 신하들이 금은보화 대신에 하늘 밑에 보배로운 산이라는 뜻으로 그 이름을 지어주자고 간청해 천보산(天寶山)이라 불렸다고 한다. 남해 금산의 전설과 비슷하다.
천보산 정상에는 맑은 날이면 운악산과 주금산, 죽엽산까지 보인다. 남쪽으론 저 멀리 수락산과 도봉산이 보이고. 지척으론 임꺽정으로 유명한 불곡산과 도락산 등이 확연하다. 천보산의 최고 절경 지대는 회암사 내리막길 방향에 있는 만경대, 바위로 형성된 봉우리에는 아찔한 바위절벽이 숨겨져 있고 드러누운 분재 같은 소나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이한 소나무들과 어우러진 주변의 풍광이 한 폭의 선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밧줄을 잡고 내려선 안부 우측에는 108바위 전망대가 있다. 고승인 나옹선사와 무학대사, 지공선사와 연관된 부도와 비석들이 보물급 문화재로 등록되어 회암사 주변에 있다. 무학대사홍융탑(보물 제388호), 회암사쌍사자석등(보물 제389호), 무학대사 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51호) 등이다. 특히 회암사 절 입구에는 고려 말에 세워졌다가 폐허가 된 회암사지(사적 제128호)와 회암사지 박물관도 있다.
봉양 네거리에서 칠봉산`천봉산`만경대를 거쳐 회암사지 입구까지 내려서는데 약 8.5㎞에 3~4시간 정도의 등산 시간이 소요된다. 산행을 마치고 하산지점에서 여유 있게 유적지를 두루 둘러보는 산행을 계획하려면 봉양네거리, 아기자기한 등산의 묘미에 화려한 암봉미를 눈으로 즐기는 산행을 하려면 회암사지 입구에서 시작한다. 어느 지점에서 등산하느냐에 따라 산의 경치와 이미지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지금은 폐허가 된 회암사지는 12세기 중엽 고려시대 때 창건한 우리나라 최대의 사찰. 조선 초 무학대사가 주지로 재임했고, 이성계도 태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후 회암사에서 기거했다.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도 이곳에서 불도를 닦았다고 전한다. 이색의 ‘목은집’에 의하면 ‘3천여 명의 승려가 머무른 곳으로 건물은 262칸, 높이 16척의 불상 7구와 10척의 관음상이 있다. 건물의 크고 화려하기가 동국 제일이며 중국에서도 이렇게 큰 사찰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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