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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남해 귀비산 천황산 바다조망 산행 [기사: 2014. 4. 10]

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

by 산정(지홍석) 2014. 4. 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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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산사람] 남해 귀비산 천황산 바다조망 산행

오를수록 매력 있는 산행…산세·바다·숲을 한눈에 담아

 

 

 

 

 

 

 

 

 

 

 

 

 

 

 

 

 

  금산, 망운산, 원산, 설흘산, 응봉산, 송등산, 괴음산은 경남 남해의 이름난 명산들이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찾는 사람이 많아 그 산들을 줄줄이 꿰놓은 지맥이 탄생했으니 이름하여 ‘남해지맥’이다. 남해대교에서부터 시작하여 미조 빗바위 초소까지 연결되는 총 50㎞를 잇는 산줄기로 2010년에 개설되었다.

  그중 호구산 군립공원 내의 송등산에서 괴음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서 좌측으로 뻗어 내린 능선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명산이 하나 있다. 해발이 495.5m인 귀비산(貴妃山)이다. 이름만큼이나 그 자태가 빼어난 산이다. 좌측 지능선에 명산봉(245m)과 기왕산(108m), 우측엔 하지산(207.8m), 천황산(天皇山`395.1m), 조산(214.5m)을 일으키고서 남해바다로 가라앉는다.

  귀비산의 산행 시작점은 힐튼골프장 리조트와 잔땡이고개다. 리조트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기왕산에 있는 임진성을 둘러보고 잔땡이고개를 지나 명산봉을 치고 오르게 된다. 골프장 동쪽의 도로가에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오름길 축대가 보이고 미완성의 임진성 안내도와 이정표가 보인다.

 

 

  작은 봉우리 기왕산 정상부에는 임진성(壬辰城)이 있다. 1592년에 쌓은 성으로,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이 거제 옥포에서 대첩을 거둔 후 패전한 왜군이 다시 옥포를 침략하려 한다고 오판해 쌓은 성이다. 민관군(民官軍)이 합심하여 높은 구릉에 축성했다 하여 일명 민보산성(民堡山城)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성의 규모는 둘레가 약 280m 정도이고 높이가 2m에서 6m에 이른다. 동문과 서문이 있으며 성곽은 자연석과 마석을 이용해 쌓았다. 임진성이 쌓인 산정의 지명은 지도에 따라 제각각이다. 예전의 문헌에는 성당산, 10만 분의 1 지도에는 기왕산, 최근에 완성된 5만 분의 1 지도에는 기옥산이라 적혀 있다. 어느 것이 정확한 명칭인지 정비가 필요하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옥포(玉浦)이고, 수군 만호진의 하나인 평산진이 마주하고 있다. 성곽을 따라 돌아보면 10여 개의 마을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

  잔땡이고개에서 좌측으로 30여m 정도 내려서면 우측의 산으로 오르는 임도가 보인다. 포장임도 끝 지점까지 진행한 다음 다시 좌측으로 오른다. 묘지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적당하게 간벌한 흔적이 산행을 시원하게 만들어 오를수록 등산로가 매력적이다. 나무 사이로 시야가 트이고 융단길 수준이다.

 

오름길 내내 남해바다를 볼 수 있다. 10여m에 육박하는 소나무들이 적당히 우거져 숲을 이루었고 편백나무 숲이 나타나기도 한다. 좌측이 훤히 열리고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바위전망대에 서면 상가소류지가 파랗게 내려다보이고 하산지점인 고실치(동정고개)가 오목하게 보인다. 뒤쪽 멀리 병풍처럼 장막을 친 우람한 능선 속으로 남해 섬 최고봉 망운산(望雲山`786m)이 또렷하게 보인다. 지척으로는 앞으로 올라야 할 귀비산과 390m봉이 바위봉우리로 다가선다.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 좌측으로 석성의 흔적이 뚜렷하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앞쪽으론 송등산 줄기가 수려하고, 남쪽에는 응봉산에서 설흘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출렁인다. 송등산으로 이어지는 삼거리를 지나면 귀비산 정상까지는 10분 이내의 거리다. 귀비산 정상에는 봉수대의 흔적처럼 보이는 둥그스레한 축대가 쌓여 있다. 그 위에 돌탑이 세워져 있다. 사면팔방으로의 막힘없는 조망을 즐긴 후 390m봉을 가늠하고 내림 길로 내려선다. 곳곳에 바위가 돌출된 능선이라 조망이 뛰어나고 아기자기한 암릉을 타는 재미 또한 탁월하다. 정상에서 출발한 지 10여 분이면 돌출된 너른바위 위에 올라서게 된다. 신선처럼 풍경을 즐기며 점심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때로는 커다란 암벽과 너덜을 통과하기도 한다. 거대한 바위 성벽처럼 보이는 390m봉을 조망하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390m봉 정상부 주변은 이곳을 등산하면서 본 최고의 경치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동남쪽과 서북쪽이 거대한 바위벼랑으로 형성되어 있어 조망과 전망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암반지대다. 등산로 주변에 밧줄이 매어져 있는 지점을 지나면 좌측의 바위벼랑에 전망대가 보인다.

갈림길이 나타나면 좌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차량이 다닐 만한 임도에 내려서면 한눈팔지 말고 너른 임도를 계속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대형 차량이 넘나드는 고실치 마루로 바로 내려설 수 있다.

 

  갓길에 버스 1대 정도는 주차할 수가 있다. 좀 더 긴 등산을 추구하는 산객들은 고개 우측으로 해서 천황산을 연계하려고 오른다. 천황산 등산로는 아직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아 어느 정도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천황산 등산로의 하산기점인 덕월마을은 천지자연의 정기를 듬뿍 받은 유서 깊은 마을로 알려져 있다. 신녀산(神女山), 귀비산(貴妃山), 고실곡, 잔댕(盞堂)고개, 공신(功臣)들, 군창(軍倉) 등 주변의 모든 지명들이 마을의 주산인 천황산을 중심으로 붙여져 있다.

옥녀탄금(玉女彈琴)의 지형을 풀이하면 천황(天皇)의 무릎 앞에 신녀(神女)가 엎드려 있고, 왼쪽에는 귀비(貴妃)가 앉아 있으며, 곁에는 옥녀(玉女)가 앉아서 거문고를 타는 형상이라 한다. 또 황제의 왼쪽 앞에는 술잔을 놓은 잔당(盞堂)이 있으며, 오른쪽 앞에는 공신(功臣)들이 부복(俯伏)하고 있고, 그 가까운 곳에는 군대의 창고인 군창(軍倉)이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힐튼골프장에서 등산을 시작해 임진성, 명산봉, 귀비산, 390m봉을 거쳐 고실치로 내려서는 데 약 9㎞의 등산 거리에 소요시간은 3시간 40분 정도다. 천황산을 연계한 후 덕월마을로 내려서면 약 11㎞에 5시간 정도다. 산으로 접근하고 나오는 길목에 남해 충렬사와 망덕포구, 가천 암수바위와 보리암 등이 있다. 돌아오는 여정에 삼천포 회시장을 거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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